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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취재]전(前) 총장들, 어디서 뭐 하나
강단복귀 많고 일부 '폴리페서' 변신
관변, 사회단체장 진출도..."총장은 힘든 자리"

총장은 명예직이다. 대학은 물론 사회에서도 대접받는다. 총장은 리더다. 교수들과 직원들을 이끌고 험한 경쟁의 바다를 건넌다. 총장은 지휘자다. 대학 발전의 선두에 선 이들은 대학에 자신의 색을 입힌다. 교수라면 누구나 한 번씩 꿈꾸는 자리, 총장. 그렇지만 그 자리는 외롭고 고달프다. 마지막 결정은 결국 총장 혼자 내려야 한다. 결정에 따른 책임도 자신의 몫이다. 총장직 이후 동료였던 교수들과 소원해지는 일도 잦다. 전직 총장들은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으며, 총장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한국대학신문은 창간 21주년을 맞아 전직 총장들을 찾았다. 이들은 총장직을 그만둔 후 각종 사회단체에서, 그리고 강단 등에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화려했지만 힘들었던, 그래서 보람 있었던 당시 총장직에 대해 전 총장들이 입을 열었다.


■ 사회단체로 “총장직 더 어렵더라”

손병두 전 서강대 총장은 총장 퇴임 직후부터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한 달 전부터는 KBS 이사장으로, 지난 13일에는 삼성장학재단 이사장직도 맡았다. 손 전 총장에게 제의가 들어온 것은 퇴임 직전이다. 총장 시절 한국대학교육협의회장 등 실무 능력을 인정받아 여러 곳에서 그를 불렀다. 삼성 부사장 출신이기도 한 그는 총장직에 대해 “학문을 연구하거나 가르치는 자리라기보다 경영을 해야 하는 자리”라며 “오늘날처럼 사회가 복잡하고 경쟁이 치열할수록 경영마인드나 경험을 가진 CEO형 총장의 수요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홍기삼 전 동국대 총장은 유한재단 심사위원장으로 활동 중이다. 문학 행사 공모전의 작품들을 평가하는 게 그의 일이다. 총장을 그만둘 때 몇몇 곳에서 제의가 들어왔지만, 젊은 사람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줘야 한다고 생각해 고사한 자리가 제법 된다. 현재 하는 일과 총장직 중 어떤 것이 더 힘드냐고 묻자 “총장이 더 힘들었다”고 말한다. 홍 전 총장은 이에 대해 “일단 많은 업무가 총장에 집중돼 있기 때문”이라며 “외국 대학은 부총장을 5~8명 둬 실무·분야별 역할과 책임을 분산, 총장은 정책 업무만 보기 때문에 해외 활동에도 주력할 수 있다. 반면 한국 대학은 총장에게 모든 일이 집중돼 힘들었다”고 밝혔다.

백제문화추진위원회 위원장으로 일하고 있는 최석원 전 공주대 총장도 “총장으로 지낼 때가 훨씬 어렵고 힘들었다”고 말했다. 총장 시절을 돌아보니 아쉬운 점도 많았지만 현재 하는 일의 실질적 책임은 시·도지사에게 있기 때문에 심적으로 부담이 훨씬 덜하다고 밝혔다. 천안공업대학과의 통합을 이끌었던 그는 현재 백제문화추진위원회의 실질적인 운영부터 계획 등 전반적인 사항을 담당한다. 지난 2007년 공주시와 부여군이 통합되면서 두 지역을 아우를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는 제안에 위원장을 수락했다. 국제학술대회 등 굵직한 행사를 추진하고 있는데 “지역 경제에 도움이 되고 공주·부여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어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총장직 자체가 능력과 신망을 검증받은 자리이기 때문에 이들처럼 퇴임 이후 단체나 기관 등에서 부르는 경우가 많다. 어윤대 전 고려대 총장은 국가브랜드 위원장으로, 신인령 전 이화여대 총장은 법학교육위원장으로, 정길생 전 건국대 총장은 한우리 공동선실천연대 상임대표로 활동 중이다. 박호군 전 인천대 총장은 인천녹색성장포럼 대표로, 김달웅 전 경북대 총장은 대구지역 봉사단체 희망두레박 회장으로 재직 중이다. 허숙 전 경인교대 총장은 경기교육포럼 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 교단으로 “가르치는 재미 쏠쏠”

