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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대학신문 칼럼] 한국대학신문
[기고]‘월드 클래스’를 위하여
송경안 전남대 학무정책실장(독문과 교수)
전남대의 연간 연구비가 100억원을 돌파했다고 떠들썩했던 것이 15년 전쯤의 일로 기억되는데 2008년 연구비가 1000억원을 넘어섰다. 가히 ‘경이로운 성장’이라고 하겠다. 돌이켜 보면 해방과 한국전쟁 이후 우리 대학의 역사, 혹은 우리 현대 학문의 역사는 고작 50여 년밖에 되지 않는다. 이 과정에서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기도 했지만 분명한 것은 엄청난 양적, 질적 성장을 했다는 것이다.

1960년대 말 초등학교 졸업가를 개사해서 “어떤 사람 팔자 좋아 중학을 가고~”라고 흥얼거렸고 1973년 대학에 입학해 초등학교 동창생 가운데 대학 갔다는 수를 헤아려 보니 다섯 손가락 절반밖에 안 차던 시절이 있었다. 그런데 30여 년의 세월에 세계 최고의 대학진학률을 기록한 나라가 되었다니 ‘경이롭다’라는 말밖에 적절한 표현이 없다.

이 같은 ‘경이’는 비단 대학뿐 아니라 우리 사회 거의 모든 분야에서 통계적으로 확인되는 현상일 것인 바 가히 ‘경이와 축복의 나라’라고 할 만하다. 대학의 연구비 지원도 마찬가지다. 필자가 속해 있는 인문계열의 경우 1990년대 전반까지 몇 백만원의 소액 개인연구 중심 지원에 그치다가 1990년대 후반 들어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느낌이었다. 과제당 연구비 지원 규모가 2배가량 늘어난 것이다.

이후 2000년대에 들어 연구비 지원정책은 또 다른 패러다임을 창출했는데 중대형 및 다년과제 지원의 시작이 바로 그것이다. 2002년 시작된 한국학술진흥재단의 기초학문육성지원 사업이 대표적인 예다. 이 사업으로 인문계열에 억대의 연구비 시대가 열렸으니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이라 할 만하다. 이러한 중대형 과제 지원은 연구집단의 개념을 형성했고 이들은 대규모 공동연구를 통해 이전에 개인중심 연구에서 기대할 수 없었던 성과들을 올렸다. BK(Brain Korea)21 사업이나 인문한국(Human Korea) 사업 등도 같은 맥락에서 평가할 수 있겠다.

2008년 교육과학기술부는 세계적 연구중심대학(World Class University) 사업을 내놓았다. 이 역시 우리나라 연구지원 정책에서 또 다른 지평을 연 사업이라고 하겠다. ‘World Class’라는 목표 자체는 추상적이고 구호적인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큰 의미를 부여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일단 외국인 학자들을 정부가 공식적으로 연구사업에 끌어들인 것은 연구정책의 새로운 패러다임임에 분명하다. 노벨상 수상자급은 물론 그에 버금가는 수십명의 외국인 학자들을 국내 대학 강단에 세우는 것은 그 실효성을 논하거나 성과를 가늠하기 전에 우선 의미 있는 일이라고 본다. 또 이러한 학자들과 국내의 교수들이 만나 우리의 연구실과 실험실에서 머리를 맞대고 함께 연구하는 모습 역시 획기적인 일일 것이다.

특별히 이 WCU 사업에서 학과의 신설을 전제로 하는 제1유형은 탄력성이 없는 단위조직을 가진 우리나라 대학의 현실에서 바람직한 일이라고 본다.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글로벌 연구환경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수시로 새로운 학과가 생겨야 하고 기존의 학과들은 변신해야 하는데 보수적이고 경직된 대학의 학과 문화가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WCU 사업 제1유형은 첨단분야나 전략적으로 필요한 분야에 학과 신설을 지원함으로써 이러한 전통적 대학체제의 약점을 보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WCU 사업은 지향점이 ‘World Class’이니 만큼 지원방법도 이에 걸맞은 품격을 갖춰야 할 것으로 본다. 지원기관이나 초청기관은 지금까지 국내 학자들을 지원하던 관성에만 의존해서는 안 되며 기존의 매뉴얼에서 약간 벗어나는 한이 있더라도 해외 학자들을 고품격으로 예우하는 차원에서 접근해야 할 것이다. 이것은 국가의 위신 문제요, 국가의 명예가 걸린 문제이며, 국제적 신뢰 문제이기도 하다. 지금까지의 국내 연구지원 사업에는 외국인 학자들이 연루되지 않았기 때문에 이러한 문제에 신경 쓸 필요가 없었다. 그러나 WCU 사업은 다르다. 정부는 최근 공무집행 과정에서 의도가 합당하면 사소한 실수나 하자에 대해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원칙을 천명한 바 있다. 외국인 학자의 예우와 관련해 WCU 사업에서도 이 원칙이 적용돼야 한다.
한국대학신문 칼럼 | 입력 : 09-05-11 오전 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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