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대학신문 홈 > 뉴스 > 사회

목록
프린트 스크랩
장상환 칼럼
장상환

한국대학신문 칼럼

[장상환 칼럼] 경상대 경제학과 교수
비정규직 '기간연장' 능사 아니다
장상환 본지 논설위원·경상대 경제학과 교수
"대량해고 피하고 보자"는 주먹구구식 발상
올해에는 졸업사진을 찍지 않으려는 대학 졸업예정자들이 많다. 비용 부담도 만만치 않고, 휴학하면서 취업준비를 하겠다는 것이다. 취업난에 따른 대학의 쓸쓸한 모습이다. 지난 3일에는 고 박종태 화물연대 광주지부 지회장이 자살한 채 발견되는 안타까운 일이 발생했다.

이런 가운데 지난 4월 초 노동부는 비정규직 사용기간을 2년에서 4년으로 연장하는 내용의 비정규직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비정규직 보호법 시행 2년을 맞이하는 7월 1일을 전후해 대량 해고로 실업대란이 우려된다는 것이다.

한나라당은 비정규직 사용기간을 제한하는 것 자체가 잘못이라며 한발 더 나간다. 2년을 4년으로 연장할 것이 아니라 폐지해야 하지만 우선 실업대란을 막기 위해 법 시행을 유예해야 한다는 것이다. 반면 노동계와 민주당,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등 야당은 비정규직 사용기간 연장이 비정규직을 양산할 것이라며 반대한다.

비정규직 사용기간을 연장하면 가뜩이나 많은 비정규직을 더욱 늘리고 고용불안을 부추기게 된다. 고용주들은 비정규직의 장기간 고용을 법적으로 보장받았다고 보고 남용을 당연시하게 될 것이다. 정규직을 포함한 전체 근로자가 한 직장에 근무하는 평균 재직기간이 4.6년에 불과하다. 사용기간을 4년으로 늘리면 대부분의 근로자가 비정규직이 되는 끔찍한 결과가 초래될 것이다.

2007년 7월부터 시행된 비정규직보호법의 효력은 있었다. 2007년 8월부터 2008년 8월까지 1년 동안 정규직은 44만명 증가하고, 비정규직은 22만명 감소했다. 품질 관리를 중요시해 노동자의 숙련을 요구하는 업체들은 비정규직 노동자가 입사 후 2년 동안 성실히 근무할 경우 정규직으로 전환해 줬다.

금융업 등에서처럼 새 직급을 신설해 정규직으로 전환한 경우도 있었다. 처우는 별로 개선되지 않아 ‘중규직’이라는 비판을 받았지만 아무튼 고용안정은 달성됐다. 사용기간을 연장하면 이러한 효과와 성과들이 역전될 것이 분명하다.

비정규직 문제를 올바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한국 비정규직 문제의 특수성을 잘 살펴야 한다. 선진 외국의 경우 일시적 사업을 추진하는 회사측의 사정이나 주부·학생 등 종일 근무하기 어려운 노동자측의 불가피한 사정 때문에 비정규직을 쓴다.

비정규직 고용이 고용자의 25%를 넘지 않고, 정규직과의 임금 차이도 크지 않다.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을 강제하는 법이 있기 때문이다. 반면 한국의 경우는 기업들이 순전히 임금비용 절감을 위해 종일 정규직과 똑같은 일을 시키면서 비정규직을 고용한다. 그러니 비정규직이 남용되는 것이다.

정부와 여당이 추진하는 비정규직 문제 해결 방식은 지나치게 기업의 입장만을 고려한 것이다. 그러나 기업의 비용을 절감해 주고 이익을 많이 내도록 해 준다고 해서 투자가 늘어나 경제성장률이 높아지고 좋은 일자리가 증가한다는 ‘낙수효과’는 실제 세계에서는 일어나지 않는다.

반면 비정규직 고용 증가가 가져온 부정적 효과는 더 이상 견디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다. 우선 국민들의 고통과 불필요한 비용 부담이 너무 크다. 비정규직 사용이 확대되고 양극화가 심화되자 온 국민은 사회적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기 위해 발버둥을 쳤다. 막대한 사교육비를 들여 자녀를 학원을 보내 상위권 대학에 들어가도록 노력했다.

그러나 고등학교 졸업생의 85%, 실업계 고등학교 졸업생의 3분의 2나 대학에 진학하는, 세계에서 유례가 없는 일이 벌어졌다. 대학을 나오고 ‘스펙’을 많이 갖추어도 정규직 일자리를 얻기 어렵다. 이것은 더 이상 지속되기 어려운 기형적 구조다.

또한 비정규직이 많아질수록 경제침체를 초래한다. 황선웅 박사가 최근 발표한 논문 '비정규직 고용의 확대, 소득분배, 경제성장'에 의하면 2000년부터 2007년까지 비정규직 비율을 10%포인트 축소할 수 있었다면 국내총생산이 3.17% 높아졌을 것이라고 한다.

비정규직이 그만큼 줄어들면 가처분국민소득 중 노동소득 몫의 비율이 8%나 증가하고 소비가 7.3% 늘어나 경제성장률을 높인다는 것이다. 이러한 전체 경제성과를 고려해서 비정규직 노동자 문제 해결방향을 찾아야 할 것이다.
장상환 칼럼 | 입력 : 09-05-15 오후 6:33
ⓒ 한국대학신문(http://unn.net)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저작권문의
목록
프린트 스크랩
이 름 내 용 비밀번호

1

최신 포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