⑩정보 불통
탈북 현인애 교수의 [지금북한대학은] 시리즈
북한의 대학생이 남한에 와서 대학에 편입했다. 등교 첫날 그는 강의실에서 수업을 받았다.
첫 강의가 끝나자 강의실에 있던 다른 학생들은 다 나가고 홀로 남았다. 다들 화장실에 갔나 하고 기다렸더니 다시 학생들이 왁자지껄 떠들며 강의실에 들어왔다. 그런데 자기가 들으려던 강의가 아닌 전혀 다른 과목의 강의였다. 얼떨떨한 가운데 세 번째 강의도 그렇게 지나갔다.
남한의 대학생이 미국에 가도 이런 일이 생길까? 전혀 그렇지 않을 것이다. 한국에서는 일본이나 중국을 가리켜 가깝고도 먼 나라라고 표현하지만 사실 가장 가깝고 가장 먼 나라는 북한이다.
북한 대학생들은 남한에 어떤 대학들이 있고, 무슨 학과가 있고, 어떤 내용을 배우고, 대학생들의 대학생활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전혀 알지 못한다.
북한 대학생들은 남한 대학생이라면 정부를 반대해 시위에 앞장서는, 최루탄이 터지는 속에서 화염병을 던지고 돌을 던지는 투사의 캐릭터를 떠올린다. 1989년 13차 세계청년학생축전에 참가하기 위해 평양에 왔던 임수경은 북한 대학생들이 본 첫 남한 대학생이었다. 그러나 그때도 북한 대학생 어느 누구도 그와 솔직한 대화를 나눌 수 없었다. 다만 당당하고 연설 잘하던 남한의 임수경을 통해 남한 대학생들은 저렇게 수준이 있구나, 저렇게 자유롭구나 하는 것을 어렴풋이 느낄 수 있었을 뿐이었다.
북한당국은 주민들이 바깥세상을 아는 것이 두려워 전파도 통제하고 서적도 통제하며 사람들의 입도 통제한다. 때문에 북한대학생들은 바깥세상, 특히 남한을 알고 싶지만 방도가 없다.
그러나 전파 통제, 서적검열이란 개념조차 모르고 사는, 더욱이 인터넷이라는 수단을 통해 세상의 구석구석을 실시간으로 앉은 자리에서 다 알 수 있는 남한 대학생들도 역시 북한을 모른다. 그들이 모르는 것은 알 필요를 느끼지 않아서, 흥미가 없어서다. 학생뿐 아니라 대학교수 및 주민들도 북한을 모르며 알려고 하지 않는다.
남한 대학생들이 너무 개인주의라 세상에 관심이 없어서일까? 아니, 남한 대학생들은 결코 세상에 무관심하지 않다. 오히려 관심이 높고 관조를 넘어 실천하는 세대다. 그래서 대학생들은 너도나도 앞을 다투어 미국·중국 등 세계 각국에 유학을 가고 배낭여행을 통해 세상을 몸으로 체험해 보고 있다.
그렇다면 북한은 정말 알아야 할 필요가 없는 곳일까? 북한은 정말 미국이나 중국, 심지어 아프리카의 빈국이나 내전국보다 남한 대학생의 생활에 더 관계가 없는 곳인가? 사실은 다르다. 남한은 좋든 싫든 북한을 외면하고 살 수 없다. 더욱이 앞으로 북한과 더불어 살아야 할 대학생들로선 더욱더 그렇다.
평화운동을 하는 사람들은 백여 년 후에 달라질 이상기후로부터 지구를 보호하기 위해 미리 예비책을 강구하자고 호소한다. 녹색성장이나 이상기후에 대해 사람들은 관심을 갖고 대비한다. 개인의 의지와 무관한 통일이 갑자기 찾아와 어느 순간 전혀 모르는 남북이 만나게 될 때 빚어질 혼란은 이상기후로 벌어질 사태와 별로 다를 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빠르면 10년 내에 늦어도 이삼십 년 후에 도래할 통일을 위해서 자기의 관심을 조금 나누어 주는 데 그렇게도 인색한 것이다.
북한을 알자! 북한에 관심을 가지자! 통일은 거창한 것이 아니라 이러한 사소한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더욱이 통일을 위해 어떤 대비책도 마련할 수 없고 남한을 알고 싶어도 알 수 없는 북한 주민들을 대신해서 남한 대학생들이 더욱더 북한에 관심을 가지며 앞으로 도래할 한반도의 변화에 대비하자.
오늘도 북한 주민들의 대다수는 남한 대학생들이 중요한 통일세력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아직도 북한 주민들은 “가자 북으로 오라 남으로!”를 외치던 4·19혁명 시기의 남한 대학생들을 기억하고 있다. 비록 북한당국의 거짓된 선전이 빚어 낸 기억이지만 그 기억에 어긋나지 않는 대학생이 되었으면 하는 것이 탈북자 모두의 바람이다.
한국대학신문 | 입력 : 09-11-16 오후 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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