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학 1600 여 개가 속해 있는 ACE(미국교육협의회)의 말리 브로드 회장이 "미국에서도 기여를 통해 입학하는 일은 없다"고 밝혀 주목된다.
브로드 회장은 1일 제주 신라호텔에서 열린 한국대학교육협의회(회장 이배용 이화여대 총장·이하 대교협) 하계 총장세미나에 참석한 뒤 이배용 회장과 가진 질의응답에서 이처럼 밝혔다.
또한 브로드 회장은 최근 한국 대학들이 입학사정관제 도입을 확대하고 있는 것과 관련, 집단의사결정 시스템이 입학사정관제의 공정성과 객관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다음은 이 회장과 브로드 회장의 질의응답.
-미국의 입학사정관제에 대해 설명해달라. 그리고 향후 대교협의 입학사정관제 계획은.
<브로드 회장> "미국 대학의 자율성은 미국 교육의 DNA다. (미국 대학들은) 입학 과정에서 각 대학의 필요에 맞게 학생들을 선발할 수 있도록 해왔다. 미국의 입학사정관들은 통합 평가를 하고 있다. 미국 대학들은 처음부터 다양하게 발전해와 어떤 입학사정관제도를 두느냐는 각 대학의 특성이 반영돼 있는 원리다."
<이배용 회장> "한국에서 입학사정관제가 부각된 것은 오래지 않다. 입학사정관제가 성적 중심의 선발에서 폭을 넓히고 (입시를) 개선할 수 있는 방안으로 검토되고 있다. 한국에서 기대하고 있는 부분들은 대학이 다양한 설립목적이 있고 특성이 있는데 거기에 맞게 (학생을) 선발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입학사정관제의 공정성·객관성 확보방안은 무엇이라고 보나.
<브로드 회장> "(미국 대학에서 입학사정관제가) 공정성과 객관성을 확보할 수 있는 기본적인 이유는 어떤 학생을 입학시키느냐는 집단결정에 따르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 개인의 편파적인 영향력을 방지할 수 있다. 집단의사결정 과정이 입학사정관제의 공정성과 객관성을 유지하는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이배용 회장> "한국 대학들도 상호 보완하고, 크로스체킹하고, 의견을 조율한다. 미국과 비슷한 유형이라고 할 수 있다."
-미국의 학자금 제도는 어떤가.
<브로드 회장> "학자금 지원제도는 가장 기본적인 미국 대학의 토대라고 본다. 미국의 학자금 제도는 교육기회의 균등화를 제도화한 것이다. 미국 대학의 학자금제도는 복잡하지만 학생들의 재정 필요성이 근본이 된다는 원칙은 변함없다. 나도 펜실베니아의 조그만 촌에서 태어나 가정이 가난했지만 학자금 지원제도 덕에 대학에 진학할 수 있었다."
<이배용 회장> "미국의 대학진학률과 한국의 대학진학률의 차이가 있다. 한국의 사립대들이 감당하고 있는 대학의 인재에 대한 부담은 미국과 다르다. 사립대가 인재를 육성하는 책임과 부담을 갖고 있는데도 연구비를 제외하고 정부 지원이 열악하다. 교육을 받겠다고 하는 학생들에게 기회를 열어주는 것은 대학의 책임이다. 국가도 같이 길을 열어줘야 한다. 초기에는 우수학생들을 격려하는 장학금이 우세했다면 우수 학생 격려 장학금도 있지만 경제적으로 어려운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주는 추세다."
-미국도 등록금 인상에 따른 갈등이 있는지 궁금하다.
<브로드 회장> "대학 등록금 인상이 한국만의 유일한 현상이라고 보는데 미국도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 다만 (미국은) 등록금 인상을 저지하는 주요 세력은 한국처럼 정부가 아니라 국회의원·주요 신문사의 논설위원들 등 대중으로부터 온다.
미국 사립대들은 등록금 의존비율이 다양하다. 어떤 대학이냐에 따라 (의존율이) 적을 수도, 많을 수도 있다. 등록금 의존도가 다양하지만 공통요소는 등록금이 유일한 대학재정의 세입원이 아니라는 것이다. 다른 방법을 통해 재정을 확보하는데 사립대 총장들은 최소한 50% 이상의 자기 시간을 펀드레이징에 사용한다. 만약에 총장이 펀드레이징을 성공적으로 하지 못하면 총장직에 있을 수 없다. 사립대 총장들은 등록금 세원의 몇 %를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장학금으로 할당하느냐에 대해 고민을 많이 한다."
-한국에서는 기여입학에 대한 반대가 심한데.
<브로드 회장> "미국에서 부모가 기여를 했다고 그 이유만으로 기여자의 자식이 입학하는 경우는 없다. 입학사정기준을 충족해야 대학에 들어올 수 있다. (미국 대학에서는) 부모의 수입 규모에 따라 등록금이 차등 부과되는데 부유층의 학생들은 인상액을 다내야 한다. 그렇게 (부유층 자녀들의) 등록금을 (차등적으로) 올림으로써 나오는 수익은 가난한 학생들에게 돌린다."
<이배용 회장> "한국 대학들도 펀드레이징이 차지하는 비중이 많다. 펀드레이징을 잘하느냐가 총장의 평가 중 하나다. 그러나 기부문화에 대한 정서가 한국은 정착돼 있지 않다. 미국은 그런 측면이 성장했다. 기여입학은 아직은 시기상조라는 의견이 있다. 등록금 차등은 합리적인 것 같다. 우리 대학총장들도 생각했다. 다만 공감대가 형성되지 못했다. 결국 대학이 안고 있는 과제는 등록금 의존율을 줄여 어려운 학생들에게 기회를 확대해주고 장학금을 확충해주는 것이다."
-대교협과 ACE가 협약도 체결했는데 향후 양 측의 협력방안이라면.
<이배용 회장> "세계를 다니면서 대학 총장들을 만나면 대학들이 안고 있는 과제는 비슷하다. 바로 대학의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만이 아니라 미국과 유럽도 세계화 추세에서 소통이 중요하다. 한·미 대학의 커다란 공동체가 협력을 강화하면 연구·교육·행정경험의 교류들이 구체적으로 확대되면서 서로 발전할 수 있다. 대학들이 지성의 중심이 되고 문명을 생산하는 구심점이 될 때 서로를 이해하고 존중하면서 평화를 만들어가는, 실력과 인성을 갖춘 차세대 인재들을 양성하는 기반이 되리라 생각한다"
<브로드 회장> "한국과 미국 대학의 협력 방향이 세계 평화를 위한 차세대 인재를 육성하자는 것에 원칙적으로 동의한다. 미국 대학을 운영해보고 미국 대학의 연합체회장으로서 아시아는 굉장히 중요한 지역이다.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는 문제들을 중심으로 한미대학들이 교류하는 것에 적극 찬성한다"
< 정리 : 정성민 / 사진 : 한명섭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