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대학신문에서 연재하는 칼럼입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미래는 인간의 본능적인 관심사다.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지만 미래를 미리 내다보고 싶은 것은 인지상정이다. 지나간 과거는 바꿀 수 없고 현재는 긴박하게 대처해야 하는 대상이지만 미래는 미리 예측하고 준비하는 정도에 따라 어느 정도 변화시킬 수 있다. 때문에 개인뿐만 아니라 조직이나 사회, 국가도 미래에 대해서는 지대한 관심을 갖는다. 조직이 내세우는 비전이나 국가가 제시하는 미래 청사진은 바람직한 미래에 대한 염원의 표현이다.
미래예측은 점성술이나 사주팔자에 의한 예견이 아니라 객관적 자료나 과학적 방법론에 따른 예측이 되어야 한다. 데이터에 근거해 과거에서 현재까지의 추세를 따져보고 현재의 상황을 분석해 본다면 전반적 트렌드나 가까운 미래의 상황은 어느 정도 예측 가능할 것이다. 물론 완전할 수는 없지만 막연한 바람이나 근거 없는 추측과 미래예측은 근본적으로 차원이 다르다.
어느 사회건 사회변화의 원동력은 과학기술 발전이기 때문에 과학기술 발전의 추이를 정밀하게 검토해 보면 과학기술이 바꾸는 미래 사회의 방향을 가늠할 수 있다. 기술예측이 미래예측의 출발점이 되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프랑스의 저명한 미래학자 자크 아탈리는 “자동차가 속력을 낼 때 전조등은 더 멀리 비춰야 하는 법이고, 세상이 점점 더 빨리 돌아가고 있기 때문에 어느 때보다도 미래 예측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역사를 살펴보더라도 미래예측의 성패 여부는 기업경영이나 국가전략에 있어서 결정적 역할을 해 왔다. 로열더치셸의 미래전문가 피터 슈워츠는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소련의 몰락을 예측해 단숨에 업계를 장악했고, 거대기업이었던 웨스턴 유니온은 그레이엄 벨이 발명한 전화의 미래가능성을 외면해 업계에서 도태되고 말았다. 비근한 예로 미국이 대형테러의 징후를 감지하지 못해 결국 9·11이라는 전대미문의 참사를 막지 못했던 것을 들 수 있다.
오늘날 유럽 국가들은 기술예측에 기반해 국가 미래의 밑그림을 그리는 작업을 중요한 국가적 과제로 추진하고 있다. 국가 미래상을 보여주는 ‘비전’ 제시는 그 일환이다. 비전은 임의적 예견(prediction)이 아니라 사회공동의 의지와 바람이 담긴 기대(anticipation)가 돼야 하고, 기술이나 트렌드 분석에 기반한 미래예측(foresight)이 돼야 한다. 가령 프랑스는 국립과학연구소를 중심으로 필드서베이를 통한 장기예측을 하고 있고 덴마크는 ‘테크놀러지 2015 프로그램’을 통해 시장과 사회의 수요에 대응하는 미래기술 발전을 준비하고 있다. 독일은 일본 과학기술정책연구원(Nistep)과 공동으로 델파이 기법으로 포사이트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기술예측을 통해 이뤄지는 이런 미래예측은 미래를 준비하는 국가정책의 중요한 부분이 되고 있다. 정부정책이나 국가예산에서 미래예측을 연계해 전략을 추진하는 것은 더 이상 낯설지 않다. 노키아의 나라 핀란드는 인구 520만명에 불과한 작은 나라지만, 세계경제포럼이 매년 발표하는 국가경쟁력 순위에서 줄곧 1위 자리를 고수하고 있다. 국가경쟁력 1등 국가인 핀란드에서는 의회에 미래위원회를 상설적으로 운영하면서 정부정책에서 미래전략이 제대로 추진되고 있는지를 점검·조사하는 기능을 담당하게 하고 있다. 1994년 정부의 싱크탱크로 설립된 영국의 미래전략연구소도 유명하다. 2002년에는 미래전략연구소 등 미래전략 담당 3개 기관을 총리실 산하 미래전략청으로 통합하기도 했다.
과학기술 발전의 변화를 정확히 읽고 우리를 둘러싼 환경변화를 제대로 감지해야 변화에 대응할 수 있다. 우리 사회도 이제는 미래예측과 미래연구에 관심을 가져야 하며 대학에서도 미래학 연구의 씨앗을 뿌려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