노동부 장관을 지냈던 권기홍 전 단국대 총장은 강단에서 한국경제론과 노사관계론을 가르치고 있다. “5년 넘도록 수업을 중단했다가 강의를 준비하자니 조금 설레기도 하고 걱정도 많이 됐다”는 그는 최근 통계자료를 뒤지는 등 수업 준비에 많은 공을 들인다. 장관과 총장을 맡았던 터라 퇴임 후 여러 곳에서 불렀지만, 행정업무에서 자유롭고 싶어서 교직으로 돌아왔다. 그는 이에 대해 “5년 정도 ‘외도’를 했더니 머리가 텅 빈 것 같았다. 이제 책 좀 봐야겠다는 욕심이 있었다”고 말했다.

대학원 전임교수로 돌아간 서명덕 전 상명대 총장은 총장직 이후 하게 된 첫 수업에 대해 “스물일곱 나이에 전임강사로 처음 강단에 섰을 때의 기분”이라고 표현했다. 무려 11년 동안 수업을 하지 않았던 터라 긴장도 많이 했지만 현재는 “가르칠 때의 보람과 가르친 후의 보람이 가슴에 와 닿는다”고 말했다. 서양화 실기지도를 하고 있는 서 전 총장은 “예술하는 사람이 총장직을 맡아 외도하다가 다시 제자리를 찾았다”면서 교수직 복귀에 대해 “가장 소중한 선택”이라고 밝혔다.

문형남 전 한국기술교육대 총장은 총장직으로 그만두고 다시 교편을 잡은 소감에 대해 “젊은이들에게 내 평생 쌓아온 지식과 경험을 물려줘 한국의 발전에 기여한다는 자부심, 젊은이들과 같이 호흡한다는 그 기쁨은 정말 크다”고 설명했다. 문 전 총장은 현재 한국기숙교육대 인력개발대학원에서 고용정책론과 노사관계론을 강의하고 있다. “종전의 지식을 새롭게 정리하고 새로운 정보를 쌓는 일은 학자로서 즐거운 일”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총장직을 그만둘 때 다른 곳에서 와 달라는 제의가 많았지만 고사했다. 문 전 총장은 “대부분 어려운 대학경영을 타개해 달라는 요청이었다”면서 “대학경영이 날로 어려워지고 새로운 차원에서 생각해야 하기에 총장직을 다시 맡기가 부담스러웠던 게 솔직한 심정”이라고 속내를 밝혔다.

총장직 이후 사회단체에서 일하는 전직 총장들과 함께 ‘본업’인 교수로 돌아간 전 총장들도 많다. 김문환 전 국민대 총장은 법대교수로, 김현태 전 창원대 총장도 교수로 돌아갔다. 연임 제안을 받았던 윤경로 전 한성대 총장도 현재 대학에서 한국근현대사를 가르친다.

물론 이들에게도 많은 고충이 있다. 총장직 이후 다른 교수들과의 관계가 서먹해지는 일이 그 중 하나다. 같은 교수였지만 총장직에 있었던 터라 호칭도 ‘총장’으로 굳어졌다. 문형남 전 총장은 “화장실에서 젊은 교수들과 만났을 때 그들이 서먹서먹해하는 바람에 애를 먹었다”고 말했다. 서명덕 전 총장도 “아직까지 총장이라고 부르는 사람이 더 많다. 다른 교수들이 불편해할까 봐 가급적 접촉을 자제하고 있다”고 밝혔다.


