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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대입 자율화’ 사실상 후퇴
교과부 “사회적 합의 거쳐 2013학년도 이후 결정” 제동
대교협에 구성될 ‘교육협력위원회’에 교과부 참여 검토
정부가 일부 대학들의 ‘3불(본고사·고교등급제·기여입학제 금지)’ 무력화 움직임에 제동을 거는 발언을 하고 고교-대학 간 입시협의체에 직접 참여하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대학 입시에 관여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되면서 대입 자율화 시행 1년 만에 정부-대학 간 갈등이 재연될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지난 13일 대입 자율화 관련 입장을 발표하면서 “일부 대학이 2012학년도부터 대입 완전 자율화가 추진된다는 인식을 바탕으로 입시안을 내놓아 학생과 학부모들에게 혼란을 주고 있다”며 “대입 완전 자율화 실시 여부는 2012년 이후, 즉 2013학년도 입시 이후 사회적 합의를 거쳐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여기에는 본고사·고교등급제·기여입학제를 금지하는 ‘3불 정책’ 폐지 여부도 포함된다.

엄상현 교과부 학술연구정책실장은 “새로운 사실을 공표하는 것이 아니라 대입 완전자율화 시기를 명확히 하기 위해 입장을 표명하게 됐다”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지난해 초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발표했던 대입 자율화 원칙을 재확인하는 차원이라는 설명이다. 아울러 대학 총장, 시도 교육감 등이 참여하는 입시 협의체인 ‘교육협력위원회’를 조만간 구성하고 여기에 교과부 관계자가 참여하는 방안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교과부가 대학 입시에 대한 결정권을 한국대학교육협의회 등 대학 협의체에 넘기는 내용의 ‘대입 3단계 자율화’ 원칙을 번복하고 재차 입시에 개입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도 있어 대학의 반발도 예상된다. ‘사회적 합의’라는 전제 조건이 충족되지 않으면 대입 자율화가 기약 없이 미뤄질 수도 있다는 메시지로 읽힐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대입 협의체에 개입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현재 국회에는 한나라당 김선동·서상기 의원 발의로 대교협의 권한과 책임을 강화하는 내용의 법안 두 개가 제출돼 있으며 여기에는 대학 총장, 시도 교육감, 교사, 교육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대입 협의체 구성도 포함됐다.

차이가 있다면 김 의원 안은 대학 입시안에 대한 의견 수렴을 위해 대교협에 구성하는 교육협력위원회에 교과부가 참여하지 않는 반면 서 의원 법안은 참여하도록 하고 있다는 점이다. 교과부와 한나라당은 이날 당정 협의를 열어 서 의원 발의안을 2월 임시국회 회기 안에 처리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서 의원 안대로 법안이 통과된다면 교과부가 일정 부분 대입 정책 결정에 관여하는 길이 열리게 된다. 현재 대교협이 운영하는 대학입학전형위원회와 산하 실무위원회에는 교과부 관계자가 참여하지 않고 있어 교과부가 공식적으로 대입 방향 결정에 개입할 수 있는 여지가 없다.

정부 개입을 불러온 것은 대학 스스로 자초한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최근 연세대가 2012학년도부터 본고사 도입 방침을 밝히고 고려대는 지난해 수시모집에서 ‘고교등급제’를 실시했다는 의혹이 계속 제기되고 있지만 대입 업무를 넘겨받은 대교협이 제 역할을 못한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그럼에도 정부의 대입 자율화 의지가 확고한 점을 고려하면 결국 대입 완전자율화 성공의 관건은 한국대학교육협의회의 리더십, 입학사정관제 정착 여부 등이 좌우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엄상현 실장은 “대학 자율화를 추진하겠다는 것은 정부의 변함 없는 입장”이라며 “그러나 신뢰가 중요한 만큼 대학들이 사회적 책무성을 다하는 방향으로 입시안을 만들어 주길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권형진 기자 (jinny@unn.net) | 입력 : 09-02-13 오후 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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