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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사랑’ 채워주는 ‘공부방 선생님’
개나리가 꽃망울을 터트리고 개강맞이에 한창 들뜬 봄날의 교정. 솜털 +보송보송한 새내기다운 해맑은 표정을 짓고 있는 허윤희양(이화여대

수리과학부1)의 가슴도 덩달아 설렌다. 캠퍼스 곳곳에서 피어나는 웃음꽃.대학생이 되었다는 설렘. 모든 것이 새롭고 활기차다. 그러나 정작

윤희양의 얼굴에 상기된 웃음을 실어주는 일은 따로 있다. 일주일에 한번 만나는 공부방의 아이들.

통신을 하다가 우연히 보게 된 공부방 선생님 모집 공고. ‘바로 +이거야’하는 생각에 무작정 찾아 나섰다. 지금은 동아리 활동도 과 활동도 뒤로 제쳐뒀다. 아직은 예비 선생님이지만 그녀의 발걸음은 신입생환영회다 개강파티다 해서 벌어지는 술잔치를 뒤로하고 공부방이 +있는 봉천동 철거민촌으로 향한다.

9년의 역사를 지닌 「봉천동 새세대 어린이집」. 봉천동 인근 철거민촌에 자리잡은 이곳은 윤희양 외에도 열한명의 대학생 선생님이 있다. +숙명여대·연세대·삼육대 등 서울에 있는 여러 대학에서 자원해 모여든 젊은이들.

특히 새내기 때 미팅 파트너에게 이곳 이야기를 듣고 감동 받아 +찾아왔다가 2년째 공부방 선생님을 하고 있다는 정순영양(숙명여대 +사학3)과 유학을 갈 때까지 무엇인가 보람있는 일을 해보고 싶다며 홍조 띤 모습으로 얼굴을 비친 김영지양(삼육대 영문4)처럼 이곳을 찾게 된 동기는 제각각 이지만 아이들을 바라보는 마음만은 똑같다.

매주 한번 오후 4시부터 저녁 9시까지 21명의 학생들과 마주앉는다.

학교공부를 보충해 주는 과외지도보다는 정에 굶주린 아이들에게 사랑을

심어주는 것에 마음이 급한 선생님들. 철거민촌 아이들이란 이유 하나로 +친구들에게 소외당하고 무시당하는 아이들이기에 보통 아이들보다 정서적으로 메말라 있고 거칠다.

“이곳 아이들의 부모들은 대부분 맞벌이 막노동으로 가계를 꾸려가고 있죠. 아이들은 부모의 관심과 사랑이 부족해서인지 무척 거칠고

어린이다운 천진함이나 순수함은 좀처럼 찾아 볼 수 없어요. 실질적으로 +교육은 공부를 돌보는 것보다도 같이 놀아주고 같이 얘기하는 시간이 더 많죠” 공부방 왕언니로 통하는 정순영양이 안타까움을 토로한다.

예년에 비해 새내기 선생님이 절반으로 줄었다. 사회봉사활동 학점인정제

때문에 학점 따려고 들어오는 학생이 있는가 하면 봉사활동 관련 리포트를 제출하기 위해 찾아 온 사회복지학과 학생도 있다. 이런저런 사람들을 제하고 나면 실질적인 활동을 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래도 작지만

요리실습도 할 수 있는 부엌과 앉은뱅이 책상 서너 개가 놓여 있는 작은 교실이 전부인 허름한 공부방이지만 밤마다 꿈이 피어난다.

‘봉사’라는 말이 왠지 부담스럽다는 공부방 선생님들. 아이들과 함께 있으면 더 열심히 더 바르게 살아야지 하는 생각이 많이 든다며 그저 아이들이 건강하고 밝게 자라줬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최진열 기자 (news@unn.net) | 입력 : 98-03-23 오후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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