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⑧인성교육: '무엇을 어떻게' 실행 프로그램 없다
<대학 정체성 확립과 신뢰회복 시리즈>
취업만능에 매몰 '최대의 딜레마'

“학점도 비슷하고, 토익 점수도 비슷하다. 봉사활동을 했다고는 하지만 그걸 가지고 뽑을 수는 없는 일이다. 기업의 입장에서 볼 때 지원하는 학생들이 너무나도 ‘획일적’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모 대기업의 인사담당자가 최근 입사지원자들을 두고 한 이야기다. 담당자는 “과거에 비해 최근 대학생들의 ‘스펙’이 좋아지긴 했지만 오히려 ‘정신’은 나약해진 것 같다. 개성을 넘어 개인주의적 경향이 너무 강하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판가름은 어디서 나는 걸까.
“서류에 적힌 것들은 대부분 비슷하지 않느냐”는 그는 “직접 대화해 보고, 같이 겪어 봐야 진짜가 나온다”고 말했다. 또 이와 관련 “기업이 진짜로 원하는 것은 인성교육”이라고 밝혔다.





■ 인성교육은 대학의 ‘딜레마’

인성교육은 최근 대학가의 화두다. 거의 모든 대학이 대학의 장기 비전에 인성교육 강화를 의례적으로 내세우고 있다. “대학 소개에서 빠지지 않는 게 세계화와 인성교육”이라는 우스갯소리도 있을 정도다.

각 대학이 인성교육을 강조하고 있지만, 실제로 학생들의 인성 함양을 위해 무엇을 어떻게 가르치는지는 잘 드러나지 않는다. 대학이 내세우는 인성교육의 핵심이 무엇인지, 그리고 어떤 과목을 개발해 몇 시간씩 가르치고 최종 목표는 뚜렷하게 무엇인지에 대한 논의가 없다는 뜻이다.

이런 문제는 ‘인성교육’이라는 말 자체가 모호한 개념이다 보니 발생한다. 한 대학의 교양강좌 담당자는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이지만 다른 대학들이 내세우니 하긴 해야겠고, 하자니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몰라 애를 먹고 있다”고 말했다.

유원준 경희대 문과대학 부학장은 이에 대해 “원래 인성교육은 어렸을 때 해야 한다. 그런데 중·고등학교 시절 정신없이 입시에 매달리다 보니 제대로 될 리가 없다. 그런 상태의 학생들이 대학에 올라오니 대학이 상당부분 인성교육의 역할을 짊어지게 됐는데, 대학에 인성교육을 전부 떠넘기는 것은 사실 옳지 않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그는 “상황이 어찌됐든 현실적으로는 대학이 신경을 써야 하는 것은 분명하다”면서 “대학이 인성교육을 전담할 수도, 그렇다고 외면해도 안 되기 때문에 인성교육은 ‘딜레마’가 돼 버렸다”고 지적했다.

대학의 환경도 인성교육을 어렵게 만든다. 유 부학장은 “미국의 대학은 연구중심과 교육중심 대학의 구분이 뚜렷하다. 반면 우리나라 대학들의 시스템은 교육중심 대학인데 평가는 연구중심 대학처럼 받고 있다. 이러다 보니 대학도 고등학교처럼 성과를 내도록 강요받고 있다. 교수들 입장에서는 학생들 면담하는 것보다 연구 성과 하나라도 더 내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인성교육에 크게 신경 쓸 수가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 인성교육을 경쟁력으로 봐야

그렇다면 인성교육은 왜 애물단지로 전락해 버렸을까. 유 부학장은 이에 대해 “대학이 인성교육을 외면하는 가장 큰 이유는 ‘인성교육이 경쟁력’이라는 생각을 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경성대 인성교육 담당자인 박의영 목사도 이 점을 문제로 지적했다. 박 목사는 “많은 대학들이 취업에 목표를 두고 있다. 취업을 위해서는 기술적 교육도 필요하지만, 기업들이 요구하는 것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박 목사는 “최근에는 법조계와 의료계까지 인성교육을 요구하고 있다. 대학이 먼저 필요성을 느끼고 전문적 인성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데 많은 투자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손동현 성균관대 학부대학장 역시 “대학은 최대의 경쟁력이 ‘도덕성’이라는 사실부터 알아야 한다”면서 “인성교육이 눈에 보이지 않고 결과를 측정하기도 어렵기 때문에 소홀해도 괜찮다고 생각하는 대학이 많은데, 이럴수록 더욱 치밀한 매뉴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구체적·세분화 프로그램 필요

