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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체가 ‘대학 이용’ 실적부풀리기(?)
단과대 이전 등 논의 중 ‘사실’로 발표
내년 지방선거 앞두고 표심잡기 의혹
지차제·대학 간 협력이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최근 양 기관의 행정상 ‘엇박자’ 사례도 심심찮게 발생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동일한 사안에 대해 지자체는 이미 확정된 사실로 언론에 유출한 반면, 대학은 “아직 논의 차원”이라고 밝히는 일이 종종 생겨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일부에서는 지자체가 대학을 이용해 실적 부풀리기를 꾀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명지전문대학이 지난 4일 서천군에 제출한 투자의향서에 첨부돼 있던 연수원 조감도.
              서천군이 7일 보도자료와 함께 조감도를 언론에 유출하자 명지전문대학은 시기상조라며
              반발했다.


지난 2일 전남 화순군은 보도자료를 내고 “1일 김윤수 전남대 총장이 전완준 군수와 만나 약대·간호대·수의대 등의 화순군 이전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했다”며 “김 총장이 조만간 화순을 방문해 관련 내용을 협의하겠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같은 화순군의 주장에 대해 같은 날 전남대는 “김 총장이 전 군수와 접견해 환담을 나눈 것은 맞다. 그러나 화순군이 언론에 유출한 내용은 사실과 전혀 다르다”며 즉각 반발했다. 당시 전남대는 “김 총장은 의생명과학 관련 대학의 화순 이전 검토나 현장 방문에 대한 말을 한 적이 없다”며 “화순군이 낸 보도자료는 학내 분란과 원성을 야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같은 사안을 두고 지자체는 확정 사실, 대학은 단순한 환담 차원이라고 밝힌 것이다.

유사한 사례는 충남 서천군과 명지전문대학 사이에서도 발생했다. 서천군은 지난 7일 배포한 보도자료를 통해 “최근 명지대로부터 연수원 조성에 관한 투자의향서를 제출받았다. 이달 말쯤 연수원 조성에 관한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세부 사업 계획을 수립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서천군의 의견과 달리 사업을 추진한 것은 ‘명지대’가 아닌 ‘명지전문대학’이었고 연수원 조성 역시 아직 확실하게 결정된 사안은 아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와 관련, 지난 24일 명지전문대학 관계자는 “서천군과 접촉해 연수원 조성에 관해 논의한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 구체화된 사안은 없어 언론에 유출할 단계는 아니었다”며 “지나치게 서둘러 연수원 조성에 관한 내용을 언론에 유출한 것은 서천군의 불찰이라고 판단된다. 현재 서천연수원 조성 사안은 전면 유보된 상태”라고 밝혔다.

이처럼 지자체가 대학과의 논의 사항을 확정 사실로 언론에 유출하는 사례가 최근 연달아 발생하자 일부에서는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지자체들이 실적 부풀리기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전남대 한 보직교수는 “내년 6월 2일 지방선거를 앞두고 각 지자체 군수들이 자신의 공적을 더하고 이를 주민들에게도 확인시키기 위해 대학보다 성급히 앞서가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 같다”며 “미리 언론에 유출해 놓은 것대로 일이 진행되면 자신의 업적이 되고 만에 하나 일이 잘 안 풀리더라도 우선은 지역주민에게 희망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지자체로서는 손해 볼 게 없다”고 비판했다. 또 명지전문대학 한 교수도 “실적 부풀리기를 위해 지자체가 일부러 대학을 이용했다고 단언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내년 선거를 앞두고 각 지자체가 공과에 민감해져 있는 것은 사실이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그러나 지자체들은 실적 부풀리기를 위해 대학을 이용한 것은 아니라는 주장이다. 화순군 관계자는 “화순군뿐 아니라 전국 각 지자체가 단순한 실적 부풀리기가 아닌, 실질적인 경쟁력 제고를 위해 대학·기업 유치에 각별한 정성을 기울이고 있다”며 “전남대에 관한 보도자료는 잘못되지 않았다. 단지 표현에 있어 전남대와 차이가 있었던 것뿐”이라고 주장했다.

서천군 관계자 역시 “명지전문대학측에서 몇 차례 서천을 방문했었고 지난 4일 투자의향서를 서면 형태로 제출했다. 서천군에서 보기엔 무리가 없다고 판단해 보도자료를 냈다”며 “실적을 쌓기 위해 성급하게 행동한 것은 아니다. 일을 진행하는 데 있어 이해관계가 엇갈린 것”이라고 밝혔다.
민현희 기자 (mhhph@unn.net) | 입력 : 09-09-28 오전 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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