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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재단법 제정 "어렵네"
'연구재단법 입법방향 토론회'서도 분야간 입장차 여전
재단의 독립성·자율성, PM 운영 등에 대한 지적도

정부ㆍ여당은 ‘한국연구재단법’을 2월 임시국회에서 통과시켜 오는 6월까지는 한국연구재단을 출범시킨다는 계획이지만, 이번 임시국회에서도 법안 통과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재단의 독립성ㆍ자율성에 대한 문제제기가 계속되고 있고, 인문사회계와 과학기술계의 입장차이도 여전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기초연구지원시스템을 효율화ㆍ선진화하기 위해 교육과학기술부 연구관리전문기관(한국과학재단·한국학술진흥재단·국제과학기술협력재단)을 통합한 한국연구재단 설립을 추진 중이다. 그러나 그 근거법률인 ‘한국연구재단법’이 여당의 중점법안에 포함됐음에도 PM(연구책임자 Program Manager) 제도 운영이나 기관 독립성 확보 방안 등에서 이견을 보이며 지난 임시국회 통과가 무산된 바 있다.

자유선진당 이상민 의원 주최로 지난 4일 열린 ‘바람직한 연구재단법 입법방향 토론회’에서도 법안에 대한 이견들은 여실히 드러났다. 김부겸 국회 교육과학기술위 위원장은 인사말에서 “여기까지 왔기 때문에 더 가야 한다는 건 의미가 없다”며 “설득력 있는 법안을 제시하라”고 요구해 법안을 쉽게 통과시켜 주지 않을 것임을 시사하기도 했다.

김주한 교과부 연구정책과장의 연구재단법 수정안에 대한 주제발표에 이어진 토론에서는 기관의 독립성, PM제도 운영 등 대한 토론자들의 지적이 잇따랐다.

김남국 강원대 교수(영어영문학)는 “재단의 독립성과 자율성이 확보돼야 현장 밀착형 연구지원 정책이 실현될 수 있다”고 강조하며 “여전히 절차적 수준을 넘어선 실질적 차원의 연구자 중심 학술연구 정책을 추진할 의지를 확인하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김하석 서울대 대학원장과 전길자 이화여대 교수(화학)도 재단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확보해야 한다는데 한목소리를 냈다. 구체적인 방안으로 김 대학원장은 “재단을 대통령 직속 기관으로 설립하자”고 제안했고, 전 교수는 “재단 이사회를 한국은행의 금융통화위원회와 같은 최고의사결정기구로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PM 제도에 대해서는 대체로 긍정적이었지만 세부 운영에 관한 몇가지 보완점이 지적됐다. 김하석 대학원장은 “PM제도의 도입은 큰 진전이며 환영할 내용”이라면서도 “예상하고 있는 PM의 숫자가 20명에 불과해 경우에 따라 성격이 다른 분야들을 한 PM이 담당해야 할 상황이 생길 수도 있어 갈등이 예상된다”고 우려했다.

김남국 교수는 “분야별 특성을 반영한 PM 제도를 운영해야 하고, PM의 교육훈련 및 평가방안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또 “PM의 전문성, 공정성, 책임성 향상을 위해 ‘PM 윤리’를 제정하고 PM 윤리위원회를 설치·운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인문사회계와 과학기술계의 입장차이는 큰 숙제로 남았다.

인문사회계의 김남국 교수는 “최근 통합준비과정에서 과학기술 중심의 연구지원사업으로의 재편이라는 우려가 적지 않다”며 법안에 ‘학술’ 개념 부재와 국가 R&D 예산 증액에 있어 인문사회분야와 과학기술 분야의 불균형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김 교수는 “인문사회 분야의 소외를 방지하기 위해 ‘재단은 인문ㆍ사회ㆍ자연ㆍ과학 등 학문 전분야의 균형발전을 도모하면서 각 분야의 특성이 반영될 수 있는 지원체제를 마련한다’는 등의 선언적 조항을 추가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이윤표 KIST 연구발전협의회 회장은 “연구재단법 어디에도 과학기술이라는 개념이 없다”고 과학기술계의 입장을 전했다. 이 회장은 “과학기술 하는 사람들은 ‘연구’를 과학기술 하는 것으로 생각하지만, 일반인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며 “장기적 시간투자가 필요한 과학기술을 연구라는 개념으로 희석시키면 과학이 설 자리가 없어질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전길자 이화여대 교수(화학)도 “교과부 출범 1년이 지나고 보니 교육부 중심의 통합이었다”며 “현재 과학기술 정책에 대한 콘트롤 타워가 없다”고 꼬집었다. 전 교수는 “과학자들이 연구재단법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과학기술 콘트롤 타워를 세우기 위한 것”이라며 장기적인 과학기술정책 마련을 촉구했다.

양 분야의 대립은 방청객 토론에서도 이어져 한 방청객이 “항상 인문사회 분야가 걸림돌이 돼 통합이 어려워진다”고 불만을 토로하자, 성태용 한국학술진흥재단 인문학단장이 “인문사회계가 개밥에 도토리처럼 낀 느낌”이라며 “학문의 균형발전이 아닌 금액의 논리에 따라 한쪽으로 치우치고 있다”고 반박하기도 했다. 재단 이사장이 어느 분야에서 나오느냐에 따라 그 분야에 대한 지원이 편향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이 밖에 ‘조직구성의 기준이 불분명하다’, ‘상근 이사가 필요하다’, ‘연구비 수혜대상이 다양한데도 교수 중심으로 논의가 흘러가고 있다’는 등의 지적이 있었다.

이러한 문제제기에 대해 박항식 교과부 기초연구정책관은 “말씀하신 것들이 최대한 반영되도록 매월 간담회를 열어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 나가겠다”면서도 “연구자들의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빨리 법이 제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토론회를 주최한 이상민 의원은 “연구재단이 통합될 경우 그 파급효과가 큰 만큼, 국회입장에서는 이 시스템의 수요자라고 할 수 있는 일선 연구자, 교수님들의 입장을 반영할 수밖에 없다”며 “고객맞춤, 고객만족 시스템이 되도록 가일층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사진 : 한명섭 기자
남준석 기자 (veritas65@unn.net) | 입력 : 09-02-05 오후 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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