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관련업체에서 실무를 배울 수 있어 좋았다. 영어 실력 향상에도 도움이 됐다.”
한국전문대학협의회가 지난 1월 동양공업전문대학에서 진행한 ‘2009년 전문대학생 해외인턴십’ 설명회. 플로리다대에서 프로그램을 마친 후 괌 PIC호텔에 취업한 윤예은씨는 “극심한 취업난 속에서 취직하게 돼 다행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뒤를 이어 일본 소니 엔지니어링에 취업한 조원준씨도 “높은 연봉을 받고 해외 취직을 하게 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예산·규모·참가대학 2배
‘해외인턴십’ 열풍이다. 각 부처가 청년실업 극복을 위한 대책으로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교과부는 전문대학에 이어 올해 처음으로 4년제 대학생 해외인턴십을 실시한다. 지식경제부는 ‘글로벌 무역전문가 양성 지원사업’을, 외교통상부는 어학연수와 인턴을 연계한 ‘한·미 대학생 연수취업(WEST) 프로그램’을 가동한다.
농촌진흥청은 ‘글로벌 농업인재 사업’, 여성부는 ‘국제전문여성인턴’을 벌인다. 각 부처의 파견규모는 대략 3000명에 이를 전망이다.
해외인턴십(이하 인턴십) 열풍의 물꼬를 튼 것은 다름아닌 전문대학이다. 지난 2005년 참여정부 때 처음 시작한 사업은 매년 확대돼 왔다. 최근 경제불황을 맞아 해외로 눈길을 돌리자는 이명박 정부의 취지와 맞물리면서 역점 추진과제가 됐다.
올해 사업 예산은 지난해에 비해 20억원 늘어난 51억원으로 잡혔다. 파견인원도 지난해보다 100여 명 늘어난 800명 내외다. 사업 시작 첫해인 지난 2005년 20억이었던 예산은 4년 만에 2.5배 뛰었다. 파견인원도 초기 368명에서 2배 넘게 뛰었다. 참가대학은 45개 대학에서 2008년 83개 대학으로 늘었다.
인기에 걸맞게 대학의 만족도도 높은 편이다. 전문대교협이 지난해 사업에 참여한 대학 담당 교직원과 파견학생 425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보니 ‘다음 사업에도 신청할 것’이라는 응답이 97.4%에 달했다.
■ 해외취업 연결 안 돼 문제
높은 인기에도 불구, 인턴십 본래 목적인 ‘해외취업’에서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사업은 확대됐지만 내실화가 도마에 오른다. 그동안의 추진실적을 보면 이유를 알 수 있다.
2005년에는 368명의 학생을 파견했지만, 해외 취업자는 26명에 불과했다. 2006년에는 282명을 파견했는데 이 중 해외 취업자는 28명이었다. 2007년 조사에서는 52명으로 늘었다. 그렇지만 인턴십 파견 학생 수가 463명으로 대폭 증가한 점을 감안할 때 큰 성과라 할 수는 없다.
취업의 질을 따지면 문제는 더 심각해진다. 학생들이 인턴십으로 일하는 곳은 중소기업이 대부분이다. 언어 문제 때문에 실제 전공과 관련한 전문직에서 일자리를 얻기는 힘들다.
비자 발급에 어려움을 느낀 전문대학이 대행업체에 이를 맡길 경우 부가적인 비용 지출도 우려된다. 한 전문대학의 관계자는 “‘인턴’이라는 단어가 들어가니 유학생 비자, 워킹홀리데이 비자 등을 제대로 발급해 주지 않아 대학이 애를 먹고 있다”고 말했다.
해외로 나가는 학생들에 대한 전문대학의 사전지도가 미흡하거나, 인턴십 현장에서의 현지 학생지도 체계가 구축이 되지 못할 경우 심각한 문제들이 발생할 수 있다. 일례로 중국에서는 인턴십 참가 학생이 한국인이 세운 회사에서 한국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국 상품을 판매하는 어처구니없는 경우가 적발되기도 했다.
한나라당 권영진 의원은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규모가 커지고 지원학생이 많아지면서 관리가 이루어지지 않고 사업목적에 걸맞은 역할을 못 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 전문대학 부담 대폭 늘어
기간이 너무 짧은 것도 문제다. 4개월로는 사업의 목적인 해외취업을 이루기 어렵다.
전문대학의 부담이 늘어나는 것도 사업에 짐이 되고 있다. 신청학생이 늘어나면 모자라는 돈은 전문대학이 내야 한다. 비용의 5분의 1 이상은 교비로 지원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전문대학의 부담은 2006년 4억 1700만원에서 지난해 13억1500만원으로 3배 이상 증가했다. 여기에다가 최근 폭등한 환율까지 생각하면 대학의 부담은 더욱 늘어날 예정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면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게 전문대학의 목소리다. 김종갑 전문대교협 대외협력부장은 “본래의 목적에 부합하려면 정부는 근로결과만 요구할 게 아니라 사전에 거점대학을 중심으로 집중 언어교육을 시킨다든가, 해당 국가에 맞는 교육을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개별 전문대학에 또 다시 추가비용이 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4년제 대학과의 형평성도 중요한 문제다. 올해 처음 시작하는 4년제 대학이 좋은 성과를 거두게 되면 자칫 몰아주기식 지원으로 바뀔 우려가 있다. 김 부장은 이에 대해 “정부는 사회적으로 어려운 환경에 처한 전문대학 학생들의 특수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