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연섭 칼럼
하연섭
한국대학신문 칼럼
[하연섭 칼럼] 연세대 국제처장, 행정학과 교수
교육역량강화사업 성공하려면...
하연섭 본지 논설위원·연세대 행정학과 교수
금융위기에 이은 경제불황으로 거의 모든 사람이 힘겨워하고 있지만, 우리 사회의 미래를 짊어지고 나갈 인적자원에 대한 투자에 인색해서는 안 된다는 사회적 합의가 이뤄져 가고 있는 것 같아 다행이다.
대학에 대한 최적의 재정지원방식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지만, 그간의 시행착오와 많은 고민 끝에 현 정부에서 새롭게 도입한 대학에 대한 예산지원방식이 이른바 포뮬러 펀딩의 교육역량강화사업이다. 교육역량강화사업은 기존의 재정지원방식에 대한 두 가지 반성 위에서 출발한 것이다.
첫 번째는 정부의 재정지원이 대학의 연구역량강화에만 집중됨으로써, 실제로 인재를 키워내는 대학의 교육기능을 상대적으로 소홀히 해 왔다는 데 대한 반성이다. 두 번째는 대학으로 하여금 교과부가 발표하는 특정사업에 지원케 해 대학의 발전 방향과 목표를 대학 스스로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정부가 이를 결정하려는 관치위주의 대학지원이 지속돼 왔다는 데에 대한 반성이다.
이 같은 반성 위에서 시작된 교육역량강화사업은 대학의 교육기능과 관련성이 높은 핵심지표로 구성된 포뮬러를 통해 재원을 지원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핵심지표에는 취업률, 학생 충원율, 국제화 수준, 전임교원 확보율, 장학금 지급률, 학생 1인당 교육비 등이 포함돼 있다.
이러한 객관적·정량적 지표를 통해 우수대학을 선정·지원하고 지원 예산에 대해서는 예산 집행의 자율성을 보장함으로써, 대학 간 교육여건 개선과 성과창출 경쟁은 더욱 촉진되고, 대학의 자율성·다양성은 더욱 신장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교육당국의 기대일 것이다.
지난해 처음 시작된 교육역량강화사업은 지난주 발표로 시행 2년째를 맞았다. 모든 정책이 성공하려면 전제조건이 충족돼야 하고, 시행과정에서 나타나는 문제에 대처할 수 있는 보완장치가 마련돼야 한다.
교육역량강화사업과 관련해 제기되는 문제는 크게 두 가지다. 먼저 각 대학의 교육여건 및 성과지표의 진위를 어떻게 가려 낼 것인가의 문제이며, 자율적 재정집행 보장과 대학의 경쟁력 강화를 어떻게 연결할 것인가의 문제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해 나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정부의 철저한 사업관리가 전제돼야 할 것이다. 먼저 허위 정보를 공시한 대학에 대해서는 강력하게 제재를 가하고 지표의 신뢰성을 높일 수 있는 지속적인 보완책 마련이 필요하다. 또한 대학의 사업 수행에 대해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하면서도 방만한 예산집행을 막을 수 있는 견제장치가 마련돼야 한다.
하지만 정부의 이 같은 노력에 앞서 대학의 성숙된 자세가 전제돼야 하는 건 아닌지 대학이 스스로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대학의 정보를 교육 수요자에게 정확하게 공개하고 수요자의 겸허한 평가를 받을 수 있는 대학의 성숙된 자세와 대폭적으로 확대된 자율성을 대학 자체의 발전계획과 연계된 창의적·독창적 사업수행으로 연결시킬 수 있는 대학의 의지가 선행돼야 하기 때문이다.
포뮬러 펀딩 방식의 예산지원이 대학 예산 지원방식의 최적화된 방식이라고 강변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대학의 자율성 신장, 대학 간 경쟁 촉진 그리고 학생의 교육에 대한 관심과 지원 강화라는 측면에서는 기존의 예산 지원방식과 비교할 때 진일보한 제도라는 데 대해서는 이견을 달기 어려울 것이다.
제도 시행과정에서 생겨나는 지엽적인 문제를 제도 그 자체의 문제로 끌고 가기보다는 점진적 개혁의 지혜를 믿고 제도를 다듬어 나가는 데 대학 관계자들의 힘을 모아야 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하연섭 칼럼 | 입력 : 09-04-17 오후 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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