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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대학신문 칼럼] 한국대학신문
[시론]무엇을 위한 '영어강의'인가
이명학 성균관대 사범대학 학장
최근 몇 년간 우리나라 대학에서의 가장 큰 변화는 ‘국제화’에 대한 관심과 노력이 급속도로 커졌다는 것이다. 국제화의 중요한 축은 ‘영어 강의’와 ‘글로벌 리더 양성’이다. 물론 지금 세계는 한 울타리 안에 사는 것처럼 관계가 긴밀하고, 어느 한 국가가 독자적인 삶을 고집할 수 없게 되었다. 게다가 주변을 둘러싼 환경이 예측할 수 없을 정도로 급변해 이에 발맞추지 못하면 대학은 물론 국가의 장래도 보장할 수 없게 된 것도 엄연한 현실이다.

그러나 요즈음 각 대학에서 경쟁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국제화 프로그램을 들여다보면, 각 대학이 과연 심각한 고민과 교육 목표를 갖고 진행하고 있는지 의구심이 든다. 특히 영어 강의는 그 교육목표가 무엇인지조차 알 수 없으며, 시행과정상의 문제점은 대학에 몸담고 있는 사람이라면 말하지 않아도 누구나 잘 알고 있다.

영어 강의의 교육목표가 ‘영어를 잘하게 하기 위해서인가?’ 아니면 ‘심화된 전공을 가르치기 위해서인가?’. 영어를 잘하게 하기 위해서라면 굳이 영어 강의를 할 것이 아니라 영어회화 강의를 수준별로 다양하게 개설하면 될 것이다. 또한  심화된 전공을 가르치기 위해서라면 좀 더 신중한 방법으로 접근했어야 한다.

A교수가 담당 과목을 두 반으로 나누어 하나는 영어로, 다른 반은 한국어로 진행한 다음 한 학기가 지난 후 두 반의 성취도를 분석하고 학생들의 의견을 모아 진정으로 영어 강의가 의미 있었다면, 영어 강의를 확대 시행하면 될 것이다. 반대로 그 결과가 부정적이라면 영어 강의가 필요한 전공에 국한해 시행하면 된다.

그러나 우리는 이 과정과 논의도 거치지 않고 언론기관의 ‘대학평가 지표’에 맞추어 너나 할 것 없이 경쟁적으로 영어 강의를 개설하고 있다. 영어 강의의 문제점이 이미 노정됐다면 언론기관에 관련 통계자료를 제시해 주고 ‘평가지표’의 개선 방향에 대해 서로 진지하게 논의하는 것이 상아탑이라는 명칭에 걸맞은 대학다운 자세다.

글로벌 인재 양성도 형태만 약간씩 다를 뿐 모든 대학이 시행하고 있다. 세계화 추세가 예측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르니 그에 대비해 학생들에게 이른바 ‘글로벌 마인드’를 심어 주는 것은 나쁠 게 없다. 그러나 ‘고도의 기술력을 지닌 인재’ ‘글로벌 마인드를 갖춘 인재’ ‘영어를 모국어처럼 구사하는 인재’ ‘현지국가 사정에 밝은 인재’ 등 우리가 양성하고 있는 인재상은 너무 기능적인 측면에만 치우쳐 있는 것은 아닌지 때때로 걱정스럽다.

대학의 사명 중 가장 큰 것은 우리 사회, 나아가 인류 사회에 유익한 인재를 길러 내는 것이다. 그러나 지난해 미국을 시발로 전 세계 경제를 궁지로 몰아넣은 금융위기의 핵심 원인이 결국 ‘기능만 갖춘 인간들의 탐욕’에서 시작됐음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인간다움의 기본을 망각하고 기능적인 말단만을 강조하다가는 우리 후손들에게 또 다른 재앙을 남겨 줄 수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우리나라 대학은 인간다움의 기본 교육도 받지 않은 ‘공부노예’가 되어 버린 학생들을 받아들이고 있다. 입시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그 역시 나무랄 일도 아니다.

그러나 중고등학교 시절 어느 누구도 강조하지 않은 ‘인간다움’을 대학마저 기능적인 것에 매몰되어 가르치지 않는다면 향후 우리 사회, 나아가 인류 사회는 어떻게 될 것인가. 대학의 교과과정에서 영어 교육을 강조하는 것만큼 더불어 사는 인간, 인간다움의 참모습을 지닌 인간, 사회 구성원에게 배려할 줄 아는 인간, 사회 소수자와 약자의 아픔을 공감할 줄 아는 인간 등 ‘인성교육’에 대한 교육과정 보완을 늦었지만 고려해야 할 것이다.
한국대학신문 칼럼 | 입력 : 09-10-01 오후 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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