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 출신으로 이명박 정부의 장관이나 청와대 수석이 된 인사들이 하나 같이 논문 이중게재 의혹을 받고 있어 학자 출신 고위 공직자들의 도덕성이 다시 한 번 도마에 오르고 있다.
교수출신 MB맨으로 논문 의혹에 휘말린 인사들은 대부분 자신의 논문을 출처나 인용표시 없이 2개 이상의 학술지나 학회지에 게했거나, 제자의 석사학위 논문에 자신을 공동저자로 넣어 연구업적을 부풀렸다.
지난 21일부터 22일까지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병역기피 의혹 등 도덕성에 집중 포화를 맞은 정운찬 국무총리 후보자는 내정 직후 논문 이중게재 사실이 드러났다.
정 후보자는 자신의 한글 논문을 영문으로 번역한 재탕 논문을 게재하거나 같은 내용의 논문을 일부 수정해 다른 학술지에 게재한 의혹을 받았다. 논문을 다른 언어로 쓸 경우, 인용표기나 출처를 명기해야 한다.
정 후보자는 논문 이중게재를 포함해 병역기피 의혹과 장남의 이중국적 문제 등 도덕적인 측면에서 집중 추궁을 당했다. 청문회를 마친 민주당은 당 내 민주정책연구원 여론 조사를 인용해 정 후보자의 국회 인준이 '부적합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여론 조사 결과 정 후보자가 국무총리 후보자로서 부적합하다는 의견이 응답자의 65.5%로 나타났고, 그 이유로는 '도덕적 결함'을 꼽은 의견이 가장 많았다. 정 후보자가 낙마할 경우 도덕적 흠결이 그 이유가 될 전망이다.
백희영(서울대 식품영양학과) 여성부장관 내정자 역시 부동산 투기, 장남의 병역 문제 등과함께 자신의 논문 실적을 부풀린 의혹 등 도덕성 논란에 휘말려 야권으로부터 낙마 1순위로 꼽히고 있다. 백 후보자는 청문회에서 “자연과학 분야 특성상 교수 단독으로 연구논문을 내는 게 불가능하다”고 해명했지만 논란의 여지가 많다는게 학계의 중론이다.
이인재 서울교대 윤리교육과 교수는 “제자와의 공동연구로 논문을 내는 관행은 오해하거나 잘 못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며 “제자의 석사학위 논문과 똑 같은 논문에 이름을 올리는 건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이런 관행때문에 석사논문을 교수가 다 써주는 경우도 있다”고 덧붙였다.
김성이(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전 보건복지부장관은 5개의 논문을 12곳에 중복게재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김 전 장관은 “연구논문을 학술지에 싣고 단행본으로 내는 것은 표절이 아니다”고 주장했지만 논문 외에 자신이 쓴 책도 표절 시비에 휘말렸다. 2002년 김 전 장관이 발간한 ‘사회복지 발달과 사상’은 ‘사회복지의 사상과 역사’(1997년), ‘영국 사회복지 발달사’(2001년)의 일부를 출처 표기 없이 무더기로 베낀 것으로 드러났다.
박미석 청와대사회정책수석도 숙명여대 교수로 있던 2002년 8월 대한가정학회지 40권 8호에 ‘가정정보화가 주부의 가정관리능력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라는 논문이 같은해 2월 제자의 석사학위 논문 ‘주부의 정보 사회화가 가정관리능력에 미치는 영향’과 흡사해 의혹을 샀다.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를 지낸 현인택 통일부 장관 또한 지난 1999년 12월 ‘통일로’와 2000년 3월 ‘전략연구’에 게재한 논문이 유사하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또 1995년 2월 ‘정책연구’, 1996년 11월 ‘전략연구’ 논문도 중복 게재한 것으로 드러났다. 현 장관은 논문 중복 게재 의혹이 불거지자 학술진흥재단 등록 논문 54편 중 32편을 삭제한 의혹도 받고 있다.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인 이달곤 행정안전부장관은 자신의 논문 중복 게재를 시인했다. 이 장관은 지난 1994년 서울대 부교수 시절 행정대학원 학술지 ‘행정논촌’에 실은 논문을 이듬 해 한국 협상학회가 발간한 협상연구에 인용표시 없이 게재했다.
현진권(아주대 경제학과) 청와대 시민사회비서관은 2001년부터 2006년 사이에 쓴 논문 여섯 편이 자신의 논문을 출처 표시 없이 표절하거나 다른 학술지에 중복 게재 또는 논문을 쪼개 게재하는 등의 의혹을 받았다. 또 2007년 쓴 ‘조세정보와 납세순응: 실험자료를 통한 실증결과’도 아주대 자체 조사 결과 표절로 드러났다.
정진곤(한양대 교육학과) 전 교육과학문화수석은 2001년 ‘비교교육연구’에 게재한 ‘체벌의 개념과 교육적 의미’란 논문 내용 중 27개 문단을 출처를 밝히지 않고 이듬 해 경남교육청 발행 ‘교육경남’에 ‘체벌의 정당성과 부당성’이란 제목으로 중복 게재했다.
이들의 논문은 대부분 2000년 초반이나 그 이전 논문들로 당시 학계에서는 이중게재에 대한 연구윤리지침이 마련되지 않은 시점이었고 관행이라는 이유가 면죄부가 되고 있다. 하지만 고도의 도덕성을 요구받아야 할 고위공직자인 만큼 청문회법을 고쳐서라도 도덕성 기준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용수기자·홍여진·황건강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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