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캠퍼스가 각종 사건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캠퍼스가 넓지만 보안 인력이나 시설은 턱없이 모자란 때문이다. 특히 누구나 캠퍼스를 드나들 수 있다는 점을 노린 범죄가 끊이지 않고 있어 특단의 대책이 요구된다. 정부가 대학에 지원하는 예산 항목에 CCTV 등 보안 관련 예산이 없다는 점도 문제다. 대학들이 사건이 일어날 때 반짝 각종 대책을 내놓지만 평소에 무관심한 이유도 이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 캠퍼스 내 각종 사건 현황 = 대학 캠퍼스에서 가장 자주 일어나는 사건은 도난이나 절도 사건이다. 주로 대학 도서관 책상 위에 놓아둔 물건을 훔쳐가는 수법이 많지만, 인적이 없는 야간에 빈 연구실이나 동아리 사무실 등을 털어가는 범죄도 발생하고 있다. 지난 4월 서울대 농생대 교수연구실 3 곳에 도둑이 들어 천여 만원을 훔쳐 달아났다. 이에 앞서 약 2주 전에는 이 대학 출판부 사무실에 도둑이 들어 현금과 상품권 등 수십여 만원의 물품을 훔쳐갔고 지난해 7월에는 교내 체육관에 위치한 교수연구실에 절도범이 침입해 현금 340만원을 훔친 사건도 일어났다. 고가의 노트북을 도난당할 경우 금전적 손실뿐 아니라 중요한 연구자료까지 잃게 돼 피해가 커진다. 최근 들어 스쿠터 이용자가 늘어나면서 스쿠터를 도난 당하는 사건도 발생하고 있다.
대학 캠퍼스가 개방돼 있다 보니 정체불명의 괴한들이 드나들면서 강력사건을 일으키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발생하고 있다. 지난 2007년 11월 새벽 2시 경 경북의 모 대학 여학생이 졸업논문 준비로 늦은 시간까지 도서관에서 공부한 뒤 귀가하다 괴한에게 흉기에 찔리는 습격을 당했다. 다음날 이 대학 인근 구멍가게에 60대 남자가 맥주병으로 가게 주인을 폭행한 사건에 이어 같은 달 같은 용의자로 추정되는 괴한이 대학 주변 편의점에서 10여만원을 털어 달아나는 등 한 달 사이 3건의 강력 사건이 캠퍼스와 인근에서 발생해 학생들을 긴장하게 했다. 이에 따라 이 대학 총학생회는 순찰대를 조직하는 한편, 인근 경찰서에도 순찰을 요청하기도 했다. 대전의 한 대학도 잇따라 발생한 교내 강력범죄에 대처하기 위해 유단자와 특수부대 출신 직원 등으로 구성된 자치방범대를 구성해 새벽시간대 학내 우범 지대 순찰에 나서기도 했다.
여학생들을 노린 성범죄 발생도 많다. 전남대에서는 지난 7월 3~4일 이틀 사이에 학내 중앙도서관 별관 등 두 곳 화장실에서 동일 인물로 추정되는 남성이 여학생을 성추행한 사건이 일어났으며, 같은 달 11일에는 한 남성이 여학생 기숙사에 침입해 여학생을 흉기로 위협하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기숙사 출입문에는 지문인식 시스템이 달려있었지만, 피해 여학생을 뒤따라 들어가는 걸 막지 못했다. 전남대는 이 사건 이후 사설 경비원을 증원해 출입구에 배치하는 등 보안을 강화했다.
이 같은 성범죄 사건이 발생하면서 교내에 의무적으로 설치하도록 하고 있는 성폭력 관련 상담센터에 문의하는 상담 건수도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다. 서울대 성희롱·성폭력 상담센터 내 상담건수는 2004년 172건, 2005년 282건, 2006년 394건 등 매년 약 50% 가량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교직원끼리 폭행하는 사건도 일어나고 있다. 지난 6월 건국대 캠퍼스에서는 경비업체 직원 강모씨가 학교 직원 유 모씨를 흉기로 찌르고 난동을 부린 사건이 발생했다. 경찰조사에 따르면, 강씨는 학교 직원인 유 모씨가 자신의 근무태만을 몇 차례 지적하자 이에 앙심을 품은 상황에서 술을 마시고 범행을 저지른 걸로 드러났다. 이밖에 지난 2007년 중앙대 모 교수가 서로 다른 제자를 성추행하고 성폭행한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고, 2006년 4월 다른 사립대에서도 교수회의 중 교수가 동료 교수를 폭행했으며, 같은 달 전북 익산시 모 대학 사범대 교수끼리 전임교수 임용 문제와 관련 시비가 벌어져 한 교수가 코뼈가 부러지는 사건도 발생했다.
