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수개월 후면 이명박 정부가 출범한 지 2년이 된다. 그간 이명박 정부는 ‘학교 만족 두 배, 사교육 절반’을 모토로 한 대선 공약을 바탕으로 대입·대학 자율화, 고교 다양화 300프로젝트, 사교육비 경감 대책 등의 교육정책을 추진해 왔다.
그러나 정권의 중간지점을 향해 가고 있는 지금, 이명박 정부 교육정책의 현주소는 어떨까? 평가를 논하기는 이를 수도 있지만 분명한 점은 긍정적 평가보다는 부정적 평가에 가깝다는 것이다. 대학 자율화를 표방하면서도 총장선거 개입 의혹 등 관치 논란이 끊이질 않고 공교육 정책을 비웃듯 사교육 시장은 되레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는 실패한 교육정책이라는 씁쓸한 성적표를 남기지 않기 위해 냉정한 자기 반성과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참여정부·진보 인사 제거 논란=이명박 대통령은 대선 공약 때부터 ‘대학 자율화’를 강조해 왔다. 그리고 이 대통령은 집권 이후 그 약속을 지켰다. 대입업무가 한국대학교육협의회로 이관됐고 1·2단계 대학 자율화 조치도 취해졌다. 관치행정을 비판하며 자율화를 주장해 왔던 대학가로서는 오랜 숙원이 이뤄진 셈이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는 출범 이후 줄곧 관치 논란에 시달리며 신뢰도에 타격을 입고 있다.
이명박 정부의 관치 논란이 촉발된 것은 신태섭 전 동의대 교수 사건이다. 동의대 이사회는 지난해 6월 당시 KBS 이사직을 맡고 있던 신태섭 교수를 수업 소홀 등의 이유로 해임했다.
그러나 신 교수가 참여정부 인사인 정연주 전 KBS 사장의 퇴진을 반대했다는 점에서 신 교수 해임에 정부의 압력이 있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동의대 총학생회는 “KBS 이사직을 맡고 있는 신 교수를 이사직에서 사임시키고자 (정부가) 동의대에 외압을 펼쳐 오는 것을 예의주시하고 있었다”면서 “이명박 정부는 동의대에 대한 외압과 언론탄압을 즉각 중단하고 학교 당국은 신 교수에 대한 부당한 해임을 철회하라”고 촉구한 바 있다.
올해 들어 이명박 정부는 관치 논란에 더욱 시달리고 있다. 그 도화선이 됐던 것은 덕성여대와 동덕여대에 대한 교육과학기술부(이하 교과부) 감사로 모두 표적감사 의혹을 불러왔다.
교과부는 지난 1월 “덕성여대 직원의 학교 돈 횡령 등 여러 문제점에 대한 제보가 접수됐다”며 덕성여대에 대한 감사를 실시했다. 하지만 참여정부 시절 여성부 장관을 역임한 지은희 덕성여대 총장이 재선임되자 이를 제지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샀다. 이어 교과부는 지난 3월 이사회 기능 부실을 명목으로 동덕여대 학교법인인 동덕여학단에 대한 감사를 벌였다. 이 역시 참여정부 시절인 2004년 구성원 추천으로 정이사에 선임된 박경량·한상권·박병섭 이사 등을 겨냥한 표적감사라는 의혹을 샀다. 교과부는 감사를 통해 이사진을 전원 교체했다.
최근에는 황지우 전 한국예술종합학교(이하 한예종) 총장과 진중권 전 교수 사태가 도마 위에 올랐다. 황 전 총장과 진 전 교수 모두 대표적인 진보성향의 인물로 보수 정권인 이명박 정부가 이들을 제거하기 위해 정치적 압력을 가했다는 비판여론이 제기됐다.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화부)는 지난 3월 18일부터 5월 1일까지 한예종에 대한 감사를 진행했지만 당시 황지우 총장 퇴진을 위한 표적 감사라는 지적을 받았다. 논란이 확산되면서 황 총장은 사퇴했고 문화부는 황 총장에 대한 교수직까지 박탈했다.
전병헌 민주당 의원은 지난 6일 문화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이명박 정권이) 임기가 보장된 문화예술 산하기관장들을 온갖 협박으로 해임·사임시켰다”며 "문화예술계를 좌파·우파 등 이념적 스펙트럼으로 갈라놓으려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진중권 전 교수는 중앙대를 비롯해 자신이 강의를 맡고 있던 대학에서 연이어 강의가 무산되는 사태를 겪었다. 중앙대는 지난 7월 독어독문학과 진중권 겸임교수의 재임용 심사에서 ‘겸직기관 없음’과 ‘기타 겸임교수 인정기준 불일치’를 사유로 재임용을 인정하지 않았다. 또한 KAIST·한예종·홍익대 등도 진 전 교수의 강의를 거절했다.
김종철 진보신당 대변인은 “진보지식인 진중권 교수의 연이은 강의 무산은 현대판 분서갱유에 비유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진 교수에 대한 현대판 분서갱유는 언젠가 반드시 심판받을 것”이라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총장 선거 개입 의혹도 제기=이명박 정부의 관치 논란은 참여정부 및 진보 인사 제거 의혹에만 그치지 않고 있다. 대학 총장 선거에 개입했다는 의혹까지 불거지면서 이명박 정부의 관치논란은 더욱 확산됐다.
지난 3월 교과부 한 고위간부는 경기대 차기 총장 선출을 앞두고 당시 이태일 경기대 총장을 만나 “현승일 전 국민대 총장을 총장으로 모시려 한다”며 이 총장에게 후보 사퇴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 전 총장은 16대 한나라당 국회의원과 2003년 한나라당 인사위원회 부위원장을 지낸 인물이다. 또한 김정기 청와대 교육비서관은 주명건 세종대 전 이사장을 만난 자리에서 후임총장으로 한나라당 공천심사위원을 지낸 김영래 아주대 교수를 거론했다는 언론보도도 이어졌다. 김 교수는 한국NGO 학회장과 한나라당 공천심사위원으로도 활동했다.
하지만 경기대 총장에는 최호준 교수가, 세종대 총장에는 박우희 교수가 각각 선임되면서 이명박 정부의 낙하산 인사 개입은 불발로 돌아갔다는 평가를 받았다.
■MB 정부 관치 논란 벗어나야=이명박 대통령 스스로 기존 정부의 관치행정을 비판하며 대학 자율화의 중요성을 공언해 왔다는 점에서 계속되는 관치논란은 그것이 단순히 논란 수준이더라도 이명박 정부로서는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만일 실제로 정치적 압력이 작용했다면 이명박 정부는 스스로 거짓말을 한 셈이다. 이 경우 이명박 정부는 겉으로는 자율을 보장하는 척하면서 속으로는 대학마저도 정부의 통제 아래 두려 한다는 비판을 벗어날 수 없다. 따라서 대학 관계자들은 이명박 정부가 관치논란이라는 ‘자기 덫’에 빠져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
김삼호 한국대학교육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정부가 대선공약으로 관치 철폐를 들었지만 군사정권 외에는 보기 힘들었던 새로운 형태의 관치가 나타나고 있어 대학 자율화가 많이 훼손되고 있다”면서 “학문공간인 대학에는 정치적 개입이 있어서는 안 되는데 정치적 개입에 따라 분란이 생겨 우려가 크다. 정부가 조속히 관치논란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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