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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작용 심각한 직선제 … 21년 만에 ‘퇴색’
폐지 줄이어 … 보완 방법론 고심
대학특성 고려한 제도 발굴 ‘관건’
국내 대학들의 총장 선출제도가 급변하고 있다. 총장의 역할이 연구·교육·행정·경영 등 대학 전반으로 확대, 중요성이 증대되자 대학들이 보다 역량 있는 리더를 가려 내기 위해 선출제도부터 정비하고 나선 것이다. 이에 따라 최근 기존 총장 선출제도의 문제점을 분석·공론화하고 보다 나은 방법을 모색하는 대학들이 눈에 띄게 늘었다. 그러나 현재 마련된 모든 방안에는 장점뿐 아니라 단점·우려점도 공존하고 있어 이상에 부합하는 총장 선출제도 수립을 위한 지속적인 노력이 요구된다.


△지난 2007년 8월 치러진 서울산업대 총장선거에서 직원들이 투표하고 있다. <한국대학신문 자료사진>

■“직선제 폐해 심각하다” 폐지·보완 ‘도미노’

총장 선출제도와 관련, 최근 대학가를 가장 뜨겁게 달군 사안은 ‘직선제 폐지 및 보완’이다. 교육과학기술부(이하 교과부)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전국 200여 개 4년제 대학 중 4분의 1 이상이 직선제로 총장을 선출하고 있다. 직선제는 교수·직원·학생 등 대학 구성원들이 투표를 통해 직접 총장을 선출하는 제도다. 지난 1988년 최초로 도입된 이래 현재까지 우리 대학의 민주화를 상징하는 총장 선출 방식으로 평가돼 왔다. 그러나 선거과열·교수사회 분열 등 각종 폐해가 점점 더 극심해지자 최근 대학별로 직선제를 폐지하거나 보완하려는 움직임이 두드러지고 있다.

직선제 폐지 주장은 1994년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임시총회에서 처음 공식화됐다. 이후 2000년대 초·중반 광운대·서강대·이화여대·한양대·홍익대 등을 시작으로 2007년에는 고려대, 지난해에는 중앙대 등이 연달아 직선제를 폐지했다. 이 같은 추세는 올해도 지속돼 경북대·서울대·연세대·조선대·전남대 등이 직선제를 폐지하거나 개선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내년 6월 총장 선거를 앞둔 경북대는 직선제 도입 이후 후보 난립이 심각하다는 학내 지적에 따라 지난 3월부터 개정안 마련에 나섰다. 현재 경북대 교수회(의장 김석진)가 논의 중인 개정안의 주요 내용은 △총장선거 후보 3명 압축으로 후보난립·선거과열 방지 △교외 인사 출마 허용 △총장선거후보선정위원회 신설 등이다.

경북대 한 교수는 “1990년 직선제 도입 이후 장점도 많았던 게 사실”이라며 “그러나 대학 발전에 저해가 될 만큼 심각한 문제점들도 발생했다. 특히 입후보 수 제한이 없어 선거 때마다 후보 난립이 심각했다”고 털어놨다.

1988년 선도적으로 직선제를 도입한 바 있는 연세대 역시 시행 21년 만에 직선제를 폐지했다. 연세대 교수평의회(의장 최중길)는 지난 8월 14일 재단 지명에 중심을 둔 ‘총장 선출제도 개선안’을 발표하고 차기 총장 선출부터 적용키로 했다. 교수평의회가 제시한 개선안에 따르면 우선 1단계에서는 재단이사회가 총장후보자 1인을 선임한다. 이후 2단계에서는 재단이사회가 선임한 총장후보자에 대해 교수평의회 주관으로 교수들이 찬반 신임투표를 실시, 최종 선임 여부를 결정짓게 된다.

최중길 연세대 교수평의회 의장은 “개선안에는 재단이 총장 선출에 대한 절대적인 권한을 가지되, 선임 절차·진행·선출자 등에 대해서도 모두 책임져야 한다는 교수평의회의 강력한 요구가 담겨 있다”며 “구성원들의 의견도 반영해야 한다는 뜻에서 신임투표 과정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조선대도 1992년 9대 정병휴 총장 이후 현 13대 전호종 총장까지 4년마다 시행해 왔던 직선제를 폐지하기로 했다. 학교법인 조선대학교 이사회(이사장 유수택)는 지난달 11일 전체회의를 열고 총장 직선제 폐지안에 대해 의결했다. 이날 회의에는 이사 7명이 참여했으며 총장 직선제 폐지안에 대해 참석자 전원이 동의했다. 이에 따라 조선대 이사회는 올해 안에 총장 선출 제도 개정안을 마련, 직선제 폐지 작업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이외에도 서울대는 지난 7월 말 입법 예고된 법인화안에서 직선제를 폐지하고 총장추천위원회에서 복수 후보를 추천하면 이사회에서 최종 선임하는 총장 선출 방식을 채택했다. 또 전남대도 직선제를 보완, 학내외 인사로 구성된 초빙위원회가 총장 후보자를 4명 정도 선정한 뒤 선거를 치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직선제 폐지로 인한 우려도 … 대학별 특성 고려한 제도 발굴 ‘관건’

그러나 직선제 폐지로 인한 우려도 제기된다. 특히 직선제를 폐지했을 경우 대학 구성원들의 의견이 총장 선출에 있어 직접 반영되기 어렵다는 지적이 많다. 또 직선제를 실시하지 않는 대학 대다수가 채택하고 있는 간선제·임명제 등도 한계를 지니고 있는 것은 마찬가지여서 보다 효과적인 제도 발굴을 위한 꾸준한 노력을 요한다.

