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병두 한국대학교육협의회(이하 대교협) 회장(사진)이 오는 26일 서강대 총장직을 퇴임하면서 대교협 회장직에서도 물러난다. 손 회장은 지난해 4월 8일 대교협 회장직에 취임한 뒤 CEO 출신으로서의 경험과 역량을 십분 발휘, 대학 자율화 시대의 기반 조성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대교협이 고려대의 수시 논란 과정에서 자율 역량에 한계를 드러내는 등 자율 기구로서 사회적 신뢰를 얻는 데 실패했다는 점은 고스란히 손 회장의 몫이 될 가능성이 크다. 본지는 퇴임을 앞둔 손 회장의 대교협 회장과 CEO 출신 총장으로서의 공과를 짚어봤다.
■자율화 시대 기반 조성=손 회장은 서강대 총장 시절부터 줄곧 대학 자율화의 중요성을 강조해 왔다. 지난 대선에서도 당시 대교협 부회장이었던 손 회장은 “정부의 고등교육에 대한 지원이 미진한 데도 불구하고 대학에 대한 정책적 규제는 대학의 자율적·창의적 운영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며 대학 자율화의 필요성을 역설한 바 있다. 이처럼 대학 자율화에 대한 신념이 확고했던 손 회장은 대교협 회장 취임 후 자율화 전도사를 자처하며 자율화 시대의 기반을 조성하는 데 앞장섰다.
CEO 출신으로서 손 회장의 개인적 경력과 풍부한 인적 네트워크는 대교협이 자율기구로서 연착륙하는 데 밑거름이 됐다. 특히 손 회장은 이명박 정부 초대 총리로 거론될 만큼 현 정부의 신뢰가 두터운 인물이다. 대교협이 독립적인 자율기구의 위상을 갖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정부의 입김에 흔들리지 않고, 동시에 정부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인물이 필요하다고 볼 때 손 회장 만한 적임자는 찾기 힘들다.
만일 손 회장이 아닌 다른 총장이 대교협 회장을 맡았다면 친목단체에 불과하던 대교협이 빠르게 자율기구로서 위상을 갖추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김영식 전 대교협 사무총장이 중도 사직할 때만 해도 이명박 후보 캠프에서 활동했던 모 교수를 대교협 사무총장에 앉히려 한다는 압력설이 파다했지만 사무총장에 박종렬 경북대 교수가 임명되면서 논란이 일단락되기도 했다.
손 회장은 CEO 출신인 만큼 조직 운영의 효율성을 강조한다. 이는 대교협이 올해 초 기획조정실을 신설하는 등 전면적인 조직개편으로 이어졌다. 대교협은 기존 조직을 기획조정실(기획홍보팀·경영지원팀·국제협력팀), 입학전형지원실(입학관리팀·입학지원팀), 대학평가원(평가기획팀·평가운영팀), 부설 고등교육연구소(정책연구부·고등교육연수원)로 개편하고 업무의 효율성과 집중성을 꾀했다.
김영수 서강대 입학처장은 “사실 그동안의 대교협은 교과부의 입김에 휘둘려서 회장이라는 자리가 유명무실했다. 사무총장이 모든 걸 다 맡아 처리하고 회장의 역할은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면서 “그런데 손 총장님이 취임하면서 대교협의 사회적 영향력과 인지도 면에서 상당한 변화가 있었다”고 말했다.
■자율 역량 한계, 과제도 남겨=손 회장이 대학 자율화의 기반을 조성하고 대교협의 위상 강화에 기여했다고는 하지만 대교협이 고려대 수시 논란 과정에서 한계를 드러냈다는 점은 손 회장도 면피할 수 없는 대목이다.
대교협은 고려대가 지난해 수시에서 고교등급제를 적용했다는 의혹에 대해 “고교등급제를 적용하지 않았다”는 것으로 결론지면서 최종 해명은 고려대에 넘겼다. 여기에 진보신당이 고려대가 대교협에 제출한 ‘수시 2-2 일반전형 추가소명서’와 ‘2009학년도 수시 2학기 모집요강’을 비교·분석한 결과, 고려대가 모집요강과는 다른 산식을 적용했다는 사실을 대교협이 조사과정에서 확인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나 대교협에 대한 비판 여론은 확산됐다.
손 회장이 리더십과 추진력을 갖췄다고 해도 대교협의 의견 조율에는 한계를 보인 것도 사실이다. 손 회장은 지난 11일 기자간담회에서 “대교협은 전국의 대학이 모였지만 처한 상황이 다르다”면서 “사립대·국공립대, 수도권대·지방대 등 각각 처한 상황에 따라 의견이 다양해 이것을 하나로 묶어 공통된 의사결정을 하기가 상당히 힘이 든다”고 토로했다.
또한 손 회장이 CEO 출신이란 점은 긍정적·부정적인 평가도 동시에 받고 있다. 대학의 특성을 간과한 채 기업 논리를 적용한다는 이유 때문이다. 서강대 한 교수는 “기업인 출신이라 대학의 교육·행정·인사 등에 문외한이었다”며 “대학을 기업 논리로 제단해 많은 부작용이 있었다”고 밝혔다.
<정성민·김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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