■ 캠퍼스 내 사건 왜 끊이지 않나 = 대학 캠퍼스 내에서 각종 사건이 근절되지 못하는 이유는 대학 본부의 관심이 떨어지고 개방된 캠퍼스의 특성이 범죄 환경을 조성해준다는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우선 불특정 다수가 언제든 드나들 수 있다는 게 문제다. 특히 주거공간이 아닌 때문에 야간에 인적이 드물게 된다는 점도 우범지대가 될 가능성을 키우고 있다. 또 캠퍼스 내에서 빈번히 일어나는 성추행이나 성폭행 사건의 경우 피해자와 가해자가 선후배나 동료인 경우가 많아 경찰에 신고를 꺼리게 된다다는 점도 범죄를 조장한다. 면식범죄의 경우 피하자들은 신고 이후 보복 등을 우려해 신고하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CCTV 등 보안시설에 대한 투자나 관리가 부실한 것도 문제다. 서울대의 경우 대학 본부에서 교내 CCTV 대수 등 보안시설 현황을 파악하고 있지 않다. 교과부 지원 예상 항목에 없어 본부가 설치한 CCTV는 한 대도 없다. 서울대 관리과 관계자는 “CCTV는 단과대별로 알아서 설치하고 운영하고 있다”면서 “본부에서 설치하거나 관리하고 있지 않아 현황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렇다보니 교내 사건 현황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걸로 드러났다. 서울대 청원경찰 수는 모두 13명으로 캠퍼스 크기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관악경찰서 임규재 정보관은 “정문과 후문뿐 아니라 곳곳에 등산로가 있어 보안상 취약한 부분이 많다”면서 “사설 경비업체 직원도 너무 적고 용역 업체 계약직으로 보안에 대한 관심도도 떨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캠퍼스 성관련 범죄는 혈기 왕성한 젊은 남녀가 어울리는 공간인 때문에 발생하기도 한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남녀가 어울리다보니까 구성원들 간에 성 관련 문제가 많다”며 “학교 밖의 연쇄성폭행 사건 등과는 다르게 보통 서로 알고지내던 관계에서 이런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대학 캠퍼스 사건은 모두 초등학교부터 시작되는 학교폭력의 연장선상에 있으므로 사건 사례를 관리해 적극 대응하는 예방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 캠퍼스 범죄 사전 예방. 상담센터 활성화해야 = 지난 2007년 재미교포인 조승희씨가 유학중인 미국 버지니아공대에서 총기를 난사해 32명이 사망한 참사가 발생했다. 미국 내에서 이같은 대형 사건은 9.11 테러에 이어 두 번째 규모다. 이 사건은 총기 소지가 허용된 미국의 경우이지만, 국내 대학에도 얼마든지 비슷한 참사가 일어날 수 있다는데 대학들은 주목해야 한다. 조씨의 경우도 사건 전에 자신의 이름을 물음표로 적는 등 기이한 행동을 보이는 등 정신적인 문제가 드러나 학내 상담센터에서 상담을 받은 적도 있었고, 자살이 우려되 정신병원에 구금되기도 했다. 때문에 조씨의 정신적인 문제에 대해 제대로 조취했다면 참사를 막을 수 있었다는 지적도 제기된 바 있다. 지난 2006년 분당서울대병원이 조사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대학생의 약 12%가 우울증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성인 평균 9.6%와 비교하면 유의미하게 높은 수치로 대학 내 상담센터의 예방 교육과 상담의 내실화가 요구되고 있다.
