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자금 대출, 취업 후부터 갚는다"
정부, ‘취업후 상환 학자금 대출제도’ 내년부터 전격 시행
대출한도 폐지, 신용불량자도 대출 가능
교육시민단체·정치권, "취지는 환영, 보완도 필요"
내년부터는 학자금 대출을 받은 후 곧바로 이자를 내거나 소득에 상관없이 학자금을 상환하는 대신 취업 후부터 학자금을 상환할 수 있게 된다. 또한 학자금 대출 한도가 없어지고 신용불량자도 학자금 대출이 가능해진다.
이명박 대통령은 30일 한국대학교육협의회(서울 상암동 소재)에서 대학생들과 간담회를 갖고 “학교 다닐 때에는 등록금 부담 없이 학업에 전념할 수 있게 해주는 ‘취업후 상환 학자금 대출제도’를 2010년부터 전격적으로 도입한다”면서 “취업후 상환 학자금 대출제는 등록금 부담을 해결하느라 학업경쟁에서 불리했던 어려운 형편의 학생들에게 공부할 시간을 더 주고자 하는 것이 취지”라고 밝혔다.
■‘취업후 상환 학자금 대출제도’란?=‘취업후 상환 학자금 대출제도’는 현행 학자금 대출 제도의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한 것으로 외국에서는 ‘ICL(Income Contingent Loan·미래소득 연계형 학자금 대출제도)’로 불리는 제도다.
현행 학자금 대출제도의 경우 대출 즉시 매월 이자를 납입해야 하고 소득이 없더라도 상환기간이 되면 원리금을 상환해야 했기 때문에 학자금 신용 불량자가 양산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실제 교육과학기술부(이하 교과부)에 따르면 학자금 신용불량자는 2006년 670명에서 2009년 6월 기준, 1만3804명으로 대폭 증가했다. 따라서 ‘취업후 상환 학자금 대출제도’가 도입되면 학자금 신용불량자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취업후 상환 학자금 대출제도’의 수혜대상은 기초생활 수급자 및 소득 1분위에서 7분위 가정의 대학생으로 학자금이 필요한 희망자 전원(C학점 이상)이다. 고소득 계층인 8~10분위 대상 학생들은 현행 대출방식이 그래도 적용된다.
대출금액은 현행 학자금 대출 제도가 대출한도((1인당 4000만원)를 두고 있는 것과는 달리 연간 등록금 소요액 전액과 생활비 연 200만원이다. 생활비의 경우 기초생활수급자 무상지원, 1~3분위 무이자 ICL대출, 4~5분위 취업 후 상환대출, 6~7분위 정상대출 등 소득이 낮을수록 혜택이 늘어나는 방식으로 설계됐다. 대출금리는 재원조달 금리를 감안해 매년 결정된다. 오는 2학기의 경우 학자금 대출 금리는 5.8%다. ‘취업후 상환 학자금 대출제도’에 필요한 재원은 한국장학재단에서 발행하는 정부 보증 장학채권을 통해 조달될 예정이다.
대출자의 원리금 상환 의무는 연간 소득이 기준소득을 초과한 시점부터 발생하며 이 때까지는 이자 납부도 유예된다. 정부는 원리금 상환을 국세청이 원천징수하는 방식으로 철저히 관리하고 대졸초임·최저생계비 수준·외국 사례 등을 고려해 기준소득 수준을 결정할 예정이다. 상환기간은 최장 25년 이내에서 대출자 본인이 소득상황 등을 감안, 직접 결정할 수 있다.
‘취업후 상환 학자금 대출제도’는 2010년 신입생부터 적용된다. 단 현재 재학생(휴학생 포함)은 졸업까지 현행 제도와 ‘취업후 상환 학자금 대출제도’ 중에서 선택이 가능하다. 특히 ‘취업후 상환 학자금 대출제도’는 미래 소득과 연계된 제도이기 때문에 부모 또는 본인이 신용불량자여도 대출이 가능하다.
이주호 교과부 제1차관은 “관계부처와 합의해 상환기준소득·소득수준과 연계한 상환율·일시상환에 대한 인센티브·재원조달 등 구체적 실행방안을 오는 9월 말까지 마련해 2010년 1학기 신입생 중 원하는 학생은 ‘취업후 상환 학자금 대출제도’의 혜택을 받도록 시행할 계획”이라며 “또한 제도시행을 위해 필요한 관련 법률은 올 정기국회를 통해 입법 또는 개정될 수 있도록 하고 예산소요액은 2010년 예산안에 반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취지는 공감, 보완도 필요’=정부가 학자금 대출 제도의 전면적 개선을 통해 대학생 및 학부모들의 등록금 부담 완화에 본격 나서기로 하자 교육시민단체와 정치권에서는 일단 환영의 뜻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이 제도가 본 취지대로 시행되기 위해서는 보완도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진보신당은 “‘취업 후 상환 학자금 대출제도’는 그동안 교수노조나 시민사회단체가 꾸준히 요구해온 ‘등록금 후불제’와 거의 유사한 제도이며 현재의 고부담 등록금 문제가 상당 부분 해결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C학점 이상이 돼야만 새 제도를 이용할 수 있는 부분은 ICL의 취지와 다소 어긋난다. 성적으로 진입장벽을 두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진보신당은 “이자율이 5% 안팎으로 결정된다고 하더라도 적절한 수준인지 생각해볼 문제이며 이자율을 추가 인하할 수 있는 방안, 예컨대 재원의 일부는 국가 예산으로 충당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면서 “대학등록금 인상률이 ICL 이자율보다 많으면 상환이 이뤄진다 해도 대출금의 재원이 되는 국채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면서 누적될 수 있기 때문에 등록금 상한제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등록금 대책을 위한 시민·사회단체 전국 네트워크(등록금넷)’ 역시 “‘취업 후 상환 학자금 대출제도’가 도입되면 대학생들이 졸업도 하기 전에 금융채무 불이행자라는 불명예를 쓰는 일도, 등록금 부담 때문에 학업을 중단해야 하는 일도 대폭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며 “(정부가) 이후 재정부담을 이유로 기준소득을 지나치게 낮게 책정하거나, 대출이자를 높이거나, 대상계층을 줄이는 등의 조치가 따르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등록금넷은 “학자금 상환에 또다시 청년들의 미래가 저당잡히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기준 소득을 적정 수준으로 잡아야할 것”이라며 “이자율을 억제하지 않는다면 여전히 학생과 청년세대들은 학자금 부담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되기 때문에 대출이자 또한 더욱 줄여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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