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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날로 높아지는 대학문턱
학력에 의해 인생이 크게 갈라지는 남한과는 달리 북한 사람들의 인생에서 학력이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다. 사회주의체제에서는 대학졸업생과 아닌 사람의 임금 차도 크지 않다. 종파타도라는 구호 때문에 학벌도 남한처럼 크게 따지지 않는다. 때문에 북한 사람들은 남한처럼 대학진학에 목숨을 걸지 않는다.

그러나 '사' 우대의 전통은 남한이나 북한이 다름 없어 북한의 부모들도 어떻게 해서든지 자식들을 공부시키려고 애를 쓴다. 특히 간부가 우대받는 북한에서 간부의 필수조건은 대학졸업증이다. 때문에 국가의 경제파산으로 대학을 졸업해도 변변한 직장을 구하지 못하는 상황에서도 대학진학은 더욱더 어려워지고 있다.

북한에서도 좋은 대학에 들어가려면 공부를 잘해야 한다. 북한에서 대학에 가려면 수능과 유사한 입학생 선발시험을 치러야 한다. 입학생선발시험은 구역·군 단위로 동일한 시험문제, 동일한 시간에 동시에 치러진다. 북한의 시험은 객관식이 아니라 주관식이며 엄격한 기준에 따라 선발된 교사들이 채점을 한다.

시험성적이 나오면 남한처럼 개인이 알아서 대학에 가는 것이 아니라 국가가 알아서 대학에 보내 준다. 북한에서는 이를 대학 추천을 받는다고 한다. 내각의 교육성에서는 각 대학의 입학정원 수를 결정하고 적당한 배수로 수험생 숫자를 결정해 도에, 도에서는 시·군에 적당하게 쪼개서 대학별 추천인원을 배정한다.

지망자들이 자기가 희망하는 대학을 적어 내면 구역·군 행정위원회(구청) 교육과에서는 그 학생의 시험성적과 그의 성분 혹은 학교생활정형, 지망 대학, 구역 배당 대학 등을 고려해서 적당하게 조절, 대학에 추천해 준다. 보통 구역·군 선발시험에서 5위권 안에 들면 본인이 희망하는 대학에 갈 수 있다. 김일성종합대나 김책공업종합대는 최상위에 들어야 갈 수 있다. 그 아래 순위권에 든 학생들은 지망이 고려되지만 반드시 희망대학에 간다고 할 수 없다.

북한의 대학추천에서 중요하게 고려되는 것은 학생들의 성분이다. 가족, 친척 중 문제가 되는 사람, 예로 일제 때 지주·자본가·친일파나 6·25 때 남한 편에 섰던 사람, 정치범은 물론 복역 중인 경제범, 월남한 사람 등이 없어야 한다. 특히 김일성종합대는 당·국가 간부나 인문사회학 분야의 전문가를 양성하는 곳이기 때문에 성분에 대한 요구가 가장 높다. 성분이 좋지 않은 사람은 애초에 추천해 주지 않으며 설사 대학을 졸업했다 하더라도 성분에 문제가 있으면 졸업 후 인문사회 분야에서 일할 수 없다. 따라서 성분에 문제가 있는 학생들은 애초에 지망도 하지 않는다.

대학입학시험은 전국 대학이 동일한 시간에 동일한 과목, 동일한 문제로 치르는데 주관식이며 예술계열의 대학에서는 실기시험을 친다. 대학의 입학생 정원은 국가가 결정한다. 북한의 대학입시는 국가가 결정하다 보니 좋은 점도 있다. 지역별 대학생 수를 고르게 조정하기 위해 국가에서는 각 도별로 입학생 정원을 규정하기 때문에 입학기준 성적이 도별로 규정되어 공부 잘하는 지역으로 이사하려고 편법을 쓰지 않아도 된다.

북한 대학입시에서 특이한 것은 군이나 직장에서 대학에 추천해 주는 제도다. 군복무 중이나 만기복무 후, 공장에서 일하는 과정에 생활을 모범적으로 한 사람들을 대학에 추천해 준다. 이들도 역시 따로 실시하는 대학입학생선발시험에 통과돼야 추천받으며 대학에서 입학시험을 치러야 한다.

북한에서는 10년이나 되는 군복무연한이 대학생 실력저하의 주요인 중의 하나로 되고 있어 1980년대를 전후해서 군복무 중, 3~5년 만에 대학에 추천해 주는 제도가 시행되고 있다. 공식적으로는 수재들을 대학에 추천하는 제도라고 되어 있지만 그 숫자가 매우 적어 대부분 고위급 간부자녀들의 특권으로 되고 있다.

군복무를 기피하는 남한과 달리 북한에서 남자들의 엘리트코스는 군복무가 필수다. 고위급 간부자녀들은 1고중 졸업, 3~5년의 군복무, 입당, 명문대 입학·졸업, 간부 배치를 이상으로 삼고 있으며 특히 김일성종합대 학생 중 상당수가 고위간부 자녀로 이 코스를 밟고 있다.

무조건 명문대만을 택하는 남한과는 달리 최근 북한에서는 특별한 대학을 제외하고는 거주지 소재 대학에 가는 것이 추세다. 1990년대 이후부터 지속되고 있는 경제난으로 학생들이 타 지역에서 생활하기 너무 어렵기 때문이다.

북한의 대학입시에서는 비리도 적지 않아 학부모들은 대학에 가려면 실력과 함께 권력이나 뇌물이 필수라고 생각한다. 특히 북한에 시장경제가 확산되면서 대학입시에 돈의 위력이 더욱 강화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 현인애(52) 전 교수는...

북한 김일성종합대학 철학부를 졸업했으며 함경북도 청진 모 대학 교수로 재직하다 지난 2004년 탈북했다. 현재 탈북 지식인들의 모임인 (사)NK지식인연대 부대표, 계간지 '북한사회' 편집위원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한국대학신문 | 입력 : 09-09-28 오후 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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