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로부터 재정 지원을 받아 연구개발사업을 수행한 대학 가운데 서울대가 SCI 논문을 가장 많이 발표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연구의 질’을 가늠하는 인용지수는 포스텍이 가장 높았다. 또 국가연구개발(R&D)사업이 양적으로는 눈에 띄는 성과를 내고 있지만 질적으로는 오히려 뒷걸음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과학기술부와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은 10일 ‘2008년 국가연구개발 성과분석 보고서’를 발간했다. 이 보고서는 2006~2007년 산출된 국가연구개발사업 전체를 분석한 것으로 논문분석과 특허분석, 공동연구분석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 국가연구개발, 질 성장은 ‘뒷걸음’= 정부 연구개발사업에 따른 성과로 볼 수 있는 과학기술논문인용색인(SCI) 등재 논문 수는 2006년 1만2881건에서 2007년 1만4589건으로 13.3% 늘었다. 하지만 논문의 질을 가늠하는 지표인 ‘인용지수’(Impact Factor)는 2007년 2.44로 전년도의 2.53에 비해 오히려 낮아졌다.
‘질 저하’는 ‘기초·응용연구’보다 상업적인 성과로 이어지는 ‘개발연구’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국내 주요 연구기관이라 할 수 있는 국·공립 연구소, 대기업 연구소의 개발연구 모두 인용지수가 2006년에 비해 더 낮아졌다. 국가연구개발사업 결과 얻어진 특허 건수는 7672건에서 1만2255건으로 크게 뛰었다.
또 이 사업으로 선정되지 않았더라도 인건비 등을 지원받은 국내기관이 2007년에 발표한 SCI 논문이 2만3205건으로 국내 전체 SCI 논문(2만5494건)의 90% 이상을 차지해 정부 지원이 국가 과학기술 발전에 주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 SCI 논문 수는 서울대 1위= 논문은 대학을 중심으로 한 기초연구에서 우수한 성과가 발생했다. 대학이 수행하는 기초연구 과제에서 2007년 43.8%의 논문이 발생했으며, 논문의 질적 수준을 나타내는 간접지표인 표준화 순위보정지수도 66.4로, 정부 R&D 평균 63.9보다 높게 나타났다.
표준화 순위보정지수는 학문분야별로 편차를 보이는 SCI 인용지수 활용의 한계를 개선하기 위해 분야별로 SCI 인용지수를 보정한 지표로, 100에 가까울수록 동일분야 내에서 SCI 인용지수 랭킹이 높다는 뜻이다.
분야별로는 생명과학 등 생명공학BT) 분야와 물리·화학 등 기초과학 분야에서 가장 많은 40% 가량의 논문의 나왔다. 특히 기초과학 분야에서 피인용도가 높은 논문이 많이 발표됐다. 2007년 물리학·화학 분야의 표준화 순위보정지수는 각각 74.0, 73.2로 정부 R&D 평균 63.9보다 월등하게 높았다.
대학 가운데는 서울대가 SCI 논문 수 1444건으로 압도적 1위에 올랐으며 다음으로 연세대(684건), 포스텍(668건), 고려대(579건), KAIST(560건) 순으로 집계됐다. 지방대학 중에서는 부산대(404건)와 경북대(266건)가 각각 8위와 10위에 올랐다. 정부출연 연구기관으로는 과학기술연구원(413건)과 원자력연구원(333건)이 SCI 논문 실적이 높게 나왔다.
□ 논문의 ‘질’은 포스텍이 1위= 그러나 ‘연구의 질’을 가늠하는 인용지수(표준화 순위보정지수)는 포스텍(72.9)이 가장 높았으며 KAIST(70.5), 연세대(70.3), 광주과학기술원(69.0), 이화여대(68.7)가 뒤를 이었다.
논문 수 1위를 차지했던 서울대는 표준화 순위보정지수에선 68.3으로 7위에 머물렀다. 울산대(65.7)가 지방대학 가운데 유일하게 9위를 차지했다. 정부출연 연구원 가운데서는 천문연구원(79.8)과 표준과학연구원(69.8)의 인용지수가 상대적으로 높았다.
공동연구의 경우 특히 대학이 해외 연구기관과 공동 수행하는 국제공동연구에서 양적·질적으로 높은 수준의 논문이 나왔다. 지난해 국제공동연구 R&D 투자액은 857억원에 불과했지만 SCI 논문수는 1168건으로 전체 SCI 논문 중 8.8%를 차지했다. 대학 단독연구에 들어간 R&D 투자액은 6576억원, SCI 논문 수는 4692건이었다.
특히 대학이 해외 연구기관과 공동연구를 수행하는 과제에서 피인용도가 높은 학술지에 많은 논문이 게재됐다. 국제 공동연구에서 발생한 논문의 표준화 순위보정지수는 2006년 72.0, 2007년 70.2로 대학 단독연구의 67.5(2006년), 66.0(2007년)보다 높게 나타났다.
□ 특허는 출연연·기업의 개발연구 중심= 논문과 달리 특허는 출연연구소와 기업이 수행한 개발연구에서 약 50%가 발생했다. 분야별로는 개발연구 비중이 높은 IT분야와 기계 분야에서 50% 이상의 특허가 출원됐다.
특허출원 실적은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이 전체 특허의 약 20%를 차지하는 2356건의 특허를 출원해 눈길을 끌었다. 이는 대학 가운데 가장 많은 특허를 출원한 서울대의 282건보다 8배 가량 많은 실적이다.
대학 중에서는 서울대에 이어 KAIST가 228건의 특허를 출원했으며 고려대(190건), 연세대(180건), 한양대(132건), 성균관대(131건), 인하대(123건), 포스텍(98건), 경북대(86건), 건국대(77건)가 그 뒤를 이었다.
특허 성과를 보면 양적 성장은 눈에 띄지만 아직 전체 특허건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미흡한 것으로 조사됐다. 2007년 국내 특허출원 건수는 1만2255건으로 2006년의 7672건에 비해 60% 이상 증가했다. 전체 특허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0% 수준이다. 분야별로는 개발연구 비중이 높은 IT분야와 기계분야에서 50% 이상의 특허가 출원됐다.
송기민 교과부 연구성과관리과장은 “연간 약 10조원이 투입되는 국가 R&D사업 전체를 대상으로 종합적 분석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이번 분석 결과 논문의 질 향상을 위해서는 대학을 중심으로 창의적 과제에 대한 개인·소규모 지원을 확대하고 국제공동연구에 대한 지원을 확충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