■ “공부가 좋아” 은둔생활 즐기기도

서교일 전 순천향대 총장은 순천향대 재단인 학교법인 동은학원 이사장으로 일하고 있다. 총장 시절 학교발전기금을 10배로 늘리고, 개인자산인 동은의료재단 및 재단 소속 순천향대 천안병원과 순천향대 구미병원을 무상으로 출연하는 등 공로를 인정받아 재임 시절에 이사장직을 제안받았다. 서 전 총장은 “이사들이 설립자인 향설 서석조 박사의 유지를 가장 잘 이해하고 계승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 같다”면서 이사장직 수락 계기에 대해 “개인적 소명과 맞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현재 일하고 있는 이사장직에 대해서는 “개인적인 성취보다 대학과 병원의 발전과 성취에 더 큰 보람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전직 총장들이 각종 사회단체나 교직으로, 재단으로 돌아간 것에 비하면 신상전 전 덕성여대 총장은 ‘은둔형’이라고 할 수 있다. “가능하면 외부 일을 맡지 않으려 한다”고 말한 신 전 총장은 모든 제의를 뿌리치고 지금은 집에서 그동안 못했던 공부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총장직에 대해서는 “힘든 자리이자 힘든 직업이다. 정부 부처의 장관은 법에 근거해 일을 하고 결정을 내리면 되지만, 대학 총장은 구성원들의 합의에 바탕을 두고 구성원의 자발적 참여를 유도해야 하기 때문에 어려운 것 같다”고 밝혔다. 아울러 “총장직은 오래 노력해야 하는 자리”라고 설명한 그는 “한국이 세계에서 가장 빨리 바뀌는데 대학은 가장 더디게 바뀌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은둔형 총장과 달리 장관 등 정치계에 입문한 이른바 ‘폴리페서’ 총장들도 제법 된다. 총장직을 맡았다는 것은 그 분야 전문가임을 입증하는 데다가 리더십은 물론 청렴성까지 인정받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케이스로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이 여기에 속하지만 현재 과거가 공개돼 논란이 되고 있다. 정치계 진출에서는 특히 교과부 장관들이 총장 출신인 경우가 많다. 이기준·윤덕홍·이상주·한완상 전 장관 등이 이런 경우이며, 안병만 현 교과부 장관도 한국외국어대 총장을 지낸 바 있다.

“총장 연임하겠다고 나서지 말라”
현직 총장에게 하는 충고

전직 총장이 현직 총장에게 해 주는 충고로는 “독단적으로 결정을 내리지 말고 구성원들과 협의하라”는 내용이 가장 많았다. 총장이라는 자리가 가장 중요한 결정을 내리는 위치이고, 그 과정에서 마찰을 빚거나 충돌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총장 연임하겠다고 나서지 말라” “학생들에게 좀 더 신경을 써라” 등 쓴 소리도 잊지 않았다.

“교수들 중 존경하기 어려운 사람이 있더라도 동기를 유발해 내지 못한다면 대학의 어떤 정책도 성공할 수 없다.”(권기홍 단국대 전 총장)

“대학구성원을 힘으로 이끌어 가는 것은 비효율적이다. 학교발전에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하라. 구성원들의 발전과 대학의 발전은 둘이 아닌 하나다.”(서명덕 전 상명대 총장)

“교수님들을 어떻게 아우르며 학교를 발전시켜 나갈 것인가 고민을 많이 해야 한다. 자신감과 용기를 가지고 대학을 운영하라.”(문형남 전 한국기술대 총장)

“대학사회는 구성원의 조화와 화합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그런 측면에서 총장의 리더십이 아주 중요하다. 일방적인 업적을 중요시하기보다 조직의 화합을 위해 일하라.”(허숙 전 경인교대 총장)

“변화와 혁신을 추진하려면 일의 경중과 완급을 잘 가려야 한다.”(손병두 서강대 전 총장)

“총장 임기를 스스로 연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총장 임기 동안 최선을 다하다 보면 다음 총장 선거에서 자연스럽게 추천이 된다. 내가 아니라도 잘 할 수 있는 사람이 많다는 겸손한 마음을 갖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최석원 전 공주대 총장)

“학생들에게 좋은 수업을 제공하는 것에도 비중을 두어야 한다. 정부가 연구업적을 두고 평가를 하기 때문에 수업에 등한시되는데, 학생들에게는 무엇보다 좋은 강의를 하도록 유도하는 게 중요하다.”(신상전 전 덕성여대 총장)


송아영·윤수경·홍여진 인턴기자/ 정리 김기중 기자 gizoong@unn.net
김기중 기자 (gizoong@unn.net) | 입력 : 09-10-19 오전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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