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예술종합학교(한예종)가 신임 총장을 맞았다. 그동안 한예종은 문화관광부(이하 문화부)의 감사를 받고 나서 많은 문제점을 드러냈다.
총장의 독단적 대학운영, 좌파 성향의 교수 임명, 이론 위주의 교육 등으로 호된 비판을 받았고, 결국 학교가 둘로 쪼개지기도 했다. 한예종은 비교적 짧은 역사 속에서 우수한 예술인재들을 많이 배출해 냈다. 특히 연극·영화·음악·무용계에서 세계적으로 두각을 나타내는 졸업생을 배출해 학교의 위상을 크게 높였다.
한예종이 17년이라는 짧은 역사 속에서 확고한 위치를 차지할 수 있었던 것은 세계적으로 명성이 높은 예술가를 교수로 초빙했고, 실기 위주의 소수정예 교육을 실시했기 때문이었다.
한예종이 현재의 난관을 극복하고, 신임 총장이 말한 대로 ‘제2의 도약’을 맞기 위해서는 대학 구성원과 함께 다음의 세 가지를 반드시 실현해야 한다.
첫째, 설립 목적대로 운영해야 한다. 한예종의 설립 목적은 ‘체계적인 예술 실기교육을 통한 전문예술인의 양성’이다. 이러한 설립목적은 ‘한국예술종합학교’라는 명칭에서 잘 나타난다. 한예종은 고등교육기관이지만 ‘대학(university)’이란 명칭 대신 전문교육기관을 뜻하는 ‘학교(school)’라는 명칭을 갖고 출범했다. 그런데 지금 영문 명칭은 ‘Korea Nationl University of Arts’다. 명칭에서부터 설립 목적을 외면하고 있다. 당시 초대 교장이었던 이강숙 교수는 한예종을 미국의 줄리어드처럼 철저히 실기 위주의 학교로 운영하겠다고 선언했고, ‘총장’이라는 명칭 대신 ‘교장’을 사용했다.
둘째, 실기 위주의 교육을 실시해야 한다. 한예종은 애초부터 실기 위주의 콘서바토리 교육을 지향해 왔다. 그래서 선진국의 콘서바토리 교육기관의 교육프로그램을 적극 벤치마킹했고, 세계적으로 이름을 떨치고 있던 한인 예술가를 교수로 모셔왔다. 그러던 것이 이론교육을 강화하기 시작했고 이론 교수들 위주로 확충했다. 물론 이론교육도 중요하지만 이론을 중시하다 보면 기존의 국립 예술대학들과 똑같이 되고 만다. 한예종은 초심으로 돌아가 철저히 실기 위주의 콘서바토리 교육을 해야 한다. 교수들은 개교 당시의 열정과 사명감을 갖고 실기교육을 책임져야 한다.
셋째, 확고한 정체성을 가져야 한다. 한예종은 문화부 관할 국립교육기관으로 문화부로부터 예산지원을 받으며, 문화부의 감독을 받고 있다. 그런데 한예종은 오래전부터 교육부 학위를 요구하고 있다. 현재의 학위는 예술사(학사 해당), 예술전문사(석사 해당)로 명칭상의 불이익을 받고 있다는 것이 다. 명칭상의 불이익은 정부 부서 간의 조정으로도 충분하다. 한예종이 교과부 제도로 들어오게 되면 현재와 같이 특성화된 교육을 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특성화 교육기관으로도 발전할 수 없게 된다.
교과부의 각종 규제에 얽매어 교육 자체가 획일화되기 때문이다. 한예종은 학위문제로 정체성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 한예종이 또 다시 혼란에 휩싸이게 된다면 세계적인 예술교육기관으로의 도약은 요원해질 것이다. 교수들은 학교를 떠나고, 우수한 학생들도 지원하지 않을 것이다. 또한 정부의 지원도 줄어들고, 사회는 차가운 눈으로 바라볼 것이다. 신임 총장은 영화 ‘영원한 제국’과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에서 우리에게 깊은 감동을 안겨 주었다. 그 감동을 학교 경영에서도 보여 주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