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양한 캠퍼스 환경을 구축했을 때 교육의 질이 높아진다.”
미국 윌리엄스대 임슬기 입학사정관
<사진>은 입학자원의 다양성을 확보하려는 이유를 이같이 설명했다. 다양성이 확보돼야 수업에서의 토론의 깊이가 더해지고, 졸업 후 다양한 사회에서 리더로서 활약할 수 있다는 얘기다.
“다양한 사회에서 리더로 활약할 인재를 배출하기 위해선 다양한 사람과 교류할 수 있어야 하고, 여러 사람의 차이점을 인정할 수 있어야 한다. 캠퍼스에 다양한 커뮤니티를 구성해야 수업에서 대화의 깊이가 더해지고, 이에 부합하는 교육이 구현될 수 있다.”
실제로 임씨가 근무하는 윌리엄스대는 다양성을 확보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사회·경제적 배려 대상자를 선발하기 위해 필요한 비용을 아끼지 않는다.
“지난 5~6년간 사회·경제적으로 배려 대상이라고 여겨지는 계층의 학생들을 뽑기 위해서 경제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부모님이 대학에 가지 않은 대학입학 1세대, 저소득층 자녀들 중 학업성적이 우수한 학생 등에게는 비행기 티켓을 제공해주고, 학교에 머무르면서 수업을 듣게 했다. 기숙사 제공은 물론 다른 학부대학에 진학을 원하면 그것에 관한 상담도 해준다. 대학입장에서는 다양성 확보를 위해 투자를 아끼지 않는 셈이다.”
임씨는 한국과 미국의 교육환경을 둘 다 경험했다. 지난 2002년 서울 한영외고를 졸업 한 뒤 미국 윌리엄스대에 진학했다. 졸업 후 한국으로 돌아와 다국적 컨설팅회사에서 근무하다 2007년 모교인 윌리엄스대 입학사정관으로 채용됐다. 역사학, 특히 미국 내 소수민족에 관한 역사를 전공한 그녀로서는 인종·계층적 다양성을 확보하려는 윌리엄스대 입학처의 노력에 관심이 갔던 것.
“윌리엄스 재학 때 입학처에서 학내 투어 가이드를 담당한 적이 있었다. 당시 입학처에서 계층·인종적 다양성에 관심을 갖고 고민하는 모습을 보면서 인상적이라고 생각했다. 미국내 소수민족에 대한 역사공부를 해 온 나로서는 관심이 갈 수 밖에 없었다. 어쩌면 이론을 현실에 접목시켜볼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했다. 또 모교가 세일즈측면에선 좋은 제품이라는 생각도 들어 입학사정관 공모에 응했다.”
도입 3년째를 맞은 한국의 입학사정관제에 대한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그중에서도 철학적인 고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입학사정관제를 통해) 현재 뽑는 학생과는 다른 학생을 뽑으려는 것인지, 아니면 단지 방법만 바꿔 비슷한 학생을 선발하려는 것인지 궁금하다”는 것이다.
그녀가 미국의 입학사정관으로 일하면서 느낀 점은 입학사정관들의 ‘진정성’이다. 임씨는 “수십년의 입학사정관제 역사를 갖는 미국의 대학에서도 우리가 뽑으려는 학생이 과연 어떤 학생인지에 대한 고민을 진지하게 하고 있다”며 “한국의 입학사정관들도 정기적인 모임을 갖고 모교의 정체성이나 뽑으려는 학생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녀가 느낀 한국과 미국의 고교교육과 대학입시의 가장 큰 차이점은 뭘까. 임씨는 “한국의 고등학교는 모든 교육과정이 대학입시를 맞춰져있지만 미국은 고등학교 교육현실을 반영한 입학사정관제를 시행한다”며 “미국에선 대학을 가지 위한 공부가 아니라 읽고 쓰고 토론하는 훈련을 통해 교육내용을 내면화하는데 중점을 둔다”고 말했다.
미국의 대학은 이러한 고교 교육과정을 반영, 지원자가 제출한 에세이와 교사 추천서를 중심으로 학생을 선발한다. 윌리엄스대의 경우, 혹시 면접관들의 선입견이 반영될 것을 우려해 면접도 보지 않는다. 서류심사를 통해 지적 호기심과 열성, 토론참여의식이 뛰어난 학생을 선발한다. 모두 고교 교육 대한 신뢰가 있어야 가능한 것들이다.
고교와 대학의 서열화가 완화돼야 다양한 입학사정관제가 가능하단 견해도 밝혔다. 임씨는 “한국은 성적에 맞춰 대학을 선택하는 경향이 강하지만, 미국은 학생이 오히려 자신과 맞는 대학을 선택한다”며 “대학이나 학생이나 비교적 서열화되지 않았기 때문에 학교 선택의 폭이 넓고, 대학도 다양한 학생을 뽑을 수 있는 여유가 있다.”
국내 입학사정관제에 대한 여러 가지 우려에 대해서도 한 마디 덧붙였다. 입학사정관제를 통해 특목고 학생들을 ‘합법적’으로 선발할 수 있게 됐다는 우려나 사교육 조장 가능성에 대한 조언이다.
“사교육을 막기 위해선 여러가지 특기·적성 활동을 학내에서 해결할 수 있어야 한다. 많은 돈을 투자하지 않아도 교외활동이 가능해야 한다는 얘기다. 대학의 자세도 중요하다. 윌리엄스대에선 부모의 경제·사회적 배경도 감안한다. 형편이 넉넉한 학생이 하버드대 서머스쿨에 다녀올 동안 돈을 벌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한 학생이 있을 수 있다. 형편이 어려운 학생이 차별받지 않도록 하기 위해 그 학생의 사회·경제적인 불평등을 감안해서 심사한다. 대학이 특목고 출신 등 특정 학생을 뽑는 게 설립취지나 그 학교의 정체성에 부합한다면 인정해 줘야 한다. 정부가 대학입시에 관여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다만 거기에 대한 철학적 고민이 얼마나 깔려 있는지, 그러한 선발방식이 대학이 진정으로 추구하는 가치인지 스스로 자문해 필요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