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약대생 커닝, "1등·학점병 심각"
서울 약대생 2명 커닝 적발
담당 교수 "서울대생들 1등병 심각" 우려
서울대 약대 2학년생 2명이 최근 전공과목인 '물리약학' 과목의 기말고사를 치르면서 미리 작성한 예상 답안을 소지하고 있다가 시험 감독관에게 적발돼 0점 처리됐다. 이와 관련해 서울대 인터넷 커뮤니티에 "더 많은 학생이 커닝했다"는 내용의 제보글이 올라오면서 약대 학생회가 자체 조사한 결과 4명이 추가로 부정행위를 저지른 것으로 알려져, 징계위원회 회부를 요청키로 하는 등 논란이 커지고 있다.
해당 교과목 담당 교수를 맡고있는 시간강사 김종국(66·인제대 석좌교수) 명예교수는 "시험 감독을 맡은 조교로부터 학생 2명이 커닝 페이퍼를 가지고 있다가 적발됐다고 들었다"면서 "추가 시험을 치르도록 해 전체 학생들에게 기회를 더 줬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교과목 첫 강의부터 시험 문제를 공개했지만, 시험 답안 작성이 단순히 예상 답안을 써서 작성할 성질의 것이 아니었다"면서 "불이익은 확실히 주겠지만, 해당 학생들에게 낙제점을 줄 경우 피해가 너무크다고 판단해, 중간고사 점수와 추가 시험 결과를 감안해 학점은 주겠다"고 말했다.
약대가 6년제로 개편되면서, 올해 1학년 신입생이 없고, 내년에도 신입생을 뽑지 않음에 따라 4년 뒤 해당 전공과목을 들을 수 있어 해당 학생들은 낙제점을 받을 경우 4년을 기다려야 하는 등 처벌이 너무 과하다는 판단이라는 설명이다.
김 교수는 약대 학생회측이 자체 조사를 해 대학측에 징계위원회 회부를 요청하기로 한데 대해 "담당 교과목 학점을 주는 문제는 교수의 몫"이라면서 "대학 차원에서 처벌을 할 수 도 있겠지만, F학점을 준다거나 과한 처벌을 할 경우 대학측에 항의할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지난해 8월 정년퇴임한 김 교수는 같은해 인제대 석좌교수로 부임했지만, 서울대 약대가 김 교수의 후임자를 뽑지 못해 이번학기까지 서울대서 시간강사로 강의하기로 했다. 후임자가 정해져 이번 강의는 32년간 김 교수의 마지막 강의가 된 셈이다.
김 교수는 서울대 학생들이 1등병에 걸려 우울증을 앓고 있는 등 문제가 심각하다고 우려했다. 그는 "이번 커닝 사건보다는 학생회측의 진상조사나 인터넷커뮤니티 사이트에 올라온 제보 글 등을 보면서 대다수 학생들의 피해의식이 지나치다는 생각을 했다"는 심경을 밝혔다.
그는 "학생회장이 공명심에서 이런 조사까지 벌였는데,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에 보니까 익명으로 많은 글들이 올라온 걸 보고 학점에 대해 지나치게 목을 메고 있는 학생들의 피해의식을 볼 수 있었다"면서 혀를 찼다.
김 교수는 이번 교과목에 수강한 한 여학생의 예를 들었다. "전 학기 성적 보니까 A플러스야. 그 애가 중간시험 보기 전에 전화했는데, 우울증 걸려서 학교 못다니겠다고 해요. 특목고 2학년 졸업하고 온 앤데, 성적은 물론 교수들로부터 잘 보이고 싶다는 의욕이 너무 강해보였어요."
해당 학생은 휴학을 했다. 김 교수는 "그 여학생처럼 학점이 아주 우수했던 다른 여학생도 지난 중간시험 성적이 나쁘게나왔다면서 연락도 안돼고 이번 기말고사도 치르지 않았다"면서 "성적에 대한 스트레스로 학교를 나오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서울대 학생들이 경쟁하면서 우울증에 걸려 학교를 못 다닐 지경에 처한 학생이 많다"면서 "이번 커닝 학생에게 징계를 해야한다는 학생들 얘기를 들으니,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진짜 정신과 치료를 받아야 할 학생이 늘어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 교수는 "애들이 나빠서 한게 아니라 그 놈의 점수가 사람을 죽이고 살린다"면서 학생들에게 똑똑한 사람은 점수 잘 받는게 아니라, 현명하게 사는 거라고 애기한다. 올 에이플러스 받은 학생보다 여행도 다니고 책도 보고 자기 하고 싶은거 다하고 졸업한 학생이 사회에서 성공 확률이 크다고 강조한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대생들의 인터넷 커뮤니티 '스누라이프'에는 "기말고사에서 약대생들이 대놓고 부정행위를 했다"는 내용의 고발 글이 올라왔고 약대 학생회측은 자체 조사를 벌여 6명이 부정행위를 했다면서 대학측에 징계위원회 회부를 요청할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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