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동안 국책연구기관에만 집중됐던 특정과제(대형프로젝트)에 최근 대학교수의 참여기회가 확대됨에 따라 연구결과의 기술이전을 통한 상품화에 대한 관심이 증대되고 있다.
그러나 이런 대형프로젝트를 수행하기 위해서 정부기관은 기업의 대응자금(matching fund) 참여를 요구하고 있어, 그동안 순수한 학문연구에 길들여진 대부분의 교수들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결과적으로 매우 독창적이고 경제성 높은 상품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연구개발이라면 문제가 없겠지만, 당초 연구개발 과정에서 기업을 연구에 참여시키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또한 연구결과를 기업에 기술이전 할 때 기업이 지불해야 하는 기술이전료도 큰 부담으로 작용해 좋은 연구결과의 기술이전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대기업은 연구비 전액을 기술이전료로 지급하도록 되어있어 부담이 크지만 기업 자금력이 우수해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이 경우에는 기술의 상품성이 기술이전을 좌우하는 관건이 된다.
하지만 대학의 연구에 참여하고 있는 기업은 대부분 중소기업으로 이들의 상황은 대기업과는 다르다.
중소기업은 전문기관의 장에게 기술료의 감면을 신청해 승인을 받으면 기술료의 일부를 감면받을 수는 있지만, 담당공무원들은 되도록이면 기술이전료를 다 받도록 유도하고 있어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이 미비한 실정이다.
또한, 중소기업에서는 좋은 상품을 만들어 내도 취약한 마케팅으로 인해 성공여부가 불확실해 기술이전을 쉽게 결정하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따라서 중소기업의 경우는 기술이전료를 전액면제토록 하고 상품의 판매액에 대한 특허료를 납부하는 방향으로 시스템을 바꾼다면 연구결과의 기술이전 활성화에 크게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필자는 중소기업으로부터 키토산올리고당 생산기술개발을 요청받고, 해양수산부(현 국토해양부)특정연구과제 ‘효소를 이용한 키토산 올리고당의 연속적 생산기술개발’에 관한 연구를 수행해 이 결과를 기업에 기술이전시켜 세계에서 처음으로 키토산올리고당을 대량으로 생산해 내게 됐다.
이 기술은 과학기술부로부터 신기술 인정서(KT)를 받아 산업화에 성공하는 행운을 얻었다. 이 KT마크로 인해 상품의 판매가 급증함으로써 기업의 성장에 크게 기여한 바 있다.
우리나라 해양바이오산업을 국가주도의 21세기 첨단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해 해양수산부(현 국토해양부)가 주축이 되어 2004년부터 10년 계획으로 추진 중인 ‘마린바이오 21사업’에서 필자는 해양바이오프로세스연구단의 단장직을 맡고 있다.
해양생물은 수계(水界)라는 특수한 환경에서 서식하기 때문에 생리적 대사과정이 육상생물과는 차이가 있어 그들의 대사산물에는 육상생물이 생산하지 못하는 새로운 기능성 물질이 존재한다. 또한 그 종류도 풍부해 지구상의 전체 동물 중 약 80%(30문 50만종)가 바다에 서식하고 있다.
현재 본 연구단에서는 해양생물을 이용한 난치성 질환예방 및 치료를 위한 새로운 한약소재 개발, 해조류 및 미세조류를 이용한 바이오에너지 개발, 해양생물 소재를 이용한 기능성 식품 및 화장품 소재 개발 등의 연구가 진행 중에 있다.
지금까지의 연구결과를 보면 해양생물자원에는 매우 다양한 생리기능성 물질이 존재하는 것으로 밝혀져 있기 때문에 이를 산업화 할 수 있다면 시장성은 무궁무진하다고 본다.
그러나 이를 산업화 하는데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원료확보이다. 정부에서는 연구비를 많이 투자한 만큼 산업화를 조기에 달성할 것을 요구한다. 하지만 해양바이오산업을 국가전략산업으로 성장시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원료생산에 대한 투자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 이러한 사실을 정부정책담당자가 인지하고 연구 사업을 수행한다면 연구결과의 산업화는 가속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과학기술정책입안과정에서 관련부서 책임자 또는 담당자들의 전문성 결여에 따라 국책사업 전반이 흔들리는 경우가 종종 있다. 정책입안과정에서 전문가의 자문을 구하겠지만 특수한 분야는 전문가 인프라가 매우 약해 어려움이 많다. 이런 점을 보완하기 위해 앞으로 이공계 출신의 행정부 진출을 대폭 확대해가는 시스템이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대학연구결과의 기술이전을 통한 상품화는 무엇보다도 국내에서 생산되는 원료를 활용해 원료 구입이 용이해야 하고, 기업 측의 적극적인 상품개발의지가 있어야 하며 또한 행정 담당자의 적극적인 협조가 이뤄질 때 그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