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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대학신문 칼럼] 한국대학신문
[기고]녹색문화, 에너지 절약부터
서승직(인하대 교수·대한설비공학회 회장)
한국은 에너지 빈국이지만 에너지 과소비 국가다. GDP(국내총생산) 1000달러를 생산하는데도 1차 에너지를 일본의 3배 그리고 OECD 주요 선진국의 2배 이상 사용하고 있다. 한마디로 선진국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는 에너지 사용 효율이다. 지난해 에너지 수입액이 무려 1415억 달러에 이른다. 일본의 에너지 사용 효율의 60% 수준만 돼도 당장 에너지 수입과 탄소배출을 절반으로 줄일 수 있다. 한국이 에너지 사용 효율이 낮은 것은 에너지를 낭비할 수밖에 없는 방만한 국가시스템과 문화 탓이다.

전력 예비율을 걱정할 만큼 에너지 사용이 많은 여름철을 맞이해 정부가 에너지절약을 위한 기획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다. 에너지 사용 효율이 가장 높은 일본의 에너지 절감 사례도 상세하게 소개하고 있다. 모두가 실천해야 할 교훈이지만 남의 나라 일로 받아들일 뿐 국민적인 동참은 기대치 않는다. 에너지절약운동은 추상적이긴 하지만 지속적으로 전개해 생활의 문화 속에 정착시켜야 한다.

그러나 절약 운동만으로는 에너지 사용 효율을 높일 수는 없다. 근본적인 것은 방만한 에너지 사용 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 시스템의 개선 없는 에너지 절약 운동은 마치 깨진 독에 물을 절약해서 부으라는 운동과도 같다.
덜 쓰고 덜 배출하는 절약문화 정착 활성화를 위해 ‘에너지 개인인증제’의 시행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에너지 절약 정신이 투철한 사람에게 에너지 업소를 이용할 때 할인해 주는 제도다. 세계 어느 나라도 시행하지 않고 있는 새로운 제안이다. 확실하게 에너지 절약을 유도할 수 있는 실현 가능한 제도로 시행 가치가 있다. 목적이 뚜렷한 제도의 도입은 궁극적으로는 방만한 에너지 사용 시스템의 혁신과 개혁을 촉진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자원고갈에 대비한 그린에너지 개발은 국가가 운명을 걸고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할 사업이다.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그린에너지 정책은 크게 우려되는 점이 많다. 선진국이 추구하는 그린에너지 문화에만 성급하게 동참하려고 보급률만 높이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한국의 신재생에너지 보급률은 1987년 대체에너지 기술 촉진법이 제정된 후 2006년 기준 2.26%로 OECD 주요 선진국의 1980년대 초반 수준이다. 2011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보급률을 5.0%로 그리고 2020년까지는 11%로 높인다고 한다. 보급률을 높이는 정책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원천녹색기술 개발이다.

우리의 그린에너지 정책은 펌프로 물을 퍼 올리는 양에만 목표가 돼 쏟아붓는 마중물이 수십 배 더 소비되고 있음을 전혀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아무리 미래를 위한 녹색사업이라 할지라도 실익을 따져 지혜롭게 투자해야 한다. 녹색기술 개발은 뒷전이고 너나없이 선진외국의 시스템을 수입해 보급률만을 높여 봐야 얻는 이익보다 손해가 더 클 뿐이다. 국민의 혈세로 외국의 기업만 살리는 일이다. 100% 외국산 설비로 시설하고 동양 최대 규모의 태양광발전소라 자랑한다고 녹색의 꿈이 실현되는 것은 결코 아니다. 국가 정책의 핵심이 되고 있는 녹색성장의 본질도 한마디로 덜 쓰고 덜 배출하는 시스템의 효율화다. 지금 당장 선진국 수준의 국가시스템 효율화만 달성해도 300%까지 탄소 배출을 줄이는 녹색성장 강국이 될 수 있다. 이는 녹색성장으로 경제위기를 가장 먼저 극복할 수 있는 우리의 내재된 여건이다.

녹색성장의 핵심은 에너지 사용 효율화에 있으며 그린에너지는 우리의 삶의 동력으로 더 없이 소중하다. 실속 없이 보급률을 높이는 것보다는 먼저 녹색 기본기술을 충실하게 구축해 가면서 보급을 확대하는 것이 오히려 가치 있는 미래를 위한 투자다. 성급하게 남의 녹색기술만으로는 결코 녹색성장을 이룰 수 없음을 깨달아야 한다. 반(反)녹색으로 가는 그린에너지 정책은 에너지 과소비의 방증이다. 에너지 사용 효율화는 구체적인 계획과 강력한 규제 그리고 지속적인 실천이 있어야 달성될 수 있다. 에너지 빈국이 녹색성장을 이루는 방도도 오로지 에너지를 적게 쓰는 총체적인 시스템 구축과 녹색문화가 어우러지는 에너지 사용 선진국에서 비롯됨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
한국대학신문 칼럼 | 입력 : 09-09-14 오후 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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