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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일평 선린대학 총장 "머잖아 4년제로 전환"
의과대 설립 예정...튤립축제는 인성교육의 뜻

포스코를 지나 소나무 숲이 울창한 길로 접어들면 선린대학 정문에 다다른다. 정문에서 방문객을 맞는 것은 울긋불긋한 튤립들. 평일인데도 불구하고 아이들이며 어른이며 튤립 구경이 한창이다. 튤립축제는 전일평 선린대학 총장의 작품이다. 현재 7년째 진행 중인 튤립축제는 해마다 5만명 이상이 찾을 정도로 대규모 지역축제로 발전했다. 튤립이 한창인 선린대학 캠퍼스에서 전 총장을 만났다.

대담 : 심준형 본지 발행인


- 튤립축제는 어떻게 시작됐나요.

막내아들이 고2였을 때 우연히 아들의 수업시간표를 보게 됐어요. 음악 시간에 수학이, 미술 시간에 영어가 적혀 있더라고요. 교육자의 한 사람으로서 적잖이 놀랐습니다. 입시 위주 교육 때문에 고등학교에서 인성교육을 하지 못하면 대학에서라도 해야 한다는 책임의식이 생겼어요.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했는데 어느 날 한 공장 앞길에 꽃이 가득 심어져 있는 것을 봤습니다. 그게 그리도 예뻐 보이더군요. 꽃이라는 게 사람의 심성을 순화하고 메마른 감정을 치유하잖습니까. ‘바로 이거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 다른 꽃도 많았을 텐데 왜 튤립인가요.

튤립은 사랑을 뜻합니다. 다만 꽃의 색깔에 따라 꽃말이 달라지죠. 예를 들어 붉은색은 불멸의 애정을, 노랑은 가망 없는 사랑을 뜻합니다. 우리 학교 교훈이 믿음·소망·사랑입니다. 사랑을 표현하는 꽃이기 때문에 우리 대학과 잘 어울립니다. 학생들이 교직원과 인사하는 방법이 있는데요, 두 팔을 머리에 올리고 하트를 만드는 겁니다. 그리고 튤립은 유일하게 완벽한 꽃이기도 합니다. 뿌리, 줄기, 꽃대 등 풀로서 꽃을 피우는 생명체 중 모든 걸 갖춘 것은 튤립밖에 없지요. 게다가 혹한을 이겨내고 매일매일 올라오는 튤립을 보면 경이로움마저 느껴집니다.


- 처음에 반대하는 분들도 많았을 것 같은데요.

튤립축제를 열겠다고 하자 교수님 두 분이 굉장히 반대했어요. 꽃 심는다고 무슨 이익이 생기느냐는 거였죠. 처음 1000만원으로 시작했는데 ‘그럴 돈 있으면 학생들에게 장학금 주는 게 더 이익 아니냐’고 하더군요. 그래서 ‘죽음에 다다른 갑부들이 잠시 동안 생명을 연장하기 위해 1cc에 2000만원이나 하는 엔돌핀 주사를 맞는다고 하는데, 바로 그 엔돌핀이 자연을 보고 감동할 때 나오는 거다. 꽃을 보고 감동하면 그게 바로 2000만원 버는 거 아니겠느냐. 1년 동안 해 보고 아니다 싶으면 하지 않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시작하자마자 지역주민들이 몰렸어요. 반대하시던 교수님 두 분은 ‘학장님 대박입니다’라고 놀라시더라고요.


- 튤립축제 효과가 생각보다 상당하군요.

그렇죠. 지난 2005년에는 전문대학학장협의회에서 성공사례로 발표도 했으니까요. 발표를 하자 30여 개 전문대학이 벤치마킹해 갔습니다. 그래서 네덜란드에서 구근 수입해 심는 방법까지 알려줬죠. 그렇지만 현재 전문대학 중 어느 곳도 못하고 있어요. 선린대학처럼 튤립축제를 열겠다고 하니까 교수들이 벌떼같이 일어났다고 합니다. 저는 2년 동안 고민한 내공이 있어서 반대하는 사람들을 설득했지만 다른 대학은 그러질 못한 거죠. 지금은 튤립을 4~5만 송이 심었고, 팬지·데이지·히야신스 등 향이 나는 봄꽃을 같이 심었어요. 10만 송이 이상의 꽃이 캠퍼스에 있습니다.


- 선린대학은 올해 개교 40주년을 맞았죠?

지난 1969년 포항에서 도립 간호고등기술학교로 출발했습니다. 박정희 대통령 시절 서독으로 광부와 간호사를 수출할 때죠. 이후 1983년에 선린학원이 설립됐어요. 김종원 선린병원 설립자가 선린대학을 인수합병하고 재단법인화했습니다. 그리고 오늘날 22개 학과 3000명의 학교로 성장했습니다. 40년 동안 1만 8000여 명이 졸업했고, 특히 간호학 분야에서는 포항지역에서 독보적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 선린병원 설립자가 장인어른인 걸로 압니다.


