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⑨날라리 풍
탈북 현인애 교수의 [지금북한대학은] 시리즈
얼마 전 평양의 철도대학에서 큰 사건이 터졌다. 북한에서 가장 금기시하는 남한 영화 '해운대'를 가장 신성한 대학에서 학생들이 본 것이다. 이를 계기로 북한 전 지역에서 중학교·대학교 학생들의 USB·CD·외장메모리 등에 대한 대대적인 검색이 진행됐으며 다른 나라 영화, 특히 남한 영화 시청에 대한 전면적인 조사가 진행됐다. 그런데 남한 영화를 본 사람이 너무 많아서 주동자만 엄벌키로 결정했다고 한다.

사실 이것은 빙산의 일각에 지나지 않는다. 2003~2004년 북한당국이 외국의 방송, 영화, 드라마 시청에 대한 단속을 벌렸을 때도 첫 번째 대상이 대학 그것도 김일성종합대학, 평양외국어대학이었다. 소문에 의하면 당시 학생들이 등교한 다음 문을 닫고 가방을 수색했는데 회수한 CD가 몇 마대나 되었다고 한다.

원래 북한에서는 국가에서 승인한 것 외의 다른 나라 영화를 볼 수 없다. 북한에서 승인한 외국 영화란 이전 소련이나 중국에서 만든 혁명 영화이며 그것마저도 평양의 영화관이나 TV에서 몇 달에 한 번 드물게 방영한다. 그 외 인도 영화나 발전도상국의 영화를 선정해서 평양의 외교관들에 대한 봉사 차원에서 만수대라는 특별통로를 통해 한 주일에 한두 편 방영한다. 그러므로 북한 대학생들이 공식적으로 허가된 외국 영화를 본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또한 북한에서는 재즈나 록 음악은 미국의 퇴폐한 음악이라고 극히 경계하고 있으며 재즈댄스 같은 것은 수정주의 날라리 풍에 젖은 '괴상한 몸짓'이라고 극도의 혐오감을 표시해 왔다. 그러니 방송이나 TV에서 방영하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그러한 영화를 보거나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지 못하도록 그의 해독성에 대해 선전하고 있다. 또한 이를 위반한 학생들을 폭로 비판하며 퇴학, 가족 추방, 형사 처분 등 각종 처벌을 가하고 있지만 수정주의 - 날라리풍은 나날이 확대되고 있다.

북한에서 외국을 안다는 것은 권력, 재물의 간접적 징표다. 지금 북한의 대학생들은 남한 영화나 외국 영화를 못 보고 외국 노래를 모르면 친구들 축에 끼지 못한다. 학생들이 모이면 북한에서 돌고 있는 외국 영화나 남한 드라마 이야기를 하고, 놀 때면 의례 외국 노래나 남한 노래를 부르며 재즈풍의 춤을 춘다. 또한 외국 영화나 남한 드라마를 보고 옷이나 헤어 스타일 심지어 말까지 모방한다.

북한 대학생들은 남한이나 외국의 것을 숭배할 뿐 아니라 북한당국이 요구하는 혁명과 건설 집단주의 투쟁 같은 단어들에 염증을 느끼고 있다.

지난 시기 북한에서 대학생들은 학업뿐 아니라 국가건설에서 큰 몫을 맡아 왔다. 대학생들은 평양도 건설하고 해마다 바쁜 농사철에 한몫 했으며 교도대로 군무력도 보충해 왔다. 또 3대혁명 소조원으로 공장, 농촌의 생산과 주민교양에 직접 참가하기도 했다.

물론 지금도 이러한 일들은 계속되고 있지만 이 일들을 수행하는 실질적인 태도는 이전과 크게 변하고 있다. 이전에는 대학생들이 가장 일 잘하는 부대였지만 지금은 농촌동원 가서도 열심히 일하는 것이 아니라 적당히 일하면서 날짜를 채우고 있다. 대학생들은 농촌동원 갈 때면 사전에 농촌에서 좋아할 물건을 가지고 가서 분조장(농촌의 작업단위인 분조를 책임지고 있고 작업증 발급 권한을 가지고 있다)에게 뇌물로 주고 공수(작업실적 증명서)를 받아 바친다. 또한 힘든 교도를 회피하기 위해 교도대 장교들에게 뇌물을 바치고 훈련, 보초근무에 빠지는 등 교도근무도 형식적으로 때우고 있다.

그러나 이런 일이 북한당국으로서는 오히려 다행일 수도 있다. 대학생들이 남한의 대학생들처럼 시위를 하고 정치운동을 하는 것보다는 나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아도 대학생들 속에 이런 기운이 가장 강해서 북한에서는 동유럽사회주의 국가들이 무너진 다음 대학의 보위부 인원을 증강하고 학생들에 대한 통제와 감시를 배로 강화하고 있다.

그러나 북한당국이 교양, 통제와 감시를 심화해도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는 대학생들의 변질- 날라리풍을 막기에는 역부족이다.


■ 현인애(52) 전 교수는...

북한 김일성종합대학 철학부를 졸업했으며 함경북도 청진 모 대학 교수로 재직하다 지난 2004년 탈북했다. 현재 탈북 지식인들의 모임인 (사)NK지식인연대 부대표, 계간지 '북한사회' 편집위원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한국대학신문 | 입력 : 09-11-09 오후 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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