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평가 재탕기사 게재, ‘서열화’ 우려
<조선일보> ‘2009 아시아대학평가’ 5월에 이어 6월 23일 기사식 광고 붙여 게재
“일부 데이터 오류”... 순위 믿을 수 있나 ‘신뢰도 치명타’
<조선일보>가 지난 5월 12일 발표한 ‘2009아시아 대학평가’ 결과를 여러차례 재탕 기사로 게재하고 있어, 대학 서열화를 조장한다고 우려하는 목소리가 대학들로부터 터져나오고 있다.
대학들은 평가 기관별로 기준이 다른 평가 결과를 한번도 아니고 두번이나 재탕해 발표한 건 ‘대학 서열화’를 부추기는 행태라는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특히 조선일보는 지난 23일자 특집면에 평가 순위표와 함께 주요 주요 대학들의 기사식 광고를 게재해 대학 평가를 빌미로 ‘광고를 압박하는 것’이라는 지적도 받고 있다.
김민기 숭실대 언론홍보학과 교수는 “5월 발표기사만 해도 기사였다. 그러나 6월 23일자는 편집부가 작성한게 아니다. 완전히 광고국에서 한 기획광고다”며 “대학 순위를 핑계로 대학 광고를 게재한거다”고 분석했다. 김 교수는 “서열화는 (대학들에게)예민한것이다. 자기네만 지고지순한 평가 기준이라고 보면 안된다”면서 “여러번 게재해서 마치 서열화하는 건 문제다”고 지적했다.
경기소재 모 대학 전략기획팀장은 “가장 우려되는 것이 대학의 서열화다”면서 “실제 결과를 보면 명확히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이 관계자는 “대학마다 재정의 한계 등 여러 애로사항이 많은데, 이를 배제하고 서열화만 하는 것 같다”면서 “한마디로 재정이 좋은 학교와 그렇지 못한 학교를 나누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직접적인 광고 게재 요구는 없더라도 대학들은 스스로 “광고 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생각을 하기 마련이다. 대학평가가 ‘무언의 광고 게재 압력’이 된다는 얘기다.
모 대학 홍보팀 관계자는 “조선일보가 (우리대학에)직접적으로 광고를 요구한 것은 아니다”면서도 “이 신문에 평소에도 광고를 하고 있지만 대학 평가까지 하니 어떻게 광고를 넣지 않을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평가 기준이 불리하지만, 주변 대학들이 평가에 참여하자 울며 겨자먹기로 참여할 수 밖에 없다는 대학들도 많다. 서울 소재 모 대학 처장은 “객관성이 떨어지고 지나치게 자의적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면서 “그러나 주요 대학들이 대부분 참여하기때문에 불참하기 힘들다. 어쨋든 순위에 대학 이름을 올려야 한다”는 고충을 털어놨다.
대학마다 특성이 있지만, 특정 지표로 평가해 순위를 매기는 게 불합리하다는 얘기도 많다. 의과대가 없는 경우나 특정 학과를 브랜드화한 대학은 낮은 평가를 받았다는게 문제다.
천명훈 서강대 학사지원팀장은 “대학은 다양성이 있는건데, 몇 개의 기준을 일률적으로 적용해 불합리하다”면서 “교수확보율의 경우 의대가 있는 대학에 유리하지 않느냐. 취업률도 마찬가지다”고 지적했다. 천 팀장은 “어디에 취업을 하는지 질적인 측면이 중요한 거지 양적인 측면만 중요한 건 아니잖느냐. 특정 기준을 일률적으로 적용하고 평가해서 서열화시키는 것은 사리에 맞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진환 상명대 교무처장도 “한가지 잣대만 들이대서 서열화시켜 공식 발표하는 건 받아들이기 힘들다”며 “한예종의 경우 SCI논문을 같은 기준으로 들이대서 평가하는 게 맞느냐”고 되물었다. 이 처장은 “규모가 큰 대학을 위한 평가이고 다양성을 무시한 평가”라고 잘라 말했다.
■ 치명적 오류 발견, “순위 뒤집기 어렵다” = 특히 이번 조선일보 대학평가에서 일부 데이터가 오류로 드러난 것으로 알려져 신뢰도에 치명상을 입을 전망이다.
강원대 관계자는 “일부 대학의 경우 데이터가 잘못됐다. 이를 토대로 한 결과는 신뢰할 수 없다. 한마디로 엉터리다.”면서 “조선일보측에 상세한 자료를 요청했더니, ‘QS한테 물어보라’는 것이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조선일보 평가에서 강원대의 논문 편수는 2편이었다. 조선일보측은 이를 데이터 처리과정에서의 오류로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선일보측은 그러나 “이미 한 번 발표된 순위를 뒤집기는 어렵다”고 이 대학 관계자에게 밝혔다.
연구비 수주규모는 아예 배제됐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지인 건국대 교무처장은 “교수 업적 평가 할때 논문 수도 중요하지만, 연구비 수주규모도 중요하다”면서 “국가마다 환율이 달라 연구비 규모를 반영하지 않았는데, 국내총생산 대비 연구비 규모를 따진다든지 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기업의 평판도 조사에서 해외 기업에 지나치게 치우친 것으로 지적됐다. 익명을 요구한 서울 모 사립대 기획처장은 “해외기업은 800여곳, 국내 기업은 80여곳했다”면서 “글로벌화돼야 한다지만, 해외 기업들이 우리 대학을 잘 알지 못하는 건 어쩔 수 없지 않느냐. 국내 대학 현실에 맞지 않는 지표”라고 말했다.
성균관대 모 관계자는 “언론사가 대학평가를 해야 대학들을 마음대로 주무를 수 있어서 하는게 아니냐”라며 “평판도의 경우 하루 아침에 인식이 바뀌는 것도 아닌데 배점을 10%나 주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백정하 대교협 대학평가원장은 “언론사의 대학평가는 수요자의 알권리 충족 측면에서 무조건 나쁘다고 할 수 없다”면서도 “몇 가지 정량적 평가로 순위를 정하는 건 문제다”고 지적했다. 백 원장은 “예를 들어 학교규모와 여건을 고려하지 않고 단순히 교수 1인당 논문수가 어떻게 되느냐로 순위를 평가해 공개하는 것은 개선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한용수·신하영·정성민·민현희·김형·이정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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