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첨단의료복합단지는 세계적 수준의 미래신약과 의료기기를 개발할 수 있도록 신약 및 의료기기 개발, 첨단임상시험을 중점 지원해 우수한 기초연구 성과를 임상단계 제품으로 연계시키기 위한 응용·개발 연구중심 단지다. 이를 위해 정부는 2005년부터 첨단의료복합단지 조성방안, 투자규모, 타당성 조사 등을 실시했고, 관련법을 제정하는 등 구체적인 조성 작업에 착수해 2009년부터 30년간 총 5조6000억원의 재원을 투입한다는 그림을 내놓았다.
이러한 대형 국책사업이 발표될 때마다 전국의 지자체들이 사업 성공 능력에 대한 신중한 분석 없이 ‘일단 따놓고 보자’는 식의 치열한 유치 경쟁을 벌이는 것은 관례가 된 지 오래다. 정부에서 계획 중인 첨단의료복합단지는 충분한 사전 준비 없이는 실패하기 쉬운 사업이다. 이미 아시아권의 일본과 중국이 대규모 단지를 조성해 성공적으로 첨단의료산업을 추진하고 있어, 우리 정부가 계획한 30년간 5조6000억원으로 단지를 조성하고 R&D 및 제품 개발로 인해 동북아 최고의 글로벌 첨단의료 R&D단지를 조성하겠다는 것은 예산 규모나 단지 규모를 고려할 때 지극히 어려운 일이다.
따라서 첨단의료복합단지의 성공을 위해서는 기존의 산업단지를 활용할 수 있도록 선정했어야 한다. 기존 단지를 활용하지 않을 경우 중복투자로 인한 예산 낭비는 물론 사업의 조기달성은 아예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원주는 당초 첨단복합단지 조성 계획 발표 이후 산업을 성공시킬 수 있는 가장 유력한 지역이라고 자신했다.
1998년부터 자발적으로 시작된 원주의료기기산업은 연세대 원주캠퍼스 의공학부와 원주시 간의 유기적인 협력을 통해 이룩한 대표적인 지역산업의 성공모형이다. 지역과 대학의 특성화를 통해 이룩한 지역산업은 국내 의료기기산업 수출의 30%에 이를 정도로 국가산업의 기반이 되는 특별한 사업이다. 또 정부의 투자 대비 성과 면에서 아주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이러한 지역산업에 바탕을 둔 원주 의료기기산업을 정부 사업에서 인위적으로 배제한다면 어느 누가 지역산업과 지방캠퍼스의 사활을 걸고 10여 년 동안 피눈물을 흘리며 봉사하겠는가?
또한 정부가 최근 '5+2 광역경제권 선도 사업'에서 강원도에 의료융합·의료관광사업을 배정한 것도 그간 강원도가 의료산업으로 높은 평가를 받는 등 좋은 성과를 보여 줬다는 사실을 입증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원도를 배제한 첨단복합단지 입지선정은 중복투자로 인한 예산 낭비를 초래함은 물론 정부 정책의 일관성이 없음을 뚜렷이 보여 준다.
이번 사업에 선정된 지역이 불과 1년 전에 의료산업을 한 번 해 보고 싶어 남에게 무엇부터 해야 하는지 물어보고 정치적으로 밀어붙이며 진행해 온 점, 담당 부처가 특정 후보지와 관련이 깊은 상태로 모든 과정이 특정지역에 유리하게끔 한 점, 평가자료 제출기한을 일주일 연기시켜 줌으로써 준비가 덜된 곳에 편의를 제공한 점 등 모든 과정이 처음부터 정치적 각본대로 이뤄졌다. 중앙정부의 대규모 사업이 추진될 때마다 과연 언제까지 이러한 과정을 반복해야 할까?
이런 과정을 거쳐 선정된 첨단의료복합단지의 향후 성공 여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일이다. 그러나 강원도 원주는 의료기기산업을 10년 이상 성공적으로 발전·집적시켜 왔음에도 불구하고 이 산업을 지켜 내기 위해 안간힘을 써야 하는 큰 부담을 안게 됐고, 그에 대한 상실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다.
따라서 향후 정부의 정책 사업이 심각한 지자체 간 경쟁과 정치적 입김을 배제할 수 있도록, 이러한 공모선정 방식은 자제해야 한다. 정치 논리 등에 의한 ‘나눠 먹기’식 선정을 배제하고, 공정한 심사와 객관적 기준에 의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선정 방식을 확립해야 한다. 그래야 정부는 반복되는 국책사업 실패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