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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상환 칼럼] 경상대 경제학과 교수
고용주의 비정규직 남용이 문제다
장상환 본지 논설위원·경상대 경제학과 교수
비정규직법 개정을 두고 여야가 1년 반 유예, 6개월 유예 수용으로 대립하다가 결국은 타결에 이르지 못하고 당분간 그대로 시행하는 것으로 결말이 났다. 비정규직 문제의 근본해법은 무엇인지 생각해 보자.

우선 비정규직 사용기간 2년 제한을 그대로 두면 ‘100만 해고대란'이 일어날 것이라는 노동부 장관의 주장은 과장됐다. 노동부 조사에 의하면 전국 7900여 개 사업장을 조사한 결과 비정규직법 기간 제한이 적용된 7월 1~10일까지 726개 사업장에서 비정규직 근로자 4138명이 계약 해지됐다. 또 305곳에서 비정규직 근로자 1551명이 정규직으로 전환됐다.

정부 경고에 비하면 해고 규모가 크지 않다. 회사는 업무에 숙련돼 꼭 필요한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정규직으로 전환한다. 실제로 한국인삼공사·CJ푸드빌 등 대기업에선 정규직(무기계약직) 전환을 했다.

물론 단기적으로 일하는 노동자들은 정리할 수 있다. 또 상당수 중소기업은 정규직 전환 시 4대 보험 가입 등 복지 혜택에 따른 비용 부담으로 정규직 전환과 관련해 주저하는 경향이 있다. 노동부는 이것을 구별하지 않고 모두 묶어 계산해 ‘해고 위기’를 부풀렸다.

해고된 비정규직 노동자의 자리를 다른 노동자들이 채울 경우 해고대란은 일어나지 않는다. 특히 비정규직 보호에 앞장서야 할 정부가 공공부문 비정규직 대량해고에 앞장선 것이 문제다. 노동부가 발표한 비정규직 해고자 수 가운데 30%에 달하는 숫자가 공공부문에서 해고됐다.

한국 비정규직 문제의 특수성을 살펴보면 비정규직법의 근본 해법을 찾을 수 있다. 먼저 비정규 노동자 수가 너무 많다. 노동부 집계로 하면 540만명으로 전체 노동자의 35%, 노동사회연구소 집계로 하면 850만명으로 53% 수준이다.

비정규직에 대한 대우도 너무나 열악하다. 유럽에서는 비정규직이라도 정규직과 동일한 임금을 받는 경우가 많지만 한국의 비정규직 임금은 정규직의 50~60% 수준이고, 고용보험·건강보험·국민연금 등 사회보험 혜택을 받는 노동자는 30%에 불과하다.

무엇보다도 유럽 선진국에서 비정규직은 주부 등 노동자측 사정으로 인한 파트타임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온종일, 그것도 정규직 노동자와 같은 일을 하면서도 비정규직이다. 이른바 고용 유연화를 위해 비정규직을 사용하는 것이 아니다.

정규직 노동자들도 회사 사정이 어려우면 얼마든지 정리해고할 수 있도록 근로기준법 제24조가 규정하고 있다. 한국의 비정규직은 노동자와 회사 사정상 어쩔 수 없어서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주가 인건비를 절약하기 위한 수단으로 악용하고 있는 것이 문제의 핵심이다.

비정규직 과잉 팽창의 사회경제적 부작용은 엄청나다. 양극화의 핵심 요인으로서 대졸자 과잉, 청년실업 문제를 초래하는 반면 중소기업 인력 부족문제를 낳는다. 지난 4월 1일 기준 부족인력은 18만명, 부족률은 2.1%에 달했다. 저소득층 노동자들은 저출산을 택할 수밖에 없다. 또한 노후불안으로 생명보험 가입이 과다해 보험료가 소득의 13%에 달한다. 노인 자살자 수도 급증했다. 비정규직은 소득 불평등의 근원인데 소득 불평등이 심해지면 민간소비가 위축되어 경제침체가 초래된다.

비정규직 사용 제한 기간을 어떻게 변화시켜도 850만명 비정규직 대다수는 수시로 해고를 경험하게 된다. 고용주의 비정규직 남용을 억제하려면 비정규직 사용 사유를 엄격하게 제한하는 것이 핵심이다.

차별시정도 실효를 거두기 위해서는 차별시정을 요구할 수 있는 주체를 현재처럼 당해 노동자만으로 한정해서는 안 된다. 해고 위험에 직면하기 때문에 겁나서 차별시정을 신청하기 어렵다. 노동조합과 시민단체들도 차별시정을 신청할 수 있어야 한다.

정부와 여야는 비정규직 문제를 기업경영의 입장이 아니라 국민경제의 안정과 사회적 형평의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장상환 칼럼 | 입력 : 09-07-20 오전 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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