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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대학신문 칼럼] 한국대학신문
대학생들의 스펙 쌓기
김인섭 숭실대 문예창작학과 교수

취업난이 가중되면서 요즘 대학생들은 스펙 증후군에 시달리고 있다. 학생들은 학점 관리에 급급하고, 외국어 능력을 향상시키느라 적지 않은 시간을 투자하는 것 외에도 취업에 도움이 되는 다양한 경력 쌓기에 골몰하고 있다. 취업이 안 되다보니까 졸업을 늦춰가면서까지 취업준비를 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출판가에서는 어느 직종에 지원하기 위해 어느 정도의 스펙이 필요한지, 그 스펙을 갖추기 위해 어떤 활동들을 해야 하는지 등을 안내하는 취업지침서가 덩달아 인기를 끌고 있고, 인터넷에는 스펙 업(spec up)을 위한 사이트가 성황중에 있다.

 

상당한 수준의 스펙을 쌓아야 외국계 기업이나 대기업의 입사를 넘볼 수 있고, 중소기업에라도 들어가기 위해서는 필수적인 요건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상황이 상황이니만큼 절박하게 스펙 쌓는 일을 두고서 무어라 나무랄 수는 없다. 그 절박성은 공감하고도 남지만, 짚고 넘어가야 할 것도 분명히 있다. 한 마디로 본말(本末)이 전도되고 있다는 것이다. 학생들이라고 이런 형국을 모릴 리가 있겠는가마는, 거듭 환기하지 않을 수 없다.

 

신입사원을 뽑은 기업은 기업대로 불만이 많다고 한다. 신입사원들에게 불만을 가지는 이유로, 불성실한 근무태도, 책임감 부족, 조직문화 부적응, 업무와 관련된 지식 미달, 참신한 아이디어 부족 등을 꼽고 있다. 바꾸어 말하면, 성실성, 책임감, 공동체 의식, 살아 있는 지식, 창의적 사고 등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스펙 쌓기만으로는 갖출 수 없는 귀중한 자질들이다. 학문을 하는 대학생들이 근본적으로 갖추어야 할 덕목들이기도 하다. 자신이 학문을 하는 이유가 어디에 있는지, 자신의 학문이 자기 자신에게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상아탑을 떠나 세상 속에서 자신의 일을 할 때 그동안 쌓아올린 학문은 어떻게 발현될 수 있는지에 대한 뚜렷한 철학 없이는 불가능한 ‘스펙’들이다. 학문은 취업에 필요한 조건이 아닌 성취하는 인생을 위해 우리가 반드시 쌓아야 할 진정한 ‘스펙’인 것이다. 기업들이 갖게 되는 불만은, 학업의 ‘본(本)’과 스펙쌓기의 ‘말(末)’이 전도되어 있는 상아탑의 본말전도 현상이 빚어내는 필연적인 결과이다.

 

우리 학생들은 대학에 붙고 보자는 생각으로 무지막지한 경쟁을 뚫고 대학에 진학한다. 대학에 들어와서는, 학문하는 일이 어떤 행위인지 자각할 겨를도 없이 학점에 휘둘리다가, 졸업 후를 대비하는 일에 매진한다. 평생을 두고 일할 직장에도 일단 들어가고 보자는 심사로 스펙쌓기에 골몰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관행은 학생들 스스로를 더욱 고통스러운 길로 접어들게 만든다. 인생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평생 자신의 일에 몰입하여 남들은 이룰 수 없는 그만의 업적을 남겨야 한다. 학생들은 입사를 위한 스펙은 쌓되, 오랫동안 발휘할 역량과 덕목을 갖추는 일에 더욱 애써야 한다.

 

요즘 대학들도 학생들의 취업을 돕기 위한 각종 프로그램을 마련하여 학생들의 경력 개발, 진로 개척을 위해 전방위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더욱이 각종 대학평가에서 취업률이 중요한 경쟁지표가 되면서 더욱 신경을 쓰고 있다. 학교가 학생들의 취업을 최선으로 도와주는 일은 당연한 의무이기도 하다. 하지만 전제되어야 할 것은, 학생들로 하여금 학문의 근본을 갖추고 진정한 자기실현의 길로 나아갈 수 있도록 배려하는 학문적 진정성과 교육적 양심을 견지하는 일이다.

한국대학신문 칼럼 | 입력 : 09-11-17 오후 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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