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자금 대출을 받은 뒤 곧바로 대출이자를 내거나 거치 기간이 끝나면 소득에 상관없이 대출금을 상환하는 대신 졸업 후 소득에 따라 대출금을 갚도록 하는 ‘소득연계학자금 융자특별법’ 제정이 추진된다.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임해규 의원(한나라당)은 9일 국회 의원회관 소회의실에서 한국대학교육협의회(이하 대교협)·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이하 전문대교협)와 공동으로 ‘소득연계학자금 융자특별법 제정’을 위한 공청회를 열고 “현행 학자금 대출제도의 개선방안으로 ‘소득연계학자금 융자제도(Income Contingent Loans·이하 ICL)’를 도입하고 그 법적 근거로서 ‘소득연계학자금 특별법’을 발의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공청회에 참석한 고등교육 관계자들은 법 취지에 공감대를 표하면서도 법안 및 제도의 보완과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소득연계학자금 융자특별법’ 무엇을 담고 있나=임 의원이 대표발의를 준비 중인 ‘소득연계학자금 융자특별법’은 학자금 대출자의 연간 소득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금액을 넘는 경우 그 초과액수의 100분의 5 이상 100분의 20 이내에서 초과액수에 따라 차등적으로 정한 금액을 상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단 학자금 대출자가 최초 대출 시점부터 15년이 경과해도 소득발생신고가 없을 때는 대출자의 재산·생활수준 등을 감안해 정한 금액을 교육과학기술부(이하 교과부) 장관이 징수할 수 있도록 했다.
대출 대상자는 대학 총장이 경제적 여건·성적 등을 고려해 교과부장관에게 추천하도록 하고 있으며 대출 한도액은 대학의 종류·소재지·교육여건·수업연한 등에 따라 1인당 연간 2000만원 범위에서 교과부령으로 정하도록 했다.
또한 ‘소득연계학자금 융자특별법’은 교과부 장관 소속으로 ‘소득연계학자금 융자정책 심의위원회(이하 심의위원회)’를 두고 △개인별·대학별 대출한도액 설정 기준 △학자금 대출 금리수준 △대출금 상환 등 소득연계학자금 융자 정책에 관한 사항들을 심의·의결토록 했다. 심의위원회는 위원장 1명(교과부 제1차관)·부위원장 1명을 포함한 15명 이내의 위원(대교협·전문대교협 추천인 3명, 중앙행정기관 소속 공무원 3명·한국장학재단 이사장 추천인 3명 등)으로 구성된다.
임해규 의원은 “현행 학자금 대출제도는 시중금리와 연동되는 금리를 적용한 이자를 대출시점부터 내도록 하고 있어 금리상승에 따른 이자 증가가 대학생과 학부모들에게 전가되고 있다”면서 “대출금의 상환도 거치기간이 경과한 후에는 취업 등 상환능력의 유무와 상관없이 상환하도록 하는 구조 때문에 신용불량자가 양산되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임 의원은 “대학생들이 재학 중에는 이자 부담 없이 등록금과 생활비를 대출받고 졸업 후에는 소득수준에 따라 장기간에 걸쳐 대출금을 상환하도록 함으로써 대학생과 학부모들의 학자금 부담을 줄이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취지는 환영, 보완도 필요”=‘소득연계학자금 융자특별법’ 에 대해 고등교육 관계자들은 법 제정 취지에 환영의 뜻을 표하면서도 법안 및 제도에 대한 보완과 신중한 접근도 주문했다.
김진영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ICL은 기존 정부 보증 대출보다는 대출을 받는 학생들에게 유리한 제도로 빠른 시일 내 도입될 필요가 있다”면서 “현재 성공적으로 ICL이 수행되는 나라에서는 고등교육 비용을 정부가 전적으로 담당하던 체제에서 고등교육 수혜자의 책임을 확대하는 체제로 변화하면서 채택된 제도임을 기억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일반예산에서 학자금 대출을 위한 막대한 예산을 확보하는 데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제도 도입 초기에는 채권발행도 고려해야 할 것”이라며 “우리나라의 경우 대학 진학률이 80%를 넘는 세계 유일의 특수한 상황이라는 제약조건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남수경 강원대 교육학과 교수는 “ICL은 대학생 학자금지원사업(무상장학금·학자금대출·근로장학사업 등)의 전체 구조 속에서 그 위상과 목적을 논의해야 할 것”이라면서 “ICL 도입 후 ‘정부 학자금 지원사업의 전체 구조’를 조망하고 변화전망을 토대로 한 내용을 도입방안이나 특별법에서 담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병주 대교협 고등교육연구소장은 “ICL이 안정적으로 정착돼 가계소득이 불충분해도 학업능력과 열정이 있으면 누구나 고등교육을 받을 수 있는 사회가 도래하기를 기대한다”며 “어떤 형식이건 국가 재정지원에는 도덕적 해이 문제가 뒤따르기 때문에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구체적 보완 장치가 명시돼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정병선 교과부 학생학부모지원과장은 “등록금 부담 경감 차원에서 ICL 도입은 필요하지만 제도의 성공적 도입을 위해서는 기재부·국세청 등의 협조가 전제돼야 한다”면서 “ICL 도입 목적이 학생 및 학부모 등록금 부담 완화에 있으므로 저소득층 학생을 우선 지원 대상으로 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