맞습니다. 김종원 설립자는 ‘한국의 슈바이처’로 불리시는 분이에요. 제가 15년을 함께 지냈는데 삶과 철학 등에서 굉장히 많은 영향을 받았습니다. 무소유를 원칙으로 하시는 분이기도 하죠. 선린병원·선린대학을 ‘내 것’이라고 생각지 않으시고 ‘우리 것’이라고 생각하셨어요. 사유화해서는 절대 안 된다고 강조하셨고, 가족 중 어느 누구도 병원이나 학교에 들이지 않았습니다. 암으로 쓰러지셨을 때 마침 제가 박사학위를 받고 선린대학에 평교수로 들어왔었는데 그분께서는 ‘내 사위라고 해서 총장이 될 수는 없다. 나는 대학의 미래를 책임질 유능한 교수를 총장으로 선임할 것이다. 만약 총장이 되고 싶으면 그만큼 노력하고 다른 사람에게 인정을 받아라’라고 하셨어요.


- 원칙을 철저하게 지킨 분이셨던 것 같네요.

제가 결혼했을 때는 당시 한국에 자가용이 몇 대밖에 없을 때였어요. 장인어른이 자가용을 가지고 계시더군요. 한 번 타 보고 싶어서 ‘경주에 가고 싶은데 차 좀 빌려 줄 수 있으십니까’ 했더니 딱 잘라서 ‘그건 안 된다’고 하시더군요. 제가 서운해하니 장모님께서 ‘자가용은 병원에서 공적으로 사 준 관용차이기 때문에 몇 번을 졸라도 공적인 일 외에는 못 쓰도록 하실 걸세’라고 하셨습니다. 생활에도 빈틈이 없었습니다. 식사 시간은 무조건 아침 6시·낮 1시·저녁 7시로 정해졌어요. 1분이라도 늦거나 빠른 법이 없었습니다. 출근은 정확하게 아침 8시였고요. 경비가 들어오시는 걸 보고 시계를 맞출 정도로 철저하셨습니다.



- 설립자 이후 선린대학의 성장세는 어떤가요.

선린대학은 그동안 국제화 부문에 신경을 많이 써 왔습니다. 미국 엠포리아주립대와 학술 교류 협정을 체결해 활발히 운영하고 있죠. 한 학기 등록금이 6500달러 정도인데, 다른 대학과 달리 선린대학 학생들은 3분의 1만 내고 있어요. 주에 거주하는 학생과 마찬가지로 우대받고 있지요. 미국 실리콘 밸리에 자리한 노스웨스턴폴리텍대(NPU)와 MOU를 체결해 1·2학년을 국제정보경영과에서 공부하고 졸업장을 받은 후 3·4학년을 NPU에서 졸업하기도 하죠. 15개 나라 88개 대학과 자매결연을 했어요. 힘든 일이었지만 결과들이 좋아 국제화의 모델 대학이라고 자부하고 있어요.


- 해외 유학제도가 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학생들이 해외에 자연스럽게 공부하러 갈 수 있는 게 뭘까 고민하다 ‘스터디어브로드프로그램(SAP)’을 만들었어요. 한 번에 유학을 갈 수 없으니 5단계로 나눠 공부를 시키는 것이지요. 1단계는 일주일에서 열흘 동안 유학하고자 하는 대학이나 나라를 선택에 문화탐방을 다녀오게 합니다. 그러면 언어를 공부해야 하겠다는 의욕이 높아집니다. 2단계는 한 달 정도 유학할 국가에서 홈스테이를 하면서 문화체험과 언어연수를 겸하게 합니다. 3단계는 직접 해외 실습을 나가게 합니다. 간호사의 경우 병원 실습이 되겠죠. 4단계는 한 학기 또는 1년짜리 언어연수나 인턴십을 하게 됩니다. 그리고 최종 5단계에는 편입하고 그곳에서 졸업하도록 합니다. 희망자는 누구나 보내 주고 있어요.


- 10년 후의 선린대학은 어떤 모습일까요.

김종원 선린병원 설립자는 개인의 재산을 공익화해 1000억원을 한동대에 기증하셨습니다. 지금은 선린병원이 다시 독립이 됐어요. 그분 생전 꿈은 의과대학 설립이었는데요, 그 꿈을 이어받아 선린병원과 합친 후 의과대학을 만들려 합니다. 전문대학이다 보니 의과대학을 설립하기가 어렵죠. 그래서 우선 선린대학을 4년제 대학으로 바꿀 생각입니다. 가까운 지역에 부지 30만평도 확보했습니다. 5월 초나 말이면 첫 삽을 뜨게 됩니다. 이제 스위치만 누르면 꿈이 현실로 바뀌게 될 겁니다. 앞으로 3~4년 안에 어느 형태로든 비전이 현실로 다가올 겁니다. 이런 꿈에 부풀어 요즘 잠을 잘 못 이룰 정도예요.

사진 한명섭 기자
prohanga@hanmail.net


전일평 총장은...

해군사관학교 27기(행정학). 연세대에서 행정학 석사, 단국대에서 행정학 박사를 받았다. 이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대 대학원에서 국제정치학 석사를 받았다. 선린대학 비서행정과 교수, 기획실장을 거쳐 2000년부터 선린대학 총장으로 일하고 있다. 대구·경북지역 전문대학장협의회장,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감사 등 대외활동도 활발히 하고 있다.
김기중 기자 (gizoong@unn.net) | 입력 : 09-04-24 오후 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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