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대학들의 ‘뿌리 지키기’가 활발하다. 특히 1800년대 말 외국인 선교사에 의해 설립, 우리나라 근대 고등교육의 시초가 된 대학들의 경우 긴 역사를 가지고 있는 만큼 뿌리를 찾고 지키려는 노력 역시 더욱 돋보인다. 이에 따라 100년 이상의 역사를 자랑하는 전통 사학들은 설립자의 후손들과 지속적으로 교류하고 관련 행사를 마련하는 등 대학의 역사·창학 정신을 지켜 나가는 데 특별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달 초 이화여대(총장 이배용)는 올해 이화학당의 창립자 메리 F. 스크랜튼 선생의 서거 100주기를 맞아 수소문 끝에 연락이 닿은 스크랜튼 선생의 후손들을 초청해 눈길을 끌었다. 스크랜튼 선생의 4·5대손 8명은 일주일간 우리나라에 머물며 추모 예배·간담회 등에 참석, 고인의 정신을 되새기는 시간을 가졌다.
△이화여대가 설립자 스크랜튼 선생의 후손들을 수소문 끝에 찾았다. 스크랜튼 선생의 서거 100주기를 맞아 이달 초 이화여대를 방문한 스크랜든 선생의 4·5대손과 이배용 이화여대 총장(앞줄 오른쪽에서 네 번째).
이화여대 학생 채플에 참석한 4대손 샐리 게일씨는 “123년 전 할머님이 세운 이화여대의 뜻 깊은 초청에 감사한다”며 “스크랜튼 선생이 한국을 향한 꿈을 꾸고 그 꿈을 위해 일생을 바쳐 많은 열매를 거둔 것처럼 이화여대 학생들도 훌륭한 삶을 살아 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배용 이화여대 총장은 “스크랜튼 선생에 대한 연구·기념행사는 이화여대의 정신적 밑거름을 다지고 정체성을 확립하는 소중한 발판”이라며 “대학의 뿌리를 찾고 지키려는 이 같은 노력이 이화여대의 발전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올해 개교 112주년을 맞은 숭실대 역시 숭실학당의 설립자 윌리엄 M. 베어드 선생의 딸 메리 앤더슨씨와 활발히 교류해 오고 있다. 특히 지난 2006·2007년에는 앤더슨씨가 3회에 거쳐 총 500점에 달하는 베어드 선생의 유품을 숭실대 기독교박물관에 기증, 눈길을 끌기도 했다. 앤더슨씨는 숭실대가 개교 110주년을 맞은 지난 2007년 10월에는 직접 우리나라를 방문, 대학 관계자들과 감사의 마음을 나누기도 했다.
앤더슨씨는 “아버지를 기억해 주는 많은 분들께 매우 감사한다. 여전히 아버지를 기억하고 기리는 사람들과 유품을 공유하는 게 옳다고 생각해 기증을 결심하게 됐다”며 “숭실대를 방문할 때마다 대학 이곳저곳에 아직도 아버지의 흔적이 남아 있는 것을 보고 가슴이 벅차오곤 한다”고 말했다.
1885년 개교한 연세대도 설립자 호러스 그랜트 언더우드 선생의 후손들과 지속적으로 교류하고 있다. 특히 연세대의 경우 최근까지 언더우드 선생의 후손들이 국내에 거주하고 있었기 때문에 보다 활발한 교류가 가능했다. 이에 따라 지난 2004년 11월 언더우드 선생의 4대손 원한광 박사가 미국으로 영구 귀국하기 전까지 연세대는 언더우드 가문과 가까운 곳에서 친밀한 관계를 유지해 왔다. 또 언더우드 선생의 후손들은 미국으로 돌아간 이후에도 수차례 연세대를 방문했다.
후손들과의 교류에 더해 연세대는 언더우드 선생에 대한 다양한 연구도 진행했다. 연세대는 <언더우드자료집 I·II·III>, <언더우드家 이야기> 등의 관련 연구 도서를 꾸준히 출간해 오고 있다. <언더우드家 이야기>의 저자인 서정민 연세대 신학과 교수는 “언더우드 가족이 우리나라에서 보낸 120여 년의 시간은 연세대는 물론, 한국근현대사와 기독교 역사의 전부라고 말하기에도 부족함이 없다”며 “100년이 넘게 우리나라와 연세대를 위해 헌신한 언더우드 가족의 사랑의 정신을 늘 마음 깊이 되새기고 싶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