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 도와줄 석·박사가 없다
일반대학원생 ‘가뭄’...대학 연구력 제고에 ‘악영향’
박사학위자 취업률 낮아, 외국학위에 비해 ‘차별’도
일반대학원에 진학하는 학생이 줄고 있다. 특히 기초과학분야에서 대학원생 부족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높다. 대학원을 졸업해 봤자 취업에서 큰 덕을 보지 못하기 때문이다. 학생들은 대학원 진학을 꺼리고, 대학은 교수 연구를 도와줄 대학원생이 부족해 애를 먹고 있다.
국내 대학원은 대부분 ‘총정원제’를 택하고 있다. 총정원제는 학과별 정원을 정하지 않고, 대학원 지원자를 받은 후 이를 배정하는 방식이다. 대학원 지원자 수가 많지 않은 가운데 취할 수 있는 탄력적인 정원 운영방식이지만, 취업이 잘되는 특정학과로 학생들이 몰리는 문제가 생긴다.
16일 대학가에 따르면, 상당 수 대학들이 일반대학원생이 부족해 연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건국대 관계자는 “교과부에서 인가해 준 대학원 정원이 적다”며 “정부에서 연구중심대학을 키우고자 한다면 대학원생 정원을 더 늘려줄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건국대 일반대학원의 총정원은 943명이다. 해당인원을 석사와 박사, 석박사 통합과정으로 나눴을 경우 교수 1인당 석사과정 학생 1명도 배정되기 어렵다.
때문에 건국대는 내년부터 총정원제를 대폭 축소하고, 학과와 교수들의 업적을 고려해 인원을 배분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대학원생 지원을 받기 전에 정원의 60~70% 가량을 연구업적에 따라 미리 배정하는 것. 대학측은 이런 방식으로 일부 특정학과에 정원이 편중되는 현상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대학원 총정원이 848명인 인하대도 취업이 용이한 공학계열(478명)보다 자연과학계열(99명)의 학생 수가 적다. 인하대 대학원 최충호 선생은 “수학과나 통계학과는 대학원생 수가 각각 2명, 4명으로 상당히 적다”며 “학문에만 목적을 두지 않는 이상 취업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에 기초학문 분야로의 진학을 많이 꺼리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이 대학 송영진 교수(수학과)는 “예전에는 학생들이 대학원에 많이 들어오려고 해 우수 학생을 선별할 수 있었는데 지금은 워낙 부족하다보니까 능력이 부족해도 인원수를 채우기 위해 뽑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대학원생 부족은 대학의 연구력에 악영향을 미친다. 손건태 부산대 교수(통계학과)는 “대학원생이 오지 않아 연구에 어려움이 많다”며 “대학원에 진학하더라도 석사과정을 마치고 취업하는 경우가 많아 연구의 연속성을 유지하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이런 현상은 대학원을 졸업해도 취업에 있어서 덕을 보지 못하기 때문이다. 유지윤 경상대 미생물학과장은 “석·박사를 마쳐도 정규직으로 뽑는 회사가 많지 않다”며 “석·박사 출신이 취업할 수 있는 취업시장이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나마 취업시장에서도 토종 박사는 해외 박사에 비해 차별을 받는다는 지적이 많다. 오선근 건국대 교수(물리학)는 “학부를 국내에서 나오고 외국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으러 가는 경우가 많다”며 “대학에서도 해외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은 사람을 교수로 많이 채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 국립대 교수는 “SCI급 논문을 하나 내려면 박사 1명에 석사 2명의 학생이 팀을 꾸려 연구를 진행해야 한다”며 “그러나 국내 대학의 박사학위가 인기가 없기 때문에 대학원생이 부족하단 얘기가 나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내 학부생들이 대학원 진학을 꺼리면서, 외국인 학생으로 부족분을 채우는 대학이 늘고 있다. 대부분 중국·베트남·인도 등 아시아 국가 학생이다. 그러나 송용진 아주대 교수(물리학)는 “외국인 학생의 경우 언어장벽이 있기 때문에 학부수업을 보조해주기 어렵다”고 지적했고, 부산대 손건태 교수는 “외국인 학생은 떠나면 그만이다. 기술이 유출될 우려도 있다”며 부정적 반응을 보였다.
때문에 대학원에 진학하는 학생들에게 학비를 지원해줘야 한다는 요구가 나온다. 송용진 아주대 교수는 “자연과학 분야의 대학원을 활성화시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정부의 장학금 지원이 필수적”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BK21사업 등 대학원에 지원되는 재정지원사업이 있지만, 학생들에게 직접적인 혜택이 되진 못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송영진 인하대 교수는 “일부학과 몰아주기 등으로 예산 배분이 효율적이지 못하다”며 “차라리 대학원생들의 순수 장학금으로 지원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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