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흔히 말하기를,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고 한다. 그만큼 새로운 것에 대한 지나친 집착을 경계하는 말일 것이다. 하지만 길게 보면 동일한 것은 없기에, 그 어떤 것도 시간의 흐름에서 빗겨 나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서구의 역사는 변화를 발전과 진보로 맹신해 온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변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변하지 않는다거나, 그 반대로 변하지 않아야 함에도 변하는 것에 대한 깊은 우려를 느끼며, ‘변하는 것과 변하지 않는 것’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 본다. 무엇이 그 경계를 만드는가. 그리고 그 경계는 정당한가.
요즈음 대학교육의 질과 내용, 그리고 정책을 둘러싸고 논의되는 것을 보면, 우리는 ‘변하는 것과 변하지 않는 것’ 사이의 극심한 혼돈상태를 겪게 된다. 이른바 상시 정원조정 시스템이나 구조조정 및 조직개편 등의 용어들은 이러한 혼돈을 대표한다. 대학교육의 경쟁력 향상을 위한 여러 방안의 일환으로 행해지는 대학의 자체평가나 정보공시제도는 끊임없이 변화를 요구한다. 물론 궁극적으로는 대학교육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의도에서 나온 것이라 여겨진다. 나아가 많은 예산을 투입해 대학교육 과정의 질을 높이는 방안을 모색하고, 공학이나 경제학, 자연과학 일반 등 국제 통용성이 높은 전공에 대해서는 국제표준에 맞는 교육과정을 개발해야 할 것이며, 교수의 효율적인 강의능력 향상을 위한 교수학습지원센터도 더욱 활성화돼야 할 것이다.
그런데 연구와 교육, 효율성과 일관성, 변하는 것과 변하지 않는 것 사이에 대학정책의 축(軸)이 어디로 옮겨 가기보다는 균형 있는 중심을 잡아가는 것이 더욱 중요한 일이다. 사람의 인성은 변하고 성숙하거나 발전되어 가지만, 품성은 그대로 유지되어 인격을 대표한다. 마찬가지로 교육의 경우에도 그 격(格)은 일관성을 이루어 조직과 체계 및 제도의 안정을 취할 것이다. 조직 구성원 간의 신뢰와 상호존중이라는 덕목은 어떤 경우에도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될 것이다. 특히 취업률을 중심으로 한 대학의 인기학과와 비인기학과 간 양극화 현상이 우려되고 있는 실정이다. 많은 대학들이 이미 취업이 잘되는 인기학과에 예산을 집중하고, 비인기학과는 예산을 줄이고 구조조정 미명 아래 축소하거나 아예 폐지하려고 한다. 비인기로 대변되는 순수이론분야의 학문성과가 있기에 인기 있는 응용학과의 존립이 가능한 것이다. 지나치게 단기적 안목에서 대학 구조조정을 서둘러서는 학문의 기반이 무너지는, 돌이킬 수 없는 시행착오를 겪게 될 것이다.
대학은 다양한 학문이 학제 간 협력하는 학문공동체다. 학제 간 미래의 시너지 효과를 누구도 정확하게 예측하며 계량화할 수 없다. 국가발전의 동력이 되는 학문정책과 청년실업을 줄이는 취업대책은 상호 보완 관계이지 배타적 관계가 아니다. 지나친 성과주의나 효율성을 강조하는 시장성에만 대학을 맡긴다면, 학문의 기반이 무너질 뿐 아니라 우리가 인문적 가치로 소중하게 여기는 사람다운 삶, 행복한 삶, 그리고 사람 됨의 도리는 망가지게 될 것이다. ‘변하는 것과 변하지 않는 것’은 동전의 양면이며 수레의 두 바퀴다. 지금은 동중정(動中靜)이요, 정중동(靜中動)의 지혜가 절실히 필요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