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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대학신문 칼럼] 한국대학신문
[칼럼] 대학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평가
박혜경 한동대 기획처장 / 국제어문학부 교수
70, 80년대만 하더라도 대학들은 권력기관이나 마찬가지였다. 대학 입시의 경쟁은 점점 더 치열해졌고, 대학마다 문전성시를 이루었다. 하지만 90년대 이후로 이름도 기억하기 힘들만큼 많은 대학들이 줄줄이 세워진 반면에 학령인구는 지속적으로 감소했다. 급기야 지방대의 모집정원이 미달하기 시작했고 모집정원을 채우지 못하는 지방대의 라인은 점차로 북상하여서 경기도 바로 밑에까지 왔다는 이야기가 대학가의 괴담이 되어 공공연히 나도는 시대가 되었다. 바야흐로 대한민국 대학은 판매자시장(seller's market)에서 구매자시장(buyer's market)으로 그 판세가 역전된 것이다.

이런 와중에 중앙일보에 이어서 올해는 조선일보까지 대학을 평가하자고 나섰다. 학생모집의 무한경쟁시대에 돌입한 대학들은 언론기관들의 평가와 해마다 대서특필되는 대학평가 특집기사로 인해 노이로제에 걸릴 지경이 되었다. 각 대학의 총장과 교수들은 언론기관의 평가의 방식을 놓고 자교의 유불리를 따지게 되었고, 순위 발표에 촉각을 곤두세우게 되었다. 대학별로 순위를 한 단계라도 더 높이기 위해 특별위원회를 구성해서 일년 내내 평가에 대해 연구하고 그 대책 마련에 부심한다는 이야기도 이제 공공연한 비밀이다. 그러나 대학평가에 대한 대학사회의 불만의 목소리도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특히, 여전히 수능점수에 따라 대학을 지원하는 현 상황에서 전문평가기관이 아닌 언론기관에서 시행하는 대학평가는 자칫하면 독자인 전 국민을 대상으로 대학의 서열화를 홍보하고 더욱 고착시킬 이중의 위험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교육에 있어서 평가는 개인에게나 기관에게 모두 중요한 도구다. 평가를 통해 현재의 상황을 인식하고 목표에의 부합정도를 파악하며 향후의 방향을 설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학에 대한 언론기관의 평가가 없었던 때와는 달리 외부로부터의 평가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평가지표에 따라 변화하고자 하는 대학의 노력들이 있다는 것은 대학평가의 순기능적인 측면임에 분명하다. 평가로 인해 대학 간 선의의 경쟁을 유발시킴으로 대학들이 교육의 수혜자인 학생과 교육의 질에 관심을 갖게 되고 교육시설과 교육비에 투자를 늘리게 된 점과, 그 결과로 강의와 서비스의 질적 향상이 빠르게 이루어진 점은 평가의 공이라 하지 않을 수가 없다.

그러나 평가를 통해 대학교육의 질과 국제 경쟁력 제고를 유도하려면 지금과 같이 획일화된 평가 잣대로는 부족하다. 지금의 평가방식으로는 비슷한 규모와 목적을 가진 대학만을 평가할 수 있을 뿐이다. 대학마다 그 목적과 형편이 다른데 같은 기준으로 평가하는 것은 마치 영어시험 하나로 외고와 과학고의 학생들의 학업성취도를 평가하겠다는 것과 같다. 금번 조선일보 평가를 예로 든다면, 전국의 대학을 평가하는 기준 가운데 연구평가점수를 무려 60%의 비중으로 두었다. 이는 연구중심, 대학원중심의 대학만을 따로 평가할 때 사용해야 하는 기준으로 애초부터 교육 중심, 학부중심의 대학들은 그러한 평가기준에서 높은 점수를 받을 수가 없다. 하지만 그 평가의 결과가 여러 차례 특집기사로 발표되는 바람에 처음부터 평가에 참여하지 않은 대학들과 평가기준에 부합하지 않는 성격의 대학들은 상대적으로 부당한 불이익을 감내해야 했다.

따라서 제대로 된 대학평가가 이뤄지기 위해서 평가를 하는 기관의 전문성과 평가방법의 다변화가 절실하다고 하겠다. 대학별 설립목적, 특성화, 그리고 규모에 따른 정교하면서도 세분화된 평가기준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평가에 대한 불신과 평가로 인한 부작용으로 인해 대학평가는 대학교육의 질을 향상시키기보다 오히려 왜곡시킬 가능성이 많다. 또한, 외형적, 물적 자원의 투자에 따른 자연적 결과를 평가하기 보다는 학생들이 각 대학에서 무엇을 배워서 어떻게 성장하였는가를 평가하는 부가가치적 평가도구의 도입이 필요한 시점이다. 평가란 평가대상의 긍정적인 변화와 성장을 위해 존재할 때 그 가치가 가장 빛나는 법이다. 대학 위에 군림하는 평가가 아니라, 대학들로부터 그 합리성과 공정성에서 인정을 받는 평가가 되어야 우리나라 대학의 변화와 발전을 이끌어내는 진정한 평가로 정착하게 될 것이다. 무엇을, 어떻게, 왜 평가해야 하는가에 대한 답이 누가 평가하는가에 대한 답보다 더 중요하지 않겠는가.
한국대학신문 칼럼 | 입력 : 09-07-06 오전 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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