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교육정책 당정청 엇박자...그러나 시장은 ‘냉랭’
교육현장에선 사교육 대책 실효성에 의문제기
사교육비 정책을 두고 당·정·청이 엇박자를 보이며 혼선을 빚고 있는 가운데 정작 교육현장에서는 사교육비 대책이 오히려 공교육을 붕괴시킬 우려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에 따라 사교육비 정책을 둘러싼 여권 내 갈등은 교육현장을 도외시한 일종의 기싸움에 불과하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질 전망이다.
■사교육비, 당정청 엇박자=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3일 마이스터고로 지정된 원주정보공고를 방문해 가진 간담회에서 “무분별한 대학 진학으로 야기되는 사교육비 고통과 청년실업문제는 정부가 해결해야 할 중산층 및 서민대책의 핵심 과제”라며 사교육비 대책에 대한 의지를 재차 밝혔다. 그러나 문제는 사교육비 대책을 두고 여권 내에서도 갈지자 행보가 계속되고 있다는 것.
사교육비 대책과 관련해 본격적인 불씨를 지핀 장본인은 곽승준 미래기획위원장으로 곽 위원장은 밤 10시 이후 학원들의 심야교습 금지 등을 사교육비 대책안으로 내놓았다. 그러나 곽 위원장의 안은 여권 내에서도 반발에 부딪혀 결국 교육과학기술부(이하 교과부)의 사교육비 경감대책에서 곽 위원장의 방안은 포함되지 못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달 23일 사교육비 절감정책이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서민의 부담을 줄이려면 사교육을 없애는 일이 매우 중요한데 교과부는 뭘 하고 있느냐. 학원 로비의 힘이 센 모양”이라고 비판한 것으로 알려져 곽 위원장의 사교육대책안에 다시 힘이 실리는 형국이 됐다. 이를 반영하듯 지난달 26일 곽 위원장·정두언 한나라당 의원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여의도연구소 주최로 열린 한 토론회에서는 △학원 교습시간 제한 △내신 비중 축소 및 내신 절대평가제 도입 등을 포함한 사교육비 7대 긴급대책이 발표됐다.
하지만 교과부는 지난달 30일 수능과목 축소 방침 등을 골자로 한 사교육비 대책을 발표, 이에 맞불을 지폈다. 안병만 교과부 장관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교육정책의 주도권은 당연히 교과부가 잡는 것”이라고 말했다.
■사교육비 대책? 공교육 망칠 판=당·정·청이 사교육비 대책을 두고 엇박자를 보이고 있지만 일선 교육현장에서 보는 시선은 냉담하기만 하다. 학교현장이든 사교육계든 지금 거론되고 있는 사교육비 대책은 실효성이 없고 오히려 공교육을 붕괴시킬 우려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라오철 한국교총 전국중등교사회장(이학박사)은 “수능과목 축소는 정부가 잘못 알고 있다. 수능을 국·영·수만 본다고 하면 다른 수업시간에 관심이 더 없어지고 국·영·수에 집중돼 사교육이 더 활성화된다”면서 “학교 교육을 충실히 하려고 해야 학원 갈 시간적 여유가 적어진다”고 지적했다.
라 회장은 “(내신 비중을 축소한다고 하는데) 내신이 줄어드는 바람에 공교육이 무너진 지 10년 됐다”며 “수능과목 축소에 내신 비중을 줄이고 여기에 내신 절대평가까지 진행되면 공교육은 완전히 무너진다”고 말했다.
이영덕 대성학원 평가이사는 “학원 심야교습 금지는 재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학원들의 경우 타격을 입을 수 있지만 내신 절대평가는 공교육이 무너질 가능성이 있다”면서 “사교육비 경감대책이 실효성 없다고 보는 사람들이 많다”고 말했다.
유성룡 이투스 입시정보실장 역시 “과목 수를 줄인다고 학생들이 공부 덜 하는 것이 아니고 사교육 시장이 내신 비중을 줄인다고 되는 게 아니다”며 “교과부나 한나라당에서 나름 분석해서 내놨겠지만 대학이나 일선학교에서 볼 때 (사교육비가) 크게 줄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당·정·청의 엇박자로 혼란만 가중되고 있는 사교육비 대책. 이에 전문가들은 정부가 교육현장에서조차 의문을 제기하고 있는 사교육비 대책을 추진하기에 앞서 초중고를 비롯, 대학 입시 체질의 근본적 개혁을 통한 공교육 정상화가 선행돼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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