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점 국립대의 경쟁력에 비상등이 켜졌다. 막대한 국가 예산이 투입된 구조개혁사업의 실적은 부진하고 취업률은 서울 소재 주요 사립대들보다 떨어지고 있다. 또한 대학들의 안전 불감증은 여전하고 사회적 책무는 소홀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본지는 지난 13일부터 16일까지 진행된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의 국정감사를 통해 거점 국립대 경쟁력의 현주소를 진단해 봤다.
■구조개혁 실적 부진=참여정부 때부터 진행돼 온 통폐합을 통한 국립대 구조개혁 정책이 성과 면에서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명박 정부 역시 ‘동일 권역 내 통합’을 바탕으로 국립대 구조개혁을 추진하고 있다는 점에서 보다 실효성 있는 정책이 요구되는 대목이다.
저조한 구조개혁 실적으로 지적받은 대학은 강원대(삼척대와 통합)와 경북대(상주대와 통합)다.
권영진 한나라당 의원에 따르면 강원대의 경우 유사·중복학부(과) 존치현황에서 9개 통폐합 국립대 중 2위를 기록했고, 통폐합 대학 평가 결과 2006년 3억7000만원, 2007년 7억3000만원, 2008년 1억8000만원 등 유일하게 3년 연속 지원금이 삭감됐다. 또한 특성화 분야(BT·IT·방재)에 대한 교외 연구비는 BT의 경우 지난해 83억원에서 올해 32억원으로, IT의 경우 지난해 28억원에서 올해 16억원으로, 방재분야의 경우 지난해 3억5000만원에서 올해 1억원으로 각각 줄었다. 올해 특성화 분야 취업률도 ‘IT(58.8%)’, ‘방재(56.9%)’ 분야는 학교 평균취업률(69%)보다 낮게 나타났다.
경북대 역시 권 의원에 따르면 지난해 교과부 통·폐합 사업평가팀으로부터 유사·중복학과를 통·폐합하라는 지적을 받았지만 현재까지 시정조치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처럼 유사·중복학과 통폐합 실적이 부진하자 경북대는 전체 예산 대비 특성화분야 교외연구비 투입비율이 오히려 감소하고 있다. IT 등 5개 분야를 특성화하기로 한 대구캠퍼스의 경우 2007년 40.3%, 2008년 35.5%, 2009년 34.6%로 매년 전체 예산 대비 특성화분야 교외연구비 투입비율이 감소하고 있으며 생태환경·축산바이오분야를 특성화하기로 한 상주캠퍼스의 경우 2007년 42%에서 2008년 57.0%로 상승했다가 올해 다시 34.8%로 하락했다.
권 의원은 “통폐합과 관련된 정부 지원은 2008년 종료됐다지만 강원대가 특성화 분야로 키우겠다고 한 분야에 대한 투자는 계속해야 한다”면서 “경북대·상주대 통폐합 사업은 내년까지 100억원 이상이 지원되는 만큼 대학본부는 이해당사자들을 적극적으로 설득해 당초 계획했던 통·폐합 사업을 강력하게 추진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취업률, 서울 주요 사립대보다 저조=거점 국립대의 취업률이 서울 주요 사립대보다 낮아 거점 국립대의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김선동 한나라당 의원이 2008년 기준으로 거점 국립대 10곳과 서울 주요 사립대 10곳(건국대·경희대·고려대·서강대·성균관대·연세대·이화여대·중앙대·한국외대·한양대)의 평균 취업률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거점 국립대는 전체 졸업자 3만7684명 가운데 1만9088명이 취업, 60.1%를 기록했고 서울 주요 사립대는 전체 졸업자 3만1524명 가운데 1만8704명이 취업, 74.3%를 기록했다. 평균 정규직 취업률에서도 거점 국립대는 72.0%로 서울 주요 사립대(86.2%)보다 낮았다.
김 의원은 “취업률에 국한돼 평가할 수는 없지만 국립대의 중심이고 선봉장이라 할 수 있는 거점 국립대마저도 주요 사립대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다”면서 “국립대들이 경쟁력을 확보하고 세계적인 대학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현재 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국립대의 특성화·구조조정·법인화 등이 성공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체계적인 관리와 지원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안전 불감증 여전·사회적 책무는 소홀=거점 국립대들의 안전 불감증과 사회적 책무 소홀도 도마 위에 올랐다. 거점 국립대는 막대한 국고가 투입되고 지역을 대표한다는 점에서 타 대학들보다 높은 도덕성과 사회적 책무가 요구된다. 그러나 안전 불감증과 사회적 책무 소홀은 거점 국립대의 신뢰도에 타격을 주는 대목이다.
충남대는 지난해와 올해 연구실 안전사고가 급증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상민 자유선진당 의원에 따르면 충남대는 지난해 5건, 올해 6건의 연구실 안전사고가 발생했으며 특히 올해의 경우 대학 총 사고 건수 53건 중 11.3%를 차지했다.
이 의원은 “‘연구실안전환경조성법’이 발효된 지 3년이 넘었는데도 전국적으로 연구실 사고가 줄지 않고 오히려 증가하고 있다”며 “이는 아직도 법에 대한 인지도가 적은 것 같고 안전교육도 형식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등 연구실 종사자들의 안전 불감증이 여전히 심각하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서울대와 전남대 등 거점 국립대들의 온실가스 배출량이 상위권에 해당돼 거점 국립대들이 온실가스 증가의 원인을 제공하고 있다는 해석도 가능케 하고 있다. 박영아 한나라당 의원이 전력사용량을 기초로 국내 70개 대학이 배출한 온실가스(이산화탄소)의 양을 추산한 결과, 2005년 54만1000톤에서 2008년 70만8000톤으로 3년 만에 30% 증가했다. 같은 기간 국내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은 79억772만7000톤에서 87억246만톤으로 7% 늘었다.
대학들 가운데 2006~2008년 3년간 가장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한 대학은 16만3417톤을 내보낸 서울대였고 포스텍(10만6058톤), 연세대(7만1779톤) 등이 뒤를 이었다. 전남대는 4만5187톤으로 10위에 올랐다.
박 의원은 “전기사용량 자체가 많은 것보다 근본적인 감축 노력이 부족한 게 문제”라며 “대학들은 온실가스 감축에 앞장서 사회 전반에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알리는 사회적 책무를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