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주 칼럼
김병주
한국대학신문 칼럼
[김병주 칼럼] 영남대 교육학과 교수
국립대학 법인화 체질전환 계기로
김병주 본지 논설위원·영남대 교육학과 교수
지난달 초 교과부가 입법예고한 ‘국립대학법인 서울대학교 설립 운영에 관한 법률 제정안’이 교수와 학생들의 반대에 부딪쳐 난항에 빠졌다. 이 법안에 따르면 법인화될 때 서울대는 지금껏 받아 오던 정부 지원 예산을 유지하게 된다. 보유·관리하던 국공유 재산도 서울대에 무상 양여토록 했다. 법인이사회의 구성에는 외부인 이사가 절반을 차지하며, 당연직 외부 이사에 교과부 차관, 기획재정부 차관 등 정부 인사가 포함됐고, 나머지 이사 선임도 교과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정부 재정지원을 받기 위해서는 총장의 경영도 평가받아야 한다.
서울대 교수협의회와 민주화교수협의회는 반대의사를 분명히 밝혔다. 법인화 이후 정부 재정지원이 현실화될 가능성은 희박하며, 대학은 수익사업이나 기부금에 목을 맬 것이고 결국 손쉬운 해결책인 등록금 인상으로 귀결될 것이라는 게 반대 이유다.
서울대 총학생회도 지난달 21일부터 29일까지 전체 재학생을 대상으로 ‘서울대 법인화 찬반 총투표’를 실시했다. 재학생 유권자 1만6585명 중 8547명이 투표에 참여한 가운데 응답자 중 79.3%가 반대했고, 찬성은 12.8%에 불과했다. 이에 따라 총학생회는 대학 본부가 법인화를 강행할 경우 동맹휴업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교수와 학생들이 반대하는 상황에서 무리한 법인화의 추진은 자칫 갈등을 촉발시킬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점에서 국립대 법인화의 근본취지를 되씹어 볼 필요가 있다. 국립대 법인화의 주된 목적은 국립대학에 대한 정부 통제를 완화시켜 대학 스스로가 고등교육의 주체로서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국립대학의 체질을 전환하자는 것이다. 국립대학이 정부기관 형태로 설립 운영돼 대학의 자율성이 보장되지 못하고 운영의 비효율이 초래되므로, 법인화를 통해 국립대학의 자율성과 운영의 효율성을 높이자는 것이다.
1980년대 들어 세계 주요 대학은 근대 대학제도 출범 이후 그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정부가 주도하는 강력한 지배구조와 관리운영체제의 재편성에 직면했다. 한국 국립대학 법인화 논의도 이러한 세계사적 조류와 맥을 같이한다. 이는 근본적으로 학문의 질 보장과 대학의 국제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한 것이다.
대학 내부 경영체제를 정비해 예산집행의 효율성을 기하고 제한된 자원을 전략적인 분야에 경쟁적·차별적으로 배분하려는 노력이 더욱 필요하게 된 것이다. 특히 사회의 요구를 거부하고 대학 전체 차원의 조직적 대응을 가로막는 학부·학과 교수회 중심의 자치주의와 이를 바탕으로 하는 관리운영 방식을 재구축하는 것이 주요한 과제로 부상했다.
세계적인 대학 지배구조 및 관리운영체제의 재편성은 개별 대학교수나 학부·학과 차원의 자유재량 권한과 범위를 대폭 축소하고, 이사와 총장의 권한을 강화해 관리운영체제를 한층 중앙집권화하는 것을 내용으로 한다. 이러한 흐름은 학문의 본고장인 독일을 비롯한 서구의 대학들은 물론, 말레이시아·태국 등 동남아 국가와 일본·중국 등 동아시아 국가의 고등교육기관에도 파급되어 정부조직의 일부로 남아 있던 국립대학의 법인화 및 관리운영체제 개혁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우리의 경우, 국립대학 법인화 논의와 관련해 표출된 주장을 보면 ‘시대와 사회를 초월한 치외법권적인 학문의 자유와 대학자치 관념’에 사로잡혀 있다. 법인화란 정부조직의 일부인 국립대학에 법인격을 부여해 스스로 권리·의무의 주체가 되게 하는 것으로 대학의 자유와 자율의 기본임에도 불구하고 이것을 국가의 재정책임 방기, 교직원 신분 불안정, 교육비 부담 증가, 교육의 빈익빈부익부, 심지어 헌법에 규정된 학문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위헌론까지 거론하며 법인화의 의미를 곡해하고 있다.
이제는 세계사의 흐름에 부응해 국립대학 법인화의 근본 취지를 제대로 이해하고, 대학 본연의 자율성을 확보하려는 노력을 기울일 때다. 다만 이번 정부의 서울대 법인화 법안에서 이사회 구성방식에 따른 대학 자율성 침해 논란 등과 같은 대학 구성원의 반대 주장에 대해서는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김병주 칼럼 | 입력 : 09-10-19 오전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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