또 대학 캠퍼스가 범죄의 사각지대에 놓인 만큼 사설 경비업체가 아닌 경찰력이 학내에서 방범을 강화하는 등의 노력도 필요하다. 대학들은 최근 잇따라 학내 강력사건이 발생함에 따라 관할 경찰에 방범을 요청하고 있지만 대다수 대학 캠퍼스에는 경찰력의 손길이 부족한 실정이다. 특히 지난 1980년대 초까지 사복 경찰이 사찰 목적으로 대학에 상주하면서 학생들과 물리적 충돌을 빚다 철수한 뒤 공식적으로 캠퍼스 내 발길을 끊은 상황이지만, 경찰의 학원사찰 소지가 크게 줄어든 현 시점에 학내 치안을 위한 경찰력의 학내 상주도 고려할 때가 됐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 외국 캠퍼스도 강력사건으로 골머리 = 해외 대학 캠퍼스에서도 강력사건은 끊임없이 벌어지고 있다. 총기 소지가 허용된 미국의 경우가 많고, 최근 들어 중국과 일본에서도 살인사건이 발생해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대표적인 사건은 지난 2007년 4월 버지니아공대 총기 난사 사건이다. 이 사건으로 학생 등 32명이 목숨을 잃었다. 버지니아공대에서는 2년 뒤인 지난 1월 21일 중국인 남자 대학원생이 같은 대학원에 다니는 중국인 여학생을 끔찍하게 살해한 사건도 있어났다. 피해자는 이날 저녁 캠퍼스 내 카페에서 참변을 당했고, 가해자와는 평소 알고 지내던 사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 지난 2008년 10월 저녁에는 미국 콘웨이(Conway)에 위치한 센트럴아칸소대 기숙사 부근에서 괴한 4명이 3명에게 총기를 난사해 2명이 사망하고 1명이 부상해 대학이 한 때 휴교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미국 텍사스서던대 캠퍼스에서 오는 11월 시장 선거 유권자 등록을 독려하는 집회에 괴한이 탄 차량이 총기를 난사해 6명이 부상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일본 주오대에서는 졸업생이 학교를 찾아와 논문 지도교수를 살해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이 졸업생은 교수의 조언에 따라 대학원 진학 대신 한 식품회사에 취직했지만 적응하지 못하고 결국 직장을 그만 둔 뒤 직장생활의 실패를 교수의 책임으로 생각해 복수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지난 2005년 11월 중국 허난성 소재 정저우수리대학에서는 한 남자가 여대생 기숙사에 침임해 학생 4명을 인질로 몸값을 요구하다 자폭하고 학생 1명이 부상했다. 중국은 이 같은 캠퍼스 내 폭력과 성폭행, 자살, 방화 등 각종 강력 사건이 잇따라 발생해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인터뷰> 서울대 안전한캠퍼스 만들기 전도사 배은경 사회학과 교수

서울대 여성 교수들이 안전한 캠퍼스 만들기에 나섰다. 서울대 여교수회는 올해 창립 20주년을 맞아 오는 11월 대학본부에 '안전한 캠퍼스'를 만들기 위한 계획안을 본부에 정식 건의할 예정이다.
“캠퍼스 안전 문제에 대해 인식이 없던 이유는 아마도 그 동안 대학이 남자들의 세계였기 때문일꺼에요. 이제 남녀가 함께하는 공간이 되고 나서야 관심이 생긴 거 같기도 합니다.”
안전한 캠퍼스 계획안을 구상중인 배은경 사회학과 교수는 대학 차원에서 안전 시설을 확대하고 청원경찰을 늘리는 노력도 중요하지만 여성들의 세심한 눈길이 안전한 캠퍼스를 만드는데 일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범죄 피해자가 여성일 경우가 많아 여성들이 좀 더 예민하게 문제를 볼 수 있다는 얘기다. “남성들도 피해자가 될 수 있어요. 여자만의 문제가 아닌거죠. 그러나 여성의 시선을 갖고 세상을 보면 모두에게 혜택이 돌아갈 수 있다고 생각해요.”
배 교수는 유리로 만든 투명한 계단이나 도서관 앞 커피점의 위치가 높아 여성의 스커트 속이 보이는 문제 등 여성만 알 수 있는 문제를 끄집어냈다. 그는 “미술관 옆길에 놓인 작은 돌멩이 도로도 문제에요. 조경을 위한 건데, 낮은 여성용 정장구두를 신어도 못 걸어요. 이런 종류의 길이 공대 비탈길에도 있어요. 남자들은 모르는 문제죠.”
배 교수는 우선 대학본부가 매년 캠퍼스 안전에 관한 보고서를 교육과학기술부에 제출하도록 제안할 계획이다. 미국의 경우 교육부가 대학들로부터 범죄 현황과 범죄 발생 시 어떻게 대처했는지 등의 내용을 담은 캠퍼스 안전 보고서를 내게하고 그걸 평가한다고 한다.
“우리는 교육부 자체가 관심이 없어요. 선언적으로만 얘기했지, 눈에 보이게 성과가 나는 일이 아니거든요. 예산지원이 안 되는 것도 문제에요. 보고서 내면 사건이 많았다는 둥 안좋은 보도가 나올 수 도 있지만 긍정적인 효과가 더 많아요.”
또 CCTV의 효율적인 관리도 주문할 계획이다. 서울대 관악캠퍼스에만 약 1200여대가 설치돼있지만, 각 단과대별로 설치해 기계가 서로 호환하지 못하거나 범죄 도주로를 전체적으로 조망할 수 없다는 문제다. 배 교수는 “캠퍼스 전체를 하나의 공간으로 관리할 수 있는 네트웍 구축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CCTV설치는 개인정보보호의 민감한 문제가 있기도 하다. 때문에 배 교수는 이와 함께 자유로운 대학활동을 충분히 보장하면서 CCTV가 범죄 예망에만 활용할 수 있도록 철저한 관리도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