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교대 “통합 절대 불가”
“종합대에 흡수되면 특수성 상실”
교과부 “교원양성체제 개편 시급”
교육과학기술부(이하 교과부)가 국공립대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교대·종합대의 자율 통합을 추진하고 있지만 순탄치 않다. 지난 4월 교과부는 각 교대의 신청을 받아 올해 말 통합 대상 대학을 선정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교과부의 의지와 달리 전국 교대는 종합대와의 통합을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특히 교대가 종합대에 흡수·종속 통합될 것에 대한 우려가 크다.
■“통합은 효율 아닌 ‘비효율’ 초래”
현재 정부가 교대·종합대 간 통합을 추진하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대학 운영의 효율성 제고에 있다. 학령인구의 급격한 감소를 감안했을 때 교원 양성 규모를 현재처럼 유지하는 것은 비효율적이므로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주장이다. 이에 더해 교대가 종합대와 통합했을 경우 재정·학생 운영 등에 있어 다양한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크다.
교과부 관계자는 “학령인구 감소 등의 영향으로 교원 양성 체제·규모 개편이 시급하다. 교대·종합대 통합이 불가피한 실정”이라며 “종합대와 통합했을 경우 교대 예산 운용에 효율성이 더해질 것으로 본다. 또 학생들은 더욱 폭넓게 교양과목을 수강할 수 있고 초등교원 외의 다양한 진로를 모색해 볼 수도 있다”고 밝혔다.
김갑성 한국교육개발원 교원정책연구실장 역시 지난 5월 열린 교육정책포럼에서 “교원에게는 폭넓은 교양과 전인적 역량이 필요하다. 이 같은 자질은 독립형 기관(교대)보다 종합대에서 더욱 효과적으로 개발될 수 있다”며 “교대가 종합대의 인프라를 활용할 경우 대학 운영에 있어서의 비용절감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또 절감된 비용을 다시 교원 양성에 투입한다면 그만큼 교육의 질도 높아질 것”이라고 언급했다. 종합대와의 통합이 교대 자체의 경쟁력 강화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교대측은 정부가 표면적인 수치에만 초점을 맞출 뿐 정작 중요한 대학의 개별적 특성이나 초등교육의 미래에 대해서는 고려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교대가 종합대와 통합할 경우 ‘초등교사 양성’이라는 특수한 정체성·전문성을 상실할 위험이 크고 이는 고스란히 초등교육의 질적 저하로 이어질 텐데도 정부는 눈앞의 이익에만 관심을 두고 있다는 것이다.
김선배 춘천교대 총장은 “교대 교수들이 종합대와의 통합을 반대하는 이유는 ‘교육대학’으로서 지난 수십 년간 쌓아온 노하우를 지켜 내야만 우리나라 교육의 발전을 꾀할 수 있다는 믿음 때문”이라며 “예비 초등교사를 가르치는 교수의 한 사람으로서 가장 치욕적인 것은 학부모들이 ‘우리 교사가 형편없다’라고 말하는 것이다. 이 같은 소리를 듣지 않으려면 세계도 인정한 우리 초등교육 시스템을 지켜 내고 더욱 발전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이영준 전국교육대학교교수협의회연합회장(부산교대 교수)도 “정부는 학령인구 감소로 교대·종합대의 통합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통합이 교원 양성 체제 개편의 최선책이라고 볼 수는 없다”며 “종합대와 통합되면 교대의 정체성이 흔들리고 위상이 낮아질 우려가 있다. 교대가 그동안 특수목적대학으로서의 역할을 성실하고 우수하게 수행해 온 만큼 통합하지 않으면서 효율성까지 제고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교대 ‘흡수·종속’ 절대 안 돼”
통합 자체도 문제지만 더욱 큰 문제는 방향이다. 현재 정부가 추진 중인 통합은 교대가 종합대로 흡수·종속되는 양상을 띠고 있다. 정체성·전문성 상실에 대한 우려로 통합을 반대하고 있는 교대에 현재 정부의 움직임은 사형선고나 마찬가지인 셈이다. 이에 따라 각 교대는 무엇보다 사범대로의 흡수·종속 통합만큼은 막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박남기 광주교대 총장은 “열정·역량을 갖춘 우리나라 초등 교사는 교대의 고유한 역사·문화 속에서 비롯됐다. 이 같은 교대의 역할·특성을 무시하고 종합대에 일방적으로 통합시킬 경우 지금까지와 같은 훌륭한 초등 교사 양성은 불가능할 것”이라며 “오히려 종합대의 교원 양성 프로그램(사범대 등)을 인근 교대로 통합하는 게 옳다. 교대에서 전체 교사를 길러 낼 수 있도록 통합하는 게 정부가 주장하고 있는 대학 운영의 효율성 제고, 캠퍼스 특성화 등에 더욱 부합한다”고 주장했다.
또 송광용 서울교대 총장도 “서울대 사범대의 경우 임용고시 합격률이 10% 미만으로 현재 교원 양성 기능을 이미 상실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종합대에 (흡수) 통합된다면 교대의 기능 역시 완전히 상실될 수밖에 없다”며 “물리적으로 통합하면 뭐가 달라지느냐. 반드시 실패하게 된다”고 강조했다.
종합대로의 흡수·종속 통합은 학생에게도 피해가 된다는 의견도 나온다. 황선명 전국교육대학생대표자협의회의장(한국교원대 초등교육과 학생회장)은 “한국교원대는 사범대를 중심으로 초등교육과를 운영하고 있는 대학이다. 교대의 흡수·종속 통합으로 인해 나타날 부작용을 이미 실질적으로 겪고 있는 곳”이라며 “초등교사 양성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실습이다. 그러나 ‘사범대화’된 한국교원대 초등교육과의 경우 전국 교대에 비해 실습이 적은 등 전문적인 교육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그러나 현실을 무시할 수는 없는 만큼, 교대 내부에서도 종합대로의 통합을 구상해 보고 있다는 후문도 들린다. 한 사범대학장은 “사범대는 교대·종합대 통합에 대한 찬반 입장을 정하거나 표명할 수 없다”며 “다만 교대 내에서도 어떤 종합대로 들어가면 조금 더 나을지를 고민해 보고 있는 것으로 안다. 예를 들어 ‘지역 내 A대에는 사범대가 있으니 사범대가 없는 B대로 들어가야 그나마 좋다’는 식의 논의가 각 교대 내부에서 오가고 있다고 들었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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