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학협력은 대학과 기업은 물론 지역사회, 나아가 국가경쟁력에도 기여한다는 점에서 우리나라뿐 아니라 해외 대학들도 적극 나서고 있다. 지난해 말 한국학술진흥재단(이하 학진)이 발간한 <대학산학협력백서>에 소개된 미국·핀란드·중국의 산학협력 사례를 통해 국내 산학협력 활성화를 위한 시사점을 모색해 봤다.
■미국 대학들, 기술이전·사업화 ‘활발’= 미국 대학들의 산학협력은 기술이전과 사업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특히 1980년 정부 지원을 받아 이뤄진 연구 결과물에 대해 대학 등 연구수행 기관이 지식재산권을 갖도록 하는 ‘바이-돌(Bayh-Dole)법’이 제정되면서 미국 대학들의 기술이전과 사업화 활동은 본격화되기 시작했다.
미국대학기술관리자협회(AUTM)가 2007년 미국의 162개 주요 대학과 27개 연구기관을 대상으로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2006년 한 해 동안 특허출원은 1만 5908건, 기술이전계약은 4963건에 달했다. 또한 697개의 신제품이 대학으로부터 이전된 기술에 의해 탄생했고 기술이전과 사업화를 통해 미국의 168개 주요 대학 중 캘리포니아대·뉴욕대 등 30여 곳은 2006년 1000만 달러 이상의 수익을 올렸다.
미국 대학들이 기술이전을 넘어 대학의 기술을 기반으로 한 회사 창업에도 적극적이란 점 또한 주목할 만하다. 이는 창업이 일자리 창출→지역경제 활성화→세금 수익을 통한 지역사회 기여라는 선순환 구조를 만든다는 사실을 미국 대학들이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AUTM에 따르면 2006년에만 미국 대학들은 적게는 1~3개, 많게는 10~20개의 회사를 창업한 것으로 나타났다.
산학협력 전문가들은 미국 대학들의 기술이전과 사업화의 성공 배경을 무엇보다 기술이전과 사업화를 위한 조직 정비·우수 전문가 영입 등 대학의 관심과 투자에서 찾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코넬대다. 코넬대는 2004년 의과대 기술개발실·특허기술이전실·코넬연구재단 등을 하나의 행정조직으로 통합해 기술이전센터인 CCTEC(Cornell Center for Technology Enterprise & Commercialization)를 설립했다.
CCTEC에는 지난해 6월 말 기준으로 기술사업화팀 15명, 특허관리팀 3명 등 총 36명의 정규직원이 근무하고 있으며 코넬대는 CCTEC를 통해 2007년 회계연도 기준으로 미국 내 특허 정규출원 129건, 해외 특허출원 140건 등의 성과를 거두고 있다.
■핀란드 기술경쟁력의 핵심, 산학협력= OECD는 1999년부터 국가의 기술경쟁력 평가에 ‘미국·일본·유럽연합 특허청의 동시 등록 특허’를 뜻하는 ‘3극(triadic) 특허’ 기준을 사용하고 있다. 3극 특허 기준으로 봤을 때 핀란드는 인구 100만 명당 3극 특허 건수에서 스위스에 이어 2위를, GDP 대비 3극 특허 건수에서는 1위를 각각 기록했다. 그리고 핀란드가 세계적으로 최상위 수준의 특허를 보유할 수 있는 밑바탕에는 대학과 기업의 산학협력이 깔려 있다.
핀란드의 산학협력 발전은 범국가적인 협력 체계에서 비롯됐다는 점이 눈에 띈다. 핀란드는 1967년 ‘피고용자발명법’을 제정, 교수와 대학 연구자가 지적재산권을 소유할 수 있도록 했으며 2000년 이후 혁신서비스 발전을 위해 정부의 특별자금을 대학에 지원했다. 또한 2004년에는 대학법에 교육과 연구에 이어 (교육과 연구) 결과의 사업화가 도입됐다. 핀란드 의회는 연방자금 이용 연구의 특허·지적재산권 확대를 보장한 미국 ‘바이-돌법’의 핀란드 버전 법률을 2006년 통과시켰다. 현재 핀란드 교육부는 라이선싱과 창업 촉진을 위한 국가정책을 준비하고 있다.
■중국 대학기업의 교훈=중국의 대학기업은 1980년대 중반 이후 성장세를 보이면서 중국 산학협력의 대표적 모델로 자리 잡았다. 현재 중국의 하이테크산업 분야에서 주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은 다국적기업들이지만 중국 토종기업들도 상당 부분 역할을 하고 있다. 또한 중국 토종기업 대부분은 중국 대학 및 공공연구소와 관련이 깊다. 실제 컴퓨터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중국 토종기업인 북대방정과 칭화동방은 각각 베이징대와 칭화대를 발원으로 삼고 있다.
중국 대학기업들은 모 기관의 특혜와 지원 속에 빠르게 성장했으며 적지 않은 수가 주식시장에 상장될 정도로 대형기업으로 성장했다. 이는 2000년대 초 하이테크 벤처의 성공적인 모델로 꼽혀 국내에도 널리 소개된 바 있다.
그러나 산학협력 전문가들은 중국 대학기업을 우리가 벤치마킹해야 할 모델로 삼는 것은 무리라고 지적한다. 학진 관계자는 “우리에게 흔히 성공적인 벤처 창업의 모델로만 알려져 있는 중국의 대학기업은 중국 사회 속에서 수많은 논쟁을 야기했다”면서 “중국 당국 역시 2000년대 들어 대학기업이 갖고 있는 문제점에 주목해 대학기업 개혁을 추진하고 있음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중국은 어떤 방향으로 대학기업 개혁을 추구하고 있을까? 첫째, 중국은 대학 산하에 지주회사를 설립하고 대학이 기업에 투자하되 투자한 만큼만 책임지도록 함으로써 기업의 실패에 따라 대학재정이 심각해지는 것을 방지하고 있다. 둘째, 대학으로부터 창업한 기업이라 해도 대학의 명칭을 기업 명칭이나 제품 명칭에 사용하는 것을 금하고 있다. 이는 중국의 대학기업들이 모기관인 대학과 공공연구소의 명칭을 활용함으로써 국가 소유의 대학과 연구소의 자산을 특정 기업이 독점한다는 논란을 야기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중국은 대학기업의 개혁을 위해 대학교수나 연구원이 기업의 임직원을 겸임하는 것을 제한적으로 허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