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수도 사람이니까 사람으로서의 온갖 욕망은 다 지니고 산다. 그러나 절제를 모르는 욕망은 거름더미 들추듯 악취를 풍기는데 이에 대한 책임은 누구나 같을 수가 없다. 교수는 남들이 다 해도 하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교수는 다수 젊은이들에게 인격까지 전수하고 세상에 내보내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만약 한국 대학생들이 너도나도 교수로부터 도둑질을 배우면 대한민국은 ‘도둑놈 공화국’이 된다.
교수는 지식 외에 인격을 전수하며, 이 학습효과는 강의실만이 아니라 은밀한 연구실이나 교문 밖 도처에서 그가 하는 행위에 의해 나타난다. 교수들이 남의 논문을 베껴 쓰고, 학위 취득과정에서 금품을 받아내고, 때로는 성추행도 하고, 선거 때마다 정치판에 나가 놀다 돌아오고, 이런 사람들을 ‘돌아온 탕자’처럼 그동안 집 지키던 교수보다 더 받들어 모시며 ‘장관님’ ‘의원님’ 하고 불러 주는 세상. 이것을 보며 학생들이 교수 사회에서 배우는 학습효과란 무엇인가?
논문 표절은 쉬쉬하는 경우가 많다. 자기 논문을 일부 수정만으로 또 베끼고 연구비를 또 타 쓰는 것을 보고도 교수들이 입을 다문다. 논문 표절이 가장 흔한 것은 제자들의 리포트를 교수가 가로채는 일이다. 제자들은 학점 잘 주고 예쁘게만 봐주면 이를 문제 삼지 않으며 죽을 각오 아니면 문제 삼을 수도 없다. 그리고 표절당하는 제자는 어느새 스스로 써 드리는 착한 제자로 바뀌고 그는 나중에 교수발탁 기회를 기대하게 된다. 교수가 되면 그때는 자기도 스승처럼 제자 것을 표절해서 빚을 대물림한다. 그러므로 이런 표절 세습이 들통나기는 어렵다. 이런 것이 밝혀지는 것은 운이 나쁠 때뿐이다. 제자가 숙제로 표절 논문을 제출한 후 교수가 이것이 장물임을 모르고 제 이름으로 자랑스럽게 발표했다가 들통나서 신문에 보도된 후 해직된 것은 정말 운이 나쁜 경우에 해당할 것이다. 그 교수는 자기 잘못은 접어두고 제자만 ‘죽일 놈’이라고 원망했었다.
지난번에 인터넷에 공개된 ‘표절 시리즈’에서 거명된 두 대학 총장 및 장관 후보자들과 청와대 수석비서관들의 경우는 그들이 그런 자리에 있지 않았다면 모두 아무 일도 없었을 것이다. 그러므로 누구나 어떤 계기로 만나서 털려지게 되면 표절 외에도 부동산 투기, 탈세, 상습적 성추행, 학위 위조, 입시 비리 등으로 굵은 먼지를 풀풀 날릴 교수가 적지 않을지도 모른다.
어디서나 비리는 특권의식과 주변의 '모른 척' 풍토로 더 많이 발생한다. 교수는 학생 위에 군림한다는 특권의식, 온 국민을 사교육으로 고통스럽게 하는 최종 목표지점의 주인이라는 특권의식, 그리고 서로 간섭하지 않고 나만 편하면 된다는 보신주의, 또 사회로부터 어느 정도 격리된 상아탑의 울타리 등이 비리를 길러내고 있다. 또한 교수는 장관 등 고위직으로 수평이동이 가능하다는 것 때문에 회전문 드나들 듯 대학과 정계 사이를 무상출입하는 폴리페서가 나온다.
이런 모든 사태는 한국 대학의 국가경쟁력을 극도로 약화시키고 세상을 오염시킨다. 폴리페서들의 강의 부실·연구부실로 인한 학습권 침해도 큰 문제지만 가장 흔한 학생들 논문 표절 행위는 교수 수준이 그 논문 수준 이하일 테니까 한국 대학의 연구 수준을 학생 수준 이하로 격하시키고 있다고 해도 할 말이 없다. 여기에다 자기 아류가 되지 않으면 가차없이 밀어내는 예술계도 있고, 그런 제자만 교수로 채용해서 학문의 근친상간을 지속시키는 교수가 많다면 한국 대학은 언제쯤 세계적인 대학이 될까. 지난번에 일본에서 노벨 수상자가 3명이나 나왔을 때 한국에선 명문대 표절 총장이 ‘표절은 관행이다’라고 변명하고 있었으니 슬픈 일이다.
이런 부끄러움과 결별하려면 교수들이 교수협의회에 적극 참여하며 학생들의 비판의 목소리도 수용하고 의결기구를 통해서 윤리적 제제 장치를 강화해야 한다. 그리고 폴리페서들이 회전문을 통해 개선장군처럼 들락거리는 휴직제도 자체도 없애 버려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