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6원으로 일군 300억원 재산 KAIST에 기부
서산농원 김병호 대표, 아무런 연고 없는 KAIST에 깜짝 기부
“과학기술로 국민 모두가 잘 살 수 있는 나라를 만들어 달라”

단돈 76원으로 자수성가한 한 사업가가 평생 모은 300억원 상당의 부동산을 KAIST에 기부했다. KAIST는 지난 12일 오후 4시30분 교내 대강당 세미나실에서 김병호 서전농원 대표(68·
사진)와 발전기금 약정식을 체결했다.
김 대표가 아무런 연고도 없는 KAIST에 기부하게 된 계기는 서남표 총장이 각종 상금과 강연료를 학교에 기부하는 것을 보고서다.
그는 “세계 최고의 과학기술로 국민 모두가 잘 살 수 있는 나라를 만들어 달라”고 당부했다. 김 대표가 내놓은 부동산은 그가 운영하는 ‘서전농원’이 소재한 경기도 용인지역 임야와 논밭 3필지 9만4733㎡(약 2만8660평) 규모다.
김 대표는 17살이던 1958년 초등학교를 졸업하자 마자 상경했다. 당시 그의 손엔 보리타작 일로 번 돈 76원이 전부였다. 미아리의 한 식당에서 배달일로 서울 생활을 시작했다. 돈을 벌기 위해 부업으로 수금사원과 청소 일도 했다.
이쑤시개 1개를 8개로 만들어 쓸 정도로 ‘자린고비’ 생활을 하며 악착같이 돈을 벌어 4년 후에는 아파트 한 채를 장만했다. 김 대표는 “정말 지독하게 일하고 무섭게 절약했다. 무더운 여름날 단돈 1원을 아끼려고 남들이 다 먹는 사카린 음료수조차 사먹지 못했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돈이 어느 정도 모이자 자동차 기름 판매점을 시작했고, 그의 나이 26살이 되던 해인 1967년 시내버스 5대로 운수회사 지입사업을 시작했다. 그는 돈이 모이는 데로 용인지역 부동산에 투자했고, 그렇게 모은 돈으로 지금의 서전농원을 조성했다. 그가 운영하는 서전농원은 경기도 용인에 있는 16만5000㎡ 규모의 자연체험장. 5200여그루의 밤나무 단지와 사슴, 오리 등 사육장이 있다.
“버는 것은 기술이요, 쓰는 것은 예술이다.” 김 회장이 평소 가장 좋아하는 말이다. 이는 자신을 위해서는 단 돈 1원도 허투루 쓰지 않지만 후학들을 위해서는 거금을 쾌척한 데서 잘 나타난다. 지난 2005년엔 ‘나누미 근농(根農)장학재단’에 10억원의 장학금을 선뜻 내놓았다.
그의 기부가 이뤄질 수 있었던 데는 가족들의 힘도 컸다. 부인 김삼열 여사(60)와 아들 세윤씨(36)는 김 대표가 기부의사를 비쳤을 때 이에 흔쾌히 동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12일 KAIST 대강당에서 열린 발전기금 약정식에서 서남표 총장은 “앞으로 건립될 정보기술(IT)융합센터에 김병호 대표와 김삼열 여사의 존함을 쓰겠다”며 “이분들의 숭고한 뜻을 받들어 세계적인 과학기술자를 배출하는 데 매진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