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의는 하나의 상품입니다. 고객에게 구매의욕이 생기도록 동기를 부여하고 질 좋은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죠. 가끔씩 깜짝 이벤트도 준비해줘야 합니다”
이정태 경북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요즘 강의비법을 소개해 달라는 요청에 바쁘다.
이 교수의 강의를 수강한 학생들이 잇따라 교내 ‘다시 듣고 싶은 수업’ 에세이 공모전과 ‘우수리포트’ 공모전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하면서 이 교수의 강의가 주목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이 교수는 지난해 소속 단과대인 사회과학대학에서 선정하는 ‘교육우수 교수’로 뽑히기도 했다.
학생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은 비결에 대해 이 교수는 ‘소통과 섬김’을 꼽았다. 그는 “커뮤니케이션은 섬김의 정신이 바탕에 있어야 한다”며 ”질문은 졸음방지 특효약이자 가장 효과적인 소통의 수단”이라고 말했다.
“우선 학생들이 수업에 적극적이지 않는 이유를 파악해야 합니다. 학원 강의나 TV수업에 익숙해졌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제 강의에서는 학생들에게 수업과 관련된 질문이 주어지고, 그 대답에 의미를 부여해 설명해 주는 식으로 진행됩니다. 수업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질 수 밖에 없겠죠”
보통 인기 강좌와 달리 이 교수의 강의를 듣고 학점을 따내기는 쉽지 않다. 한 학기 동안 논문 한 편을 내야하기 때문이다. 학부생들에겐 논문 자체도 부담스럽지만 공공연히 이뤄지는 표절은 상상할 수 없다. 각 절차마다 이 교수가 직접 심사하기 때문이다.
이 교수는 학생들이 스스로 논문 주제를 선정하게 한 뒤 그 이유까지 제출하게 한다. 이어 목차 구성과 참고자료 검토 순으로 ‘꼬장 꼬장하게’ 진행된다. 이 모든 과정을 거쳐야 비로서 논문을 쓸 수 있다. 이 교수는 매 학기 150여명의 논문을 각 단계별로 심사하고 방향을 잡아준다.
“학생은 학교의 주인이자 고객입니다. 자판기가 그러하듯 고객이 동전을 넣고 원하는 버튼을 누르면 언제든지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해야 합니다. 교사는 밥 주는 주인에 대한 도리를 지켜야 합니다”
시험과 평가방식도 학생들에겐 녹록치 않다. 시험 기간이면 떠도는 소위 '족보'가 이 교수 강의에는 없기 때문. 문제와 유형이 매년 다르고 채점도 학생들이 서로 바꿔가면서 진행된다.
“평가의 기준과 방식을 학생들에게 제시한 후 무작위로 바꿔서 채점하게 합니다. 타 학생들이 쓴 답안을 보며 ‘다른 방식으로 사고할 수도 있구나’하고 깨닫길 바랬어요”
팀으로 나누어 진행되는 프리젠테이션 강의도 특징적이다. 발표와 질문 그리고 평가까지 전부 학생들이 스스로 한다. 팀마다 평가위원을 따로 두어 학생들이 스스로 평가하고 질문하며 복합적으로 사고할 수 있도록 한다는 취지다.
이 교수는 무엇보다 “교사가 주인 행세를 하는 사고를 버려야한다”고 강조했다. 학생이 학교의 주인이고 고객이기 때문에 고객을 위한 섬김의 정신이 있어야 질 좋은 서비스가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교사와 학생, 마음과 정성이 있으면 통합니다. 통해야 배움이 있습니다. 가르치는 자에게 필요한 것은 바로 학생으로부터 배우고자 하는 자세입니다. 학생과 교사의 차이는 돈 주고 배운다는 것과 돈 받고 배운다는 것의 차이 뿐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합니다”
이 교수는 경북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한 후 동 대학원에서 석·박사 학위를 취득한 뒤, 중국사회과학원 박사후 연구원을 거쳐 2006년부터 강단에 서고 있다.
<김형 인턴기자 craigger@unn.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