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대학신문 홈 > 뉴스 > Zoom in

목록
프린트 스크랩
“세계1등 소장해야 박물관 성공”
[사람과생각]'로봇박물관' 연출·디자인한 백성현 명지전문대학 교수
파인아트에 매몰된 문화 흐름 아쉬워


대학로에 자리 잡은 로봇박물관은 지난 2004년 문을 연 이후 입장료로만 흑자를 내는 몇 안 되는 박물관 중 하나다. 로봇박물관을 기획한 이는 백성현 명지전문대학 디자인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그는 테마를 찾아 전문적으로 수집하고 컬렉션을 완성하면 지원을 받아 박물관을 디자인한다. 수집가이자 디자이너인 셈이다. 그의 수집에는 원칙이 하나 있는데, 다름 아닌 ‘세계 1등이어야 할 것’이다.

“진정한 수집가는 세계적인 소장품을 보유해야 합니다. 그런데 우리는 기준이 없어요. 대략 몇 개를 모아야 하는지, 어떤 것들을 모아야 하는지 모호한 상황이죠. 미디어가 이를 선별하고 세분화해 줘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어요. 그래서 깊이와 심도가 떨어지고 경쟁력도 약하다 보니 많은 박물관이 실패하는 거예요.”

그의 말이 자칫 거만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로봇박물관에 전시된 3500여 점의 로봇들을 돌아보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2000년 소더비 경매에서 7만 달러에 팔렸던 기록을 세운 것과 같은 제품인 1955년 일본산 ‘메고 맨’을 비롯, 40개국 초기 로봇 등 시대를 아우르는 폭넓은 컬렉션이 가득하다. 1851년 런던 박람회 기념물만 17종에 달하는 등 세계에서 보기 드문 로봇들이 빼곡하다. 가격이 뛰는 것은 당연한 일. 전시된 전체 로봇의 가격은 구매 당시보다 10배 이상 뛰었다.

이렇게 모은 그의 컬렉션은 우리의 편중된 문화 흐름 속에서 더욱 빛난다. 그는 “부유한 이들이 파인아트 컬렉션만 사들이고, 거기에만 초점을 맞추는 우리 문화계가 안타깝다”며 “파인아트는 사실상 유럽과 비교하면 상대가 안 되는데 왜 거기에 집착하는지 모를겠다”고 지적했다.

“문화 선도층의 기호가 모두 파인아트로 굳어졌어요. 문화에 대한 인프라가 참혹할 정도로 교육이 모자랐지요. 매일 표현주의니 낭만주의니 하는 표피적인 것들만 배웠고, 그러다 보니 샤갈이나 고흐를 봐야 뭔가 본 거 같다고 느낍니다. 시대의 흐름은 평면에서 입체로 넘어가고 있어요. 파인아트도 중요하지만 입체적 오브제가 더 중요한 시대인데, 교과서에는 아직도 파인아트만 가르쳐요.”

백 교수가 로봇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유럽 주재원 시절 저금통을 수집하면서부터다. 최초의 저금통인 고대 로마 저금통부터 1950년대 첨단 저금통이었던 로봇 저금통까지 모으다가 로봇에 관심이 생겼다.

본격적인 로봇 장난감들이 만들어진 것은 1900년부터였고, 100년 동안 나온 로봇들을 잘 모으면 세계 우위를 점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16~18세기 자동인형에 집착하는 유럽은 당시 로봇에 큰 관심이 없었고, 미국과 일본 수집가들과 겨루기만 하면 됐다. 해 볼 만한 게임이었고, 1990년부터 본격적인 수집에 돌입했다. 20여 년이 지난 지금, 그의 로봇들은 현재 시대상과 맞물려 엄청난 관심을 모으고 있다.

“10년 전부터 전 세계 문화의 흐름이 비주얼에서 입체로 변하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첨단 IT를 비롯해 인텔리전스의 시대도 다가왔습니다. 여기 있는 로봇들이 보기엔 장난감이지만 어마어마한 재산적·문화적 가치를 지니고 있어요.”

그는 자신의 로봇에 대한 자료로 디자인커뮤니케이션과 수업을 진행한다. 디자인과 커뮤니케이션이 로봇 속에 모두 녹아 있기 때문이다. 나아가 자신이 수집한 로봇들은 다음 시대를 향한 일종의 메시지가 될 것이라 믿는다.

“얼마 전 일본 오다이바에 높이 18미터, 무게 35톤의 건담이 만들어져 화제가 됐었죠. 일본의 로봇문화로 볼 때 이런 일들은 다음 시대에 강렬한 메시지를 주게 됩니다. 우리나라도 이런 창조적 메시지를 던질 수 있는 작업들이 진행됐으면 좋겠어요. 체험과 이벤트가 주를 이루는 박물관이 아니라 다음 시대를 위해 메시지를 줘야 합니다. 좋은 소장품은 보고 느끼는 데서 끝나는 게 아니라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전달받은 메시지에 자신의 DNA를 배합하고 창조적 영감을 줍니다.”

백 교수는 조만간 영문 블로그를 만들어 로봇박물관을 세계에 알릴 예정이다. 이와 함께 전시된 로봇 3500여 점에 수장고에 보관한 1500여 점의 로봇과 나머지 5000여 점을 더해 총 1만여 점의 대형 로봇박물관을 개장할 준비를 하고 있다.

얼마 전 ‘가위’를 테마로 콜렉션을 모두 완성했는데, 로봇박물관과 함께 경기도 하남으로 옮겨 선을 뵐 예정이다. 또 수집한 소장품을 거래할 수 있는 옥션과 이를 가르칠 교육기관도 준비 중이다.

“박물관을 운영하는 ‘인서울’과 하남 인근에 부지를 구했어요. 그렇지만 지방자치제가 ‘그런 장난감 박물관이 와서 뭐하느냐’는 입장이라 요즘 고민이 많아요. 로봇이 장난감으로 취급당하는 문화 속에서 다른 것들은 오죽하겠나 싶어요. 그렇지만 열심히 해야죠. 옥션과 스쿨을 겸한 단체도 준비 중인데 모두 잘될 겁니다.”
김기중 기자 (gizoong@unn.net) | 입력 : 09-09-07 오전 11:23
ⓒ 한국대학신문(http://unn.net)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저작권문의
목록
프린트 스크랩
이 름 내 용 비밀번호

1

최신 포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