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각국 대학들과 교육 당국이 입시비리와 부정행위로 몸살을 앓고 있다. 대학 입시에서 첨단 IT기기를 동원한 조직적 커닝이 행해지고 입학 전형 과정에서 암묵적으로 청탁과 비리가 벌어지는 등 입시부정행위가 끊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전 세계에서 입시경쟁이 가장 치열한 국가로 손꼽히는 중국의 가오카오(高敎) 고사장에서 벌어지는 풍경은 가히 군사작전을 방불케 한다. 가오카오는 우리나라의 수능에 해당하는 대입시험으로 중국에서 규모가 가장 큰 국가고시다. 올해 가오카오는 지난 7~9일 3일간 중국 전역에서 치러졌다. <신화통신>을 비롯한 중국 언론들은 최근 가오카오를 전후해 대입시험에서의 커닝 수법들이 첨단화되고 있어 교육 당국이 방지책 마련에 골머리를 썩고 있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실제로 가오카오 지원자들의 부정행위 수법은 소형 카메라나 쌀알 크기의 무선 이어폰, 지우개로 위장한 무선 신호접수기, 커닝용 시계 등을 개발·이용해 갈수록 지능화되고 있다. 이에 따라 중국 교육부는 올해 전국 6만개 가오카오 시험장에 전파 차단기와 CCTV를 설치했다. 모든 고사장의 상황을 한 눈에 파악할 수 있는 온라인 감시체계를 갖춰놓은 것이다. 다이쟈간 중국교육부시험센터 주임은 “첨단기기를 사용한 대입 부정행위를 막기위해 전파 차단기·CCTV 설치를 결정했다”며 “부정행위 발생 시 사법처리 증거물로 사용하기 위해 시험 시간 내내 모든 화면을 녹화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같은 방지책 마련에도 불구하고 부정행위는 쉽게 사그러들지 않고 있다. 가오카오 기간 중 광둥성에서는 대리시험으로 2명이, 커닝으로 15명이 적발됐다. 또 후베이·허베이성 등에서는 무선전파를 이용한 부정행위자들이 잇따라 체포되기도 했다. 이 외에도 22명은 커닝용 기자재를 판매한 혐의가 적발돼 구속된 것으로 알려졌다.
극심한 입시부정행위로 몸살을 앓고 있는 것은 미국 역시 마찬가지다. <워싱턴포스트>는 최근 미국 내 부유층 인사들의 자녀 수백명이 최근 몇 년 간 일리노이대 어버너 섐페인캠퍼스에 부정 입학했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라 현재 미국 정부는 우선 올해 일리노이대 어버너 섐페인캠퍼스에 입학한 800여 명 신입생의 입시 전형 과정 조사에 착수했다.
이와 관련, 패트릭 퀸 일리노이주지사는 “부모의 사회적 영향력이 대학 입학에 영향을 미칠 수 없다. 입시부정이 벌어졌다니 말도 안된다”고 주장했지만 주의원·시민들의 반응은 냉소적인 실정이다.
마이클 볼란드 일리노이주 하원의원(민주당)은 “일부 부유층의 입시 부정 행위로 좋은 성적을 갖고도 불합격한 학생들이 많다”며 “비리와 연루된 대학 관계자들은 모두 사퇴해야 할 것”이라고 종용했다. 또 미국 한 시민단체 대변인은 “대학 관계자와 부유층 인사들 간에 검은 거래가 있었다 해도 그다지 놀랄 일은 아니다”라며 “우리가 모르는 곳에서 입시부정 행위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미국뿐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도 매년 입시비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미술 분야에 있어 우리나라 최고라고 평가받고 있는 홍익대는 올해부터 ‘미술대학 자율전공 전형’에서 실기고사를 폐지했다. 미술 실기고사를 치루는 과정에서 학부모·심사자들 간 비리 의혹이 끊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에 앞서 지난해 홍익대는 미술대학원 입시에서 특정인의 이름이 적혀진 쪽지를 다른 심사위원에게 전달, 인위적으로 점수를 높이려 했던 2명의 미대 교수를 징계 처분하고 정직·감봉 조치한 바 있다. 당시 이 사건을 폭로했던 김 모 교수는 “홍익대에서 17년간 재직하는 동안 학부모·수험생들에게 부정행위 청탁을 수도 없이 받아왔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민현희·김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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