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 각 대학이 대대적인 학제 개편에 돌입해 주목된다. 경기침체로 대학·학생들이 겪고 있는 극심한 자금난을 학제를 개편함으로써 완화시켜 보겠다는 취지다. 이에 따라 현재 각국의 대학들이 전면적인 학제 개편 작업에 착수, 예산·학비 절감에 나서고 있다.
최근 가장 활발한 학제 개편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곳은 미국. <워싱턴포스트> 보도에 따르면 현재 많은 미국 대학들이 3년제 학부 도입을 적극 검토 중에 있다. 4년으로 운영되던 학부과정을 3년으로 축소할 경우 학생들의 학비 부담을 대폭 줄여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로드아일랜드주 의회는 최근 전체회의를 열고 오는 2010년 가을까지 주 내 모든 대학이 3년제 학부과정을 신설해야 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법안을 최종 승인했다. 이에 따라 로드아일랜드주에 위치한 모든 대학은 가능한 빠른 시일 내에 3년제 학부를 개설, 운영을 시작키로 했다.
3년제 학부 신설이 여의치 않은 대학들은 우선 조기 졸업제도부터 도입키로 결정했다. 하트위크대·립스콤대 등 많은 미국 대학들이 오는 가을 학기부터 3학년 조기 졸업제도를 실시할 계획이다. 조기 졸업제도 시행에 따라 학생들은 최소 1만 달러(한화 약 1270만원)에서 최대 4만 달러(한화 약 5080만원)까지의 학비 절감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라마르 알렉산더 전 미국 교육부 장관(현 공화당 상원의원)은 “대학들이 저비용·고품질의 훌륭한 3년제 학부과정을 마련하는 게 생각처럼 쉽지는 않을 것”이라며 “그러나 최근의 경제위기를 고려한다면 학제 개편을 망설이고 있을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3년제 학부과정이 학생들의 등록금 부담을 줄여 주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고 밝혔다.
또 몰리 코벳 브로드 미국교육협의회장, 토니 팔스 전미사립대학연맹 국장 등은 “앞으로 점점 더 많은 미국 대학들이 3년제 학위과정 신설에 동참할 것으로 보인다”며 “현재는 일부 대학만 3년제 학부 개설을 결정했으나 앞으로 사례가 계속해서 추가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대학에 3년제 학위과정 신설 바람이 불고 있는 가운데 영국 대학들은 예산 절감을 목표로 인문대 내 비인기 강좌를 폐강하는 방안을 추진 중에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인문대 강좌 폐강 작업을 진행 중인 대학에는 영국의 명문 옥스퍼드대·에딘버러대·킹스컬리지 등도 포함돼 있어 충격을 준다.
<가디언>은 최근 올해 영국 정부의 대학 예산 투자가 기술·과학 분야에 집중돼 인문대가 받는 지원금은 상대적으로 대폭 감소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라 현재 영국 각 대학 내 인문대들이 극심한 자금난으로 비인기 강좌 폐강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실제로 옥스퍼드대 인문대 언어학부의 경우 올해 100만 파운드(한화 약 20억원)의 예산 부족에 직면, 일부 강의 폐강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또 에딘버러대 인문대 유럽어학부는 올해 정부로부터 향후 2년 동안 약 40만 파운드(한화 8억원)의 예산을 긴축하라는 통보를 받아 일부 과목 폐강 조치가 불가피해졌다. 에딘버러대 인문대는 예산 확보를 위해 비인기 강좌의 폐강을 단행하는 것은 물론, 각 강의의 최대 수강 인원 역시 대폭 늘릴 방침이다. 두 대학 외에 킹스컬리지도 올해 정부 예산 20%를 삭감 당할 위기에 놓여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대학언어학협회 관계자는 “최근 인문대들이 엄청난 예산 부족 현상을 겪고 있다. 문제가 심각하다”며 “옥스퍼드대 인문대가 폐강 작업을 진행 중이라는 것은 영국 전 대학 인문대가 위기에 처해 있음을 상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민현희·김형 기자 mhhph·craigger@unn.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