박거용 한국대학교육연구소장은 “직선제의 가장 큰 장점은 후보들이 정책 대립을 통해 서로 간 발전을 꾀할 수 있다는 점, 대학 구성원들의 의견이 총장 선출 과정에 직접 반영될 수 있다는 점 등”이라며 “직선제를 폐지했을 경우 재단이사회에 권력이 집중될 수밖에 없다. 이는 곧 대학 민주주의의 후퇴를 의미한다”고 우려했다.

이어 그는 “간선제·임명제 혹은 각 제도들을 섞어 놓은 절충제 역시 문제가 많다”며 “간선제·임명제는 총장 선출 시 대학 구성원들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아 공정성 논란이 발생할 수 있다. 또 절충제는 각 제도의 장점을 살린다는 측면도 있지만 또 다른 한편으로는 단점에 대한 보완이 형식적인 수준에서 그칠 우려가 크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현재 전문가들은 대학이 각자의 특성에 맞는 총장 선출제도 모색·발굴을 위해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강원근 전주교대 명예교수는 “우리 대학들이 시행하고 있는 총장 선출제도 중 아직 완벽한 것은 없다. 총장 선출제도가 변화·발전하는 과도기 단계이기 때문”이라며 “각 대학이 자신의 실정에 부합하는 총장 선출제도를 꾸준히 모색해 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강 교수는 “고려대의 경우 지난 2007년 총장선임 규칙을 개정하면서 국내 대학으로서는 이례적으로 후보자에 대한 검증 과정을 필수화했다. 올바른 결정이라고 본다”며 “타 대학들도 현재 총장 선출제도 개선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안다. 끊임없는 고민과 발전을 기대한다”고 전했다.

이현청 상명대 총장 역시 '대학별 특성에 따라 합리적 방법을 찾아야'에서 “개별 대학의 제반 특성이 반영된 총장 선출 유형을 선택할 필요가 있다. 유능한 총장 영입을 위한 창의적이고 합의적인 방안이 창출돼야 한다”며 “바람직한 것은 특정 총장 선임제도에 집착하지 말고 직원·교수·학생·지역주민 등의 합의가 깃든 선출제도를 다양하게 활용하는 일”이라고 조언했다.


  총장 임기 ‘신축성’ 있어야 
  
  -연임 제한 없애고 단축도 가능하게


총장 선출제도와 더불어 임기에 대한 논의도 뜨겁다. 특히 최근에는 총장 임기에 대한 제한을 유연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다수 제기되고 있다.

우리나라 대부분 대학들은 총장 임기를 4년으로 규정하고 연임에도 특별한 제한을 두지 않고 있다. 그러나 성결대·충주대 등은 전 총장의 연임이 불가하고 이화여대는 정년 제한에 해당되면 제약을 받는다. 이에 더해 설령 제도적인 제약이 없다고 해도 연임 의사를 밝혔을 경우 학내 교수들의 따가운 눈총이 쏟아져 어쩔 수 없이 퇴임을 결정하는 사례도 많다.

서울 소재 한 대학 교수는 “대학이 기업보다 더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오늘날 총장은 예전처럼 단순한 ‘명예’직종이 아니다. 뛰어난 역량·리더십으로 무장하고 대학을 위해 땀 흘려 뛰고 헌신해야 하는 자리”라며 “그러나 아직도 총장은 나이가 많고 연륜이 지긋한 교수가 돌아가면서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교수들이 많다. 총장이 연임을 하겠다고 하면 ‘기다리고 있는 사람도 많은데 왜 다시 하려고 하느냐. 물러나라’며 비난하곤 한다”고 털어놨다.

이에 따라 현재 각계에서는 총장이 장기적 비전을 갖고 학교를 발전시킬 수 있도록 임기를 최대한 보장해 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총장으로서의 역할을 충분히 수행할 수 있음에도 제도·학내 분위기로 인해 제약을 받는 경우가 있다면 적극적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뜻이다.

송영식 한국대학법인협의회 사무총장은 “미국 대학들이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게 된 이유 중 하나는 총장 선출·운용 제도에 있다고 본다. 하버드대의 최근 150년간 총장 평균 재임 기간은 20년”이라며 “탁월한 능력을 가진 총장을 엄격하고 공정하게 선발해 장기간 재임할 수 있도록 제도적 발판이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송 사무총장은 “우리나라 국공립대의 경우 한 총장이 4년 이상 재임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며 “국가 재정은 국공립대에 집중 투자되는데도 사립대에 비해 실적이 뛰어나지는 못하다. 총장이 성숙하고 훌륭한 리더십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한데 임기가 짧으니 대학 발전에도 저해가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울 소재 한 대학 총장 역시 “캠퍼스 조성, 학과 신설 등 대다수 대학 발전 계획은 단기간이 아닌 장기간에 걸쳐 실현되는 경우가 많다. 조금씩 성과가 보일만 하면 벌써 임기 말”이라며 “역량이 뛰어나다고 판단되는 총장은 장기 재임해 발전 계획을 마무리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함과 동시에 대학 구성원들의 의식도 개선돼야 한다. 총장 임기만 유연하게 해 줘도 국내 대학 발전 가속화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그러나 도저히 총장으로서의 자격이 없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과감하게 임기를 단축시킬 수도 있어야 한다”며 “임기는 능력에 따라 얼마든지 늘 수도, 줄 수도 있다는 자유롭고 유연한 인식이 정착돼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민현희 기자 (mhhph@unn.net) | 입력 : 09-10-19 오전 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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