인성교육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하더라도, 모호한 개념을 구체화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손동현 학장은 “인성교육은 단순한 지적 교육이 아니라 정서적·의지적·도덕적인 면을 다 포함해야 하기 때문에 함께 생활하면서 키우는 게 가장 효과적”이라면서도 “이런 일을 하려면 대학이 학생 수를 대폭 줄여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그래서 우선 최대한 구체적 인성교육 프로그램을 만드는 일부터 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양혜련 수원여자대학 경영정보과 교수는 이에 대해 “해당학기의 강좌 목표를 정하고 거기에 필요한 내용만을 선정해 배치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내용을 구성하는 것과 함께 세분화할 필요도 있다. 백과사전식으로 한 학기에 무리하게 모든 것을 포함시키다 보면 일관성 없는 교육과정 혹은 겉핥기식 교육과정으로 비판받기 쉽기 때문이다. 박의영 목사는 “필수·선택과목뿐 아니라 전공 분야에 맞는 인성교육 과정을 만들 필요가 있다”면서 “인성교육의 범위를 좀 더 세분화해 각 학과에 맞는 인성교육을 개발해야 효과가 더 클 것”이라고 말했다.

손동현 학장은 “성균관대 같은 경우 유학사상 자체를 따분하게 여기다 보니 유학의 역사적 지식은 줄이고 자연스레 인성을 기를 수 있도록 하고 있다”면서 “유교와 현대사회라든가, 유교와 과학사상 등으로 지금의 학생들에게 관심 있는 주제로 변신을 시키되 기조는 그대로 두는 등 치밀한 연구가 필요하다. 과목들을 통섭 형식으로 다양하게 개발하는 일도 절실하다”고 말했다.

양혜련 교수는 인성교육을 표방하는 대학들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인성교육네트워크를 운영할 것을 제안했다. 그는 “대학연합으로 구성된 인성교육네트워크가 교재와 교수방법을 제공한다면 대학들이 좀 더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인성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초중등교육에서부터 체계화 바람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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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중등교육은 물론 고등교육에서의 인성교육도 그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몇몇 대학에서는 교양 필수과목과 선택과목 등에 인성교육을 포함시켰고, 별도의 인증제도 운영하고 있다. 서당 등 교육센터를 만들어 인성교육 함양에 나선 대학도 있다.

동국대는 실습과목인 ‘자아와 명상’을 두 학기에 걸쳐 이수하고, ‘불교와 인간’ 과목을 수강해야 한다. 사회봉사는 선택과목으로 두었다. 자체 인증 프로그램인 참사랑 인증제를 운영한다. 학생경력개발원측은 “지난해 하반기 인증내용을 수정하면서 봉사부분을 강화했다”면서 “지식은 물론 인성을 겸비한 인재를 양성하는 게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성균관대는 지난 1996년부터 3품(인성·국제·정보품)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인성품을 따려면 교양영역의 ‘유학사상과 가치관 영역’ 7과목 중 한 과목을 이수해야 한다. 봉사활동은 40시간 이상 이수해야 한다.

경성대는 지난해부터 ‘기본 인성교육’과 ‘심층 인성교육’을 실시한다. 기본 인성교육은 매주 여러 분야의 외부강사를 초빙해 강의를 진행한다. 심층 인성교육은 좀 더 전문적인 분야에서 진행된다. 1년 과정으로 진행되며, 희망 학생에 한해 다시 1년 과정을 들을 수 있다.

경희대는 지난달 고황서당을 개소했다. 문과대학 402·403호를 개조해 만든 현대판 서당이다. 서당식 교육체험을 비롯해 한자특강, 외국인 학생 예절교육 등의 공간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경희대는 “예의나 인성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외국인 학생들에게 다도 등 우리 전통의 모습을 보여 주고 싶어서 만들었다”고 밝혔다.

개관 기념으로 무료 한자 특강, 전공별 교육 등을 하고 있다. 구체적인 프로그램은 향후 고황서당 위원회가 만들어갈 예정이다.

김기중 기자 (gizoong@unn.net) | 입력 : 09-04-24 오후 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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