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산 2조7000억 원의 국내 최대 연구지원기관인 한국연구재단이 지난 6월 공식 출범했다. 이에 대학 총장들은 한국연구재단에 대한 기대감을 표함과 동시에 학문분야, 대학 특성·규모에 맞는 균형 지원과 연구환경·사업지원방식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에 박찬모 한국연구재단 이사장은 총장들의 의견을 수렴, 정책에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뜻을 밝혀 향후 한국연구재단의 정책 변화 가능성을 예고했다.
지난 3일 본지 주관으로 서울클럽에서 ‘한국연구재단 이사장 초청’ 전국 대학 총장 간담회’가 열렸다. 간담회에는 박찬모 한국연구재단 이사장·배규한 한국연구재단 사무총장을 비롯해 이배용 한국대학교육협의회장(이화여대 총장)·이기수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장(고려대 총장)·최호준 경기대 총장·김기영 광운대 총장·이성우 국민대 총장·우형식 금오공대 총장·임용철 대전대 총장·지은희 덕성여대 총장·이무근 동명대 총장·최성해 동양대 총장·정순훈 배재대 총장·최영철 서경대 총장·박우희 세종대 총장·김대근 숭실대 총장·서문호 아주대 총장·안경수 인천대 총장·백성기 포스텍 총장·전운기 한국기술교대 총장·최준영 한국산업기술대 총장·여준구 한국항공대 총장·정주택 한성대 총장 등이 참석했다.
이배용 회장은 인문사회분야에 대한 지원 비율을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인문학 투자 비율이 적은 것은 사실이다. 이공계는 기자재가 필요하고 인문계는 머리로 하기 때문에 연구비가 필요 없는 것은 아니다”면서 “지금까지 60년은 먹고 사는 것에 바빴지만 문화·역사·철학이 없으면 아무리 과학이 있어도 대한민국 선진화는 어렵다고 생각해 이 부분의 비중을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연구 지원은 대학 특성·규모에 따라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최성해 동양대 총장은 “근교에 기업체가 없어 같이 할 파트너가 없다 보니 우리학교는 누리사업에서 손해를 많이 봤다”며 “모든 것을 고려해 지방대를 배려해줘야 한다”고 요청했다.
지은희 덕성여대 총장은 “대학 진학률 83%는 학생들이 올 대학을 일정 수준으로 유지해야 하는 책임이 있는 것”이라면서 “전체 대학생 규모 등을 생각해 교육중심대학, 이른바 학부중심대학을 지원하는 포션을 반드시 만들어야 하고 그렇지 않으면 세계적으로 유명한 몇 개 대학 외 한국 전체의 교육수준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또한 김대근 숭실대 총장은 “예산은 한정돼있는 반면 배정받으려는 사람은 많아 결국 공정성 문제가 야기될 수밖에 없다”며 “재단이 초심을 잃지 말고 무엇보다 탁월성·잠재가능성 등을 감안해 가능한 영향력 있는 대학들에 기회를 줘야한다”고 말했다.
총장들은 균형 지원 외에 연구환경, 사업지원·평가 방식 개선 필요성도 제기했다. 이성우 국민대 총장은 “대학이 연구비를 수주하거나 연구소를 유치하면 매칭 시설·매칭 펀드를 요구하고 HK(인문한국지원사업)도 몇 년 후 교수 임용을 해달라는 요청이 있는데 대학에서는 대단히 부담된다”면서 “국가 예산인 만큼 대학에 부담을 주지 않고 지원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박찬모 이사장은 총장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정책에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박 이사장은 "간담회를 갖게 된 것은 현장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서다"며 "연구재단이 모두 해줄 수는 없지만 최대한 노력하겠다. 여러 루트를 통해 요구하면 (의견을) 수렴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박 이사장은 “이사장이 되면서 안배는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다”고 말해 대학들이 무조건적인 안배 차원의 지원을 요구하기보다는 지방대든, 교육중심대학이든 우선 경쟁력 있는 연구 지원이 필요하다는 뜻을 시사했다. 이어 박 이사장은 "실패를 허용하지 않으면 안전한 것만 시도하게 되고 새로운 아이디어가 나오지 않는다"고 지적하면서 실패를 두려워말고 적극적으로 재단 사업에 지원해 줄 것도 당부했다.
